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이달 중순 중구 태평로(태평오거리~계백로)와 유성구 대학로(충남대오거리~유성네거리)를 점자블록 없는 '유니버설 디자인 거리'로 조성한다. ⓒ박종태

대전시가 시각장애인의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거리'를 계속 조성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시는 이달 중순부터 중구 태평로(태평오거리~계백로)와 유성구 대학로(충남대오거리~유성네거리)를 남녀노소, 장애유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인증기준에 적합하게 설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최우수 예비인증을 받은 중리길 570m 거리와 대전국토관리청 용전4가~중리4가 2.4km 구간에 이어서다. 이곳은 공사가 완공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본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유니버설 디자인 거리'는 인도에 자전거도로 바로 옆에 보행안전구역이 만들어져 있다. 보행안전구역의 양 옆에는 선형블록(시각장애인에게 방향을 유도하는 점자블록) 대신 검은색 대리석이 길게 설치돼 있어 가운데의 구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한 골목길 횡단보도에는 안전을 위해 우선멈춤을 알려주는 점형블록 대신 색상이 다른 대리석을 설치하고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 거리'는 골목길 횡단보도에 점형블록 대신 대리석이 설치된다. 사진은 지난해 5월 공사 당시 대전국토관리청 용전4가~중리4가 2.4km의 골목길 횡단보도 모습. ⓒ박종태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시각장애인들은 불편 없고 안전한 이동권 보장을 받지 못하는 환경으로, 안전사고 노출의 위험까지 우려하고 있다.

횡단보도 진입부분에 경고용 우선멈춤을 알려주는 점형블록과 선형블록이 설치돼지 않고, 대리석만 설치하면 흰 지팡이나 발로 눌렀을 때 느낄 수 없어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이는 횡단보도에 점자블록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시행규칙에 따르면 횡단보도의 진입부분에는 점형블록을 설치하고, 이를 유도하는 부분에는 횡단보도의 진행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보도등과 차도의 경계구간으로부터 보도등의 폭의 5분의 4가 되는 지점까지 선형블록을 설치해야 한다. 또한 횡단 도중의 일시대기용 안전지대와 횡단보도와의 경계부분 중 안전지대 쪽에는 점형블록을 설치하고, 이를 유도하는 부분에는 횡단보도의 진행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선형블록을 설치해야 한다.

대전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우식(시각장애1급) 권익옹호위원장은 "법규를 어기고 횡단보도에 점형블록을 설치하지 않는 것은 시각장애인들의 안전한 보행을 외면하는 처사"라며 향후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청 담당자는 "중리길 대전국토관리청 용전4가~중리4가 2.4km와 똑같이 공사를 할 것"이라며 "골목길 횡단보도도 점형블록 대신 색상을 달리해 설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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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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