한때 몸싸움까지 벌이면서 극한 대치를 벌였던 여야가 5일 새해 예산안을 오는 12일 처리하기로 극적으로 합의했다.

여야는 수차례 협상 중단과 결렬 선언, 물리적 충돌, 재협상, 타결로 이어지는 숨가쁘게 하루를 보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창조모임 등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전날 밤 결렬된 예산안 처리와 감세법안 협상을 속개했다.

민주당은 전날 쟁점이었던 부가가치세 인하안에 이어 종합부동산세 세율 문제를 중점 제기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뜻밖에도 '9일 예산안 처리'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 민주당의 허를 찔렀다.

자유선진당도 예산안 처리가 시급하다며 한나라당을 거들고 나서면서 협상은 한발짝도 진전되지 못하고 중지됐다.

같은 시간 김형오 국회의장도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만나 예산안 처리 시한을 절충하고 있었다. 사실상 투트랙으로 민주당에 대한 압박 작전이 전개된 것이다.

3당 교섭단체 대표들은 당 지도부와 상의 후 낮 12시에 다시 만났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20분 만에 헤어졌다. 이들은 짧은 점심 식사후 오후 1시 20분에 얼굴을 맞댔지만 민주당은 9일 처리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15일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거부로 결국 협상 결렬이 선언됐다.

그 직후 한나라당은 이미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기획재정위 소회의실 문을 걸어잠근 채 감세법안 표결처리 강행 수순으로 돌입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기재위 회의실을 뚫고 들어가 소회의실 점거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과 당직자 등 양측에서 100여명이 서로 뒤엉켜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면서 연말 정국이 파국으로 치닫는 듯 했다.

하지만 물리적 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김형오 국회의장이 12일 예산안 처리라는 절충안을 제시했고,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이를 수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후 3시에 3당 원내대표 협상이 다시 재개됐다.

불과 1시간여 만에 여야 관계가 냉탕과 온탕을 몇차례나 오간 셈이다.

그런데 재협상이 시작된 지 얼마안돼 이번에는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의 2중대"라는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서 협상장 주변에서는 다시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나 계속 남아 협상을 벌인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새해 예산안을 12일에 여야 합의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한 뒤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최종 추인됨에 따라 파국을 막았다.

CBS정치부 도성해 기자 holysea69@cbs.co.kr/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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