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장애인차별상담네트워크가 16일 가진 기자회견 모습. 이날 경남장애인차별상담네트워크는 지적장애 여성의 성폭력 피해에 대한 경남원스톱지원센터의 비 전문적인 진술조사 방식을 비판했다. ⓒ경남장애인차별상담네트워크

성폭력 피해자의 상담·의료·수사·법률을 지원하기 위해 경남도와 경남경찰청이 만든 '경남원스톱지원센터'가 지적장애 여아에게 특성을 고려한 제대로된 지원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와 진위 여부에 따라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경남장애인차별상담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1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을 당한 지적장애 여아에 대한 경남원스톱지원센터의 비전문적인 진술조사 방식을 비판했다.

네트워크는 "수석상담사가 지난 6월 25일 지적장애 1급인 성폭력 피해 여아 신뢰관계자로 함께 경남원스톱지원센터에 방문했다"면서 "당시 진술조사 단계에서 피해 여아는 장애특성 상 낯선 장소 때문에 담당 경사의 질문에 집중하지 못했고, 정서적 안정에 대한 조치 없이 시작된 경사의 질문에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담당 경사는 성폭행을 당한 사실 유무에 대해서 다그치듯 물어봤고, 피해 여아는 지난 밤 꿈 얘기만 반복적으로 답했다"면서 "이를 지켜보던 경남원스톱지원센터의 아동·장애인 진술전문가는 피해 여아를 복도로 불러 ‘꿈 얘기 하지마’라고 명령하듯 말했고, 두려움에 떨던 여아는 결국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진술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네트워크는 “진술 조사 과정에서 지적장애 여아를 위해 사건 당시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사진 자료나 의사소통을 위한 어떠한 도구도 준비하지 않았다”며 “지적장애를 가진 피해 여아에게 정당한 편의가 제공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당시 편안한 환경과 의사소통 도구를 활용한 재진술 조사를 요청했지만, 한 번 조사하면 끝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며 “결국 담당검사에게 연락해 수사과정에서 장애인 차별이 있었다고 말했고, 검사를 통해 재진술 조사가 받아들여져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네트워크는 또한 "수석상담사가 경남원스톱지원센터의 아동·장애인 성폭력 진술전문가에게 다른 지적장애인에 대한 진술도 이렇게 하냐고 묻자, ‘지적장애인은 대부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한다. 작년에 두 곳의 장애인생활시설의 성폭력 사건도 자신이 조사했는데 정황과 성폭력 사실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해 다른 시설로 보냈다’는 어처구니없는 대답을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네트워크는 경남원스톱지원센터에 ▲아동·장애인 성폭력 진술전문가의 사퇴 ▲성폭력 피해 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도구를 마련하지 않은 채 이뤄진 조사 상황에 대한 공개사과 ▲장애 특성을 고려한 정당한 편의 제공을 위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경남경찰청에게는 지난해 경남원스톱지원센터에서 조사했던 지적장애 여성(장애인생활시설 거주인)에 대한 진술조사 과정과 진술녹화테이프를 공개하고, 장애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문제가 발견될 시 재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경상남도에는 도에서 운영하는 사법·상담기관에서 지적장애인이 성폭력 상담을 받을 때 ‘장애 특성에 따른 정당한 편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상담·복지시설에서 적절한 편의를 제공 받는 지의 여부 등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경남원스톱지원센터 관계자는 "피해자의 모든 말들은 다 진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최대한 많은 말을 하도록 이끌고 있다"며 "밖에서 조사관이 피해자와 말한 사실은 맞지만 '그런 얘기를 하지 말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무조건 사건에 관련된 사진이나 물건을 보여주면서 질문을 이끌어 내면 유도성 질문으로 이끌어 낼 수가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런 자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사진, 도구, 인형 등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조사관의 판단에 따라 사용유무를 결정한다. 그 상황에서는 먼저 피해자가 피해상황에 대한 진술을 다 했고, 정황이 파악됐기 때문에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한 "경남경찰청에서 이러한 주장에 대해 진상 파악을 하고 있고, 그 이후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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