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는 매년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근로체험 수기’를 공모하고 있다.

2019년 공모에는 34건의 수기가 접수됐고 심사결과 총 27편의 입상작이 선정됐다. 이중 대상 1편, 최우수상 2편, 우수상 10편을 연재한다. 두 번째는 최우수상 수상작 ‘모든 것은 자기 생각과 마음가짐에 달렸다’이다.

“모든 것은 자기 생각과 마음가짐에 달렸다”

윤석효

저는 8살 때 아주 큰 교통사고로 인해 다리를 하나 잃고 지체장애인 2급이 되었습니다.

그 사고로 인해 어릴 때부터 아주 혹독한 병원 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제가 얼마 못가서 죽을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의 저로서는 죽음에 대한 생각은 해본적도 없고 죽음이라는 것이 마음에 와 닿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죽지 않고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사는 제가 걷는 것은 물론 앉을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저는 사람이 앉을 수 없다는 말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 생각했고 마음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조금 있으면 앉을 수도 걸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의사선생님이 이야기한 내용 때문에 슬퍼하지도 우울해하지도 걱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저는 제 스스로 앉았고 그리고 목발에 의지해 걸어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몸이 많이 좋아져서 퇴원을 하게 되었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학교를 다녔습니다.

학교에서 소풍을 가는 날에는 부모님과 선생님이 항상 저를 소외 시켰습니다. 제가 몸이 불편해서 소풍을 못갈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어린 마음에 정말 소풍이 가고 싶었습니다.

소풍으로 무룡산이라는 곳을 등산하러 가는 날이 있었는데 저는 친구들과 같이 동행을 했고 보란 듯이 정상까지 갔다가 왔습니다. 저는 제가 당연히 갈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나이의 아이들은 축구를 많이 했습니다. 그때도 나도 같이 할 수 있고 친구들이 하는 거라면 나도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같이 축구도 하고 했었습니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어떻게 그렇게 했지?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인이 되면 여러 가지 주어진 환경으로 인해 생각이 막혀 버리고 어떠한 일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고 라는 계산적으로 치중해 판단하고 항상 논리적·합리적으로 ‘안된다’ 혹은 ‘된다’를 판단해서 믿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른이 되어서 다치지 않고, ‘안된다’, ‘못한다’를 모르는 순수한 아이일 때 다쳐서 환경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당연히 된다.’를 믿고 행동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그러한 일로 인해 이런 멋진 교훈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3학년때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에 대한 방향으로 생각하기 보단 몸이 불편하기에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초점을 두었고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도서관 사서가 되기 위해 대구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2학년이 끝나갈 무렵 “내가 하고 싶고 되고 싶어서 문헌정보학과를 다니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선생님의 말씀과 어른들의 말씀 등 주변사람들 이야기에 이끌려 선택한 길이구나”를 깨닫고 3학년 1학기에 자퇴를 했습니다.

또 다시 진로에 대한 고민 끝에 나와 같이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돕고 싶고 다른 장애 유형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서 대구미래대학교 사회복지과를 입학하고 북구종합사회복지관에 몇 개월 일을 했습니다. 그 당시 제가 한 업무는 기초생활수급자분들 가정에 방문하여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캐치한 후 일지를 쓰고, 지적장애 초·중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도시락 배달 등의 일을 했었습니다. 매일 같이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좀 더 도와드리지 못해서 내 마음이 항상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돈을 많이 벌어야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돈을 많이 벌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배워보기 위해 사업(고철장)하는 친구와 함께 2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사업이란 것이 이런 것이 구나라고 저 나름대로 깨달은 후 내 사업, 장사를 해보기 위해 휴대폰 판매점을 창업했습니다. 운영을 해보니 사업, 장사라는 것이 얼마나 고독하고 외롭고 힘든지 사람도 돈도 싫어져서 포기하고 세상에 진거 같은 패배감에 사로잡혀 방황하고 있을 때 친한 형님의 권유로 신정장애인보호작업장에 이용자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신정장애인보호작업장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와 함께 직업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는 시설이며 우리시설은 현수막 인쇄물 제조업을 하고 있는 직업재활시설입니다.

지역사회에 부딪치며 직업을 가지기위해 노력하였지만 사회는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장애를 가진 당사자들이 근무하는 곳이어서 일단 마음은 편안했습니다.

입사하여 저에게 주어진 직무는 한글편집디자인 작업으로 제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장애인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하는 일로만 알고 있었던 직무를 부여해서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부딪쳐보자하고 마음을 다잡아먹었습니다. 고객이 주문하여 의뢰한 원고를 편집하여 책을 만드는 과정에 편집과 표지 디자인 작업을 배우면서 많은 실수를 하면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직장이라는 사회생활에서 사람과 부딪히며 스스로 강하게 살아남는 법도 배웠습니다.

신정장애인보호작업장을 3년정도 근무하면서 이제 맡은 직무를 어느 정도 수행해 내면서 만들어지는 책들을 보며 고객들이 만족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안될 것만 같았던 전무했던 나의 직업능력과 지식들을 하나씩 배워가며 직장에 안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보고 느낀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근무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거나 부족한 장애인분들이 직업재활훈련을 통해 극복해 나가는 모습, 더 적성에 맞는 곳으로 기회를 제공받는 경우를 보며 약하거나 불편하면 살아남기 힘든 약육강식 같은 일반 사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회사를 위해 자신의 역량을 키우며 노력했습니다.

같이 근무하는 비장애인 근로자들은 소비자들이 “장애인이 만든 물건이 이렇지 뭐..”라는 말은 절대 들어서는 안 된다는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장애인 인식개선에 항상 힘쓰며 일에 임하는 모습을 보았으며 높은 자리일수록 장이라는 글자 뒤엔 책임감, 중압감으로 찾아오는 고독한 감정을 사업, 장사의 경험으로 조금은 알기에 “항상 곤두서 계실 텐데“라는 내 생각과 달리 힘든 기색 하나 없이 항상 장애인근로자들 불편사항은 없는지 살펴봐주시고 신경써주시는 큰엄마 같이 포근하고 온화한 원장님을 보았습니다.

항상 우리 이용장애인들의 나침판이 되어 주시는 원장님이하 직업재활을 책임지고 있는 종사자분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나도 미래를 향해 꿈을 키우기로 했습니다.

준비되어 있는 자는 기회가 오면 언제든지 휘어잡을 수 있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직무기술연마와 자기계발과 건강유지를 위한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신정장애인보호작업장은 우리장애인들의 꿈과 희망이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우리 작업장이 발전 할수록 좀 더 많은 장애인분들께 직업과, 생계의 기회가 제공 될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가슴이 뜁니다.

작업장의 사업이 발전하면서 직업재활파트에 사무원 모집공고가 났습니다.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자격요건이 충족되는지 직업상담을 하고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담당업무는 회계행정업무라고 했습니다. 주저 없이 도전하였고 사무원공개채용에 당당히 합격하여 신정장애인보호작업장에 종사자로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신정장애인보호작업장에 2016년도에 입사하여 3년동안 이용근로자로 근무를 하고 2019년 올해 2월에 사회복지시설의 종사자로 재입사를 하면서 새로운 꿈과 희망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애사심과 동료애가 넘치는 신정장애인보호작업장의 번영과 발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에게 어두운 세상에 빛과 희망을 가르쳐준 신정장애인보호작업장 그 속에 직원여러분들 항상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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