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장애인전용목욕탕은 충남상이군경복지회관 건물 지하1층에 있다. ⓒ박종태

충남 천안시가 동남구 개목1길 충남상이군경복지회관 건물 지하 1층을 임대, 지난 2016년 3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천안시 장애인전용목욕탕’의 미흡하고 불편한 이용여건에 대한 불만과 함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뼘인권행동, 천안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충남중증장애인자립센터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베리어프리 네트워크'가 지난 17일 장애인전용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현실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

이유로는 ▲장애인전용목욕탕을 수요일에 남성, 목요일에 여성만 이용 가능하고 7~8월은 문을 닫는 현실 ▲휠체어 이용 장애인 뿐만 아니라 목발을 이용하는 장애 당사자조차 안전과 편의가 보장되지 않는 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안내 표시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들었다.

이에 따라 18일 휠체어를 사용하는 충남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립지원팀 김승태씨와 함께 현장을 방문해 장애인 편의 시설을 점검한 결과 장애인전용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부끄러운 현실이었다.

먼저 목욕탕이 1곳으로 수요일은 남성, 목요일은 여성만 이용 가능했고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3시까지였다.

건물 지하1층과 지상1층에는 남녀비장애인화장실만 있을 뿐 남녀장애인화장실은 없었다. 남녀비장애인화장실 입구 벽면에는 시각장애인이 손끝으로 만져 성별을 알 수 있는 점자표지판, 앞바닥에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목욕탕 출입문은 여닫이로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이 이용하기 힘들고, 출입문 우측 벽면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표지판이 설치됐지만 앞바닥에 점자블록이 미설치됐다.

목욕탕 입구에는 경사로가 설치됐는데, 정면에 신발장이 가로막고 있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도움을 받아 옆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으로 만약 홀로 이동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탈의실과 옷장 일부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을 위해 밑에 공간을 만들었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목욕탕용 휠체어를 갖췄다.

하지만 탈의실에 마련된 장애인화장실은 출입문이 미닫이로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 등이 이용하기 힘들다. 내부는 좁아 세면대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용변기와 남성소변기만 설치됐다. 용변기에는 등받이가 없었고, 비상호출벨과 휴지걸이는 용변기에 앉았을 때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설치됐다.

목욕탕 입구 턱이 없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출입이 편리하지만 내부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온탕 및 냉탕에 계단이 있고 턱이 높아 휠체어 또는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이 탕 속에 입수할 수 없는 것. 여기에 사우나 출입문은 폭이 수동휠체어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았다.

샤워실은 서서할 수 있는 곳과 앉아서 할 수 있는 곳으로 나뉘는데 샤워기 앞에 턱이 있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샤워하는데 불편을 겪는다.

이 같은 상황에 목욕탕 내에는 성별이 다른 활동보조인이 오면 남녀도우미 3명이 배치돼 있어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용 불편이 해결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김승태 씨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도 샤워를 하려면 집에서도 할 수 있다. 목욕탕을 찾는 것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 보고 싶어서 인데, 탕속에 입수도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어 “탕에 입수할 수 있도록 이동식리프트 설치 등 대책이 필요하며, 나머지 장애인 편의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천안시청 장애인복지 담당자는 “천안 남부장애인복지관을 건립할 예정인데, 날씨가 추워서 오는 2월~3월 중 착공 계획으로 내부에 장애인목욕탕을 건립할 것”이라면서 “현재 이용하는 장애인목욕탕이 불편한 것은 알지만 남부장애인복지관 건립까지 1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목욕탕 입구에는 경사로가 설치됐는데, 정면에 신발장이 가로막고 있다. ⓒ박종태

목욕탕 입구에는 경사로가 설치됐는데, 정면에 신발장이 가로막고 있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도움을 받아 옆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으로 만약 홀로 이동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박종태

탈의실과 옷장 일부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을 위해 밑에 공간을 만들었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목욕탕용 휠체어를 갖췄다. ⓒ박종태

탈의실에 마련된 장애인화장실은 출입문이 미닫이로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 등이 이용하기 힘들다. 내부는 좁아 세면대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용변기와 남성소변기만 설치됐다. 용변기에는 등받이가 없었고, 비상호출벨과 휴지걸이는 용변기에 앉았을 때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설치됐다. ⓒ박종태

온탕 및 냉탕에 계단이 있고 턱이 높아 휠체어 또는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이 탕 속에 입수할 수 없다. ⓒ박종태

사우나 출입문은 폭이 수동휠체어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았다. ⓒ박종태

목욕탕 내부.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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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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