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재단은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약 4개월 동안 ‘대학생 기자단 1기’를 운영했다. 장애인 공익사업 현장을 취재한 기사형 콘텐츠와 재단 홍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재단과 장애인 공익사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한 기자단의 수기를 소개한다. 두번째는 우수활동자 이은실 수기다.

지원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활동 중에 특히 어려웠던 점은 없으신가요? 있었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극복했나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이나 성장한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국장애인재단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재단 지원 사업을 취재할 때 참가자들에게 여러 번 물었던 공통된 질문입니다. 각기 다른 답변을 듣고, 적고, 글로 다듬으면서 인터뷰이분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마치며 위의 질문들을 자신에게 던져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나는 장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다른 사람을 돕거나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처음 기자단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출발점은 장애에 대한 저의 앎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호기심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기자단을 지원하면서 과연 저는 장애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깊게 고민해봤습니다. 가장 먼저 읽었던 책들이 떠올랐습니다.

학교 건물 로비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읽게 된 장애동아리의 문집이나, 코다로서의 경험을 담은 이길보라 감독의 에세이는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정확한 글귀가 남아있을 만큼 좋아하는 책들입니다.

다음으로는 역시 저의 삶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족들이 떠올랐습니다. 장애가 있는 가족 구성원과 평생을 함께 해왔기 때문에 특정 유형의 장애에 대해서는 익숙해졌고 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기반으로 기자단으로 선정되어 활동을 시작할 때에도 큰 부담이나 걱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 나가 취재를 하면서 앎은 다가 아닐뿐더러 심지어 저의 앎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깨달았습니다.

기자단 활동에서 작성한 세 편의 기사. ⓒ 한국장애인재단 블로그 갈무리

기자단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더 이야기하자면, 저는 총 세 번의 개인 과제(취재와 기사 작성), 두 번의 팀 과제(영상물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저의 첫 취재는 드림보이스 서포터즈 인터뷰였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제작하는 사업으로 서포터분은 낭독봉사로 사업에 참여하셨습니다. 운이 좋게도 서포터분께서 아나운서를 지망하셨던 덕에 저의 부족한 질문들에도 논리정연하게 답변을 해주셔서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자조적으로 표현하자면 우문현답이라는 말이 어울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인지 두 번째 취재 현장에서는 더 긴장하고 더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두 번째로는 커리어 점프업 클래스 프로그램에서 인형극 단원분을 인터뷰했습니다. 취재 일정을 신청한 후 발달장애가 있는 단원분을 인터뷰한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사전에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이전 인터뷰 영상도 시청하고, 질문도 여러 번 검토한 후 취재에 나갔습니다.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취재 당일 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얼어붙어 준비한 질문도 제대로 끝내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취재가 모두 마무리되고 귀갓길에 녹취한 내용을 들으면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질문 자체를 인터뷰이분이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하지 못해서 원래 의도한 질문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답변들을 얻게 되었습니다.

문제점을 고민하다가 사전에 작성한 취재 개요를 다시 살펴봄으로써, 개요부터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미리 준비한 질문들이 소통을 위하기보단 일방적인 질문에 가까웠다고 스스로 원인을 파악하고 성찰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현장에서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면 아직까지도 조금 심장이 두근거리고 저의 미숙했던 점에 얼굴이 빨개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저에게 큰 깨달음을 전해준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물론 발달장애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앎’에 관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제가 장애를 몰라서 현장에서 당황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인터뷰가 잘 진행되지 않고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만큼 저와 다른 점이 있는 사람을 마주한 적이 많이 없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경험은 활동을 거듭하며 두 가지 성찰을 저에게 남겼습니다. 하나는 ‘하나로 뭉뚱그려진 장애에 대한 이해’입니다. 가족 구성원도 장애가 있어 소통하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함께 지내면서 소통하는 법을 익혔기에 다른 장애가 있는 사람과도 잘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장애는 하나로 납작하게 이해돼서는 안 되고 각기 다른 장애의 특징이 있고, 또 그 안에서도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성격은 다르기 때문에 그 다른 점들을 인식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둘로 정확한 듯 구분된 장애와 비장애’입니다. 특히 두 번째 취재를 진행하면서 저는 일상생활에서 제가 얼마나 장애와 분리되어 사고하고 또 움직였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전체 인구 중 5퍼센트라는 비율은 적지 않지만 제가 살면서 가족이 아닌 장애인을 만난 경험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장애와 비장애의 삶의 경계를 둘로 나누려고 할수록 서로는 서로의 다름을 더 알지 못하고 더 행동하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다름을 아는 것만큼이나 다름을 많이 만나고 함께 생활하고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자신부터 다름을 더 알고 실천하자는 다짐을 하며, 이후 교내 사회봉사 과목에서도 활동 기관으로 장애복지기관을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봉사자와 비봉사자의 관계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삶에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다름을 행동하는 연습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기자단 활동에서 제작한 두 편의 영상. ⓒ 한국장애인재단 유튜브 갈무리

이 같은 성찰과 더불어 팀 과제에서는 대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제가 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는 철학은 홀로 사유하고 글로 써내는 과제가 주를 차지하기 때문에 전공 수업에서 한 번도 팀으로 과제를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많이 이야기하는 ‘팀플잔혹사’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번 기자단 활동에서 두 개의 팀에 들어가 팀원들과 과제를 진행하면서 ‘장애’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고, 함께 공유하고 있는 생각을 영상으로 표현해볼 수 있었습니다. 항상 같은 의견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의견을 인정하고 조율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짧게 요약해 표현하자면 ‘함께 하는 연습’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팀으로 활동하면서 팀원들과 하나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경험은 다시 학교로 돌아갔을 때도, 또 더 큰 사회로 나갔을 때도 종종 생각이 날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또한, 장애와 비장애가 어떻게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야 할지 저만의 청사진을 그려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비록 기자단 활동은 이제 끝이 났지만, 활동에서 느낀 점들과 이곳에서 만난 인연들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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