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장애인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 배정'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서인환

여야가 제20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로 장애인계를 대표할 인사를 배제하거나 당선 안정권 내 순번을 부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장애인계가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이 지난 22일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명단(45명)에 신청자 중 장애인당사자인 장애인계 인사가 비공개를 포함해 3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 2000년 비무장지대 수색 중 부상당한 후임병을 구하려다 지뢰를 밟고 두 다리를 잃은 이종명(남, 56) 예비역 대령이 비례대표 2번을 낙점 받았으나 장애인을 대변할 장애인계의 인사는 아니라는 평가다. 또한 비례대표 41번을 받은 한정효(여, 57) 제주도 신체장애인복지회 회장도 사실상 당선권 밖이다.

더불어민주당도 23일 비례대표 후보자 최종 명단(36명)을 밝혔는데, 당선 안정권으로 정한 20번 내에 장애인계 인사는 없었다. 최경숙(여, 49, 지체장애)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27번, 김영웅(남, 36, 지체장애) 더민주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이 30번에 배정됐을 뿐이다.

국민의당 또한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18명)에 장애인당사자인 김임연(여, 48) 대한장애인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과 정중규(남, 58)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당선이 힘든 15번과 16번을 받아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국민의당은 당선 안정권을 6번까지로 잡고 있다.

지난 17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여당과 야당이 소수자인 장애인들의 목소리 대변의 필요성을 인정, 장애인계 인사를 당선 안정권에 추천해 왔던 것과 대비된다.

이에 따라 장애인계는 22일과 23일 각각 성명서를 발표하며, 장애인계 인사를 당선 안정권에 배정하지 않은 여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23일 오후 2시 30분부터 4시까지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인 뒤 장애인계를 대표할 인사 비례대표 안정권 배정의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새누리당은 당내 권력다툼을 하면서 장애인당사자들을 대변할 장애인 비례대표 후보의 자리를 뺏었다. 즉각 후보자들을 재심의 해 당선권 내에 장애인 후보를 배정해야 한다"면서 "만약 배정이 되지 않을 시 새누리당은 더 이상 장애계에게 표를 요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장애인 비례대표를 당선권에 우선배정해 장애인의 절박한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목소리를 외면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대선에서 지금까지 했듯이 장애인 표를 모아달라고 할 것"이라면서 "우리 장애인 유권자는 총선과 대선에서 이에 대한 철저한 심판을 할 것이다"라고 입장을 공고히 했다.

2016총선장애인연대도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추천 후보자 45명을 발표했지만 당선권 내는 고사하고 가장 후순위에 장애인계 인사 1명을 배정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장애인이기는 하지만)군인으로서 장애계를 대표할 수 없는 인사를 2번에 배치한 것 이외에는 적극적인 실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번 새누리당 비례대표 명단은 장애계의 간절한 요구를 무시한 결과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떠나 제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더 이상 장애인 문제를 적극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장애인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과 내년 대선에서 철저한 심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6부산총선장애인연대는 "여야 모두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발표했지만 당선권 내에 든 장애인은 아무도 없다. 장애인이 250만명이지만 정작 장애인을 대표할 인물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책임있는 정당에서는 정확한 근거에 의해 최소 2석 이상의 장애인 비례대표를 당선권 내에 배정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총선 비례대표 선정과 관련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보이고 있는 일련의 작태에 대해 전국의 장애인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장애인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장애인들의 미래와 희망의 숟가락마저 빼앗은 정당에 대해 엄중히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17대부터 여야는 장애계를 대표하는 장애인 당사자를 당선안정권의 비례대표에 배정했지만 이번 20대는 여야 모두 최우선은 고사하고 당선안정권에 한명도 포함시키지 않았다"면서 "너무 어이없는 행태에 장애계는 비통하고 참담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안정권 안에 장애인 당사자를 배정하는 것이 시대의 강력한 요구임을 인지하고 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해 장애인 유권자의 목소리에 응답해야할 것"이리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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