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제25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체장애인으로 선진 영농기술을 개발·보급해 농촌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박태현씨를 비롯한 5명을 ‘올해의 장애극복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장애극복상’은 지난 96년 우리나라가 제 1회 루즈벨트 국제장애인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제정됐다. 자신의 장애를 훌륭하게 극복한 장애인을 발굴·시상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과 사회 통합에 기여한다는 것이 이 상의 취지다.

[리플달기]장애인의 날, 여러분은 행복하십니까?

선진 영농기술을 개발·보급해 농촌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딸기박사' 박태현 씨. <사진제공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장애도 가난도 날려버린 '딸기박사'

박태현 상남농협 이사

다리에 보조기를 차고 농사를 지으며 사는 박태현(남·56세·지체장애3급)씨는 지역사회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다.

5남매의 장남으로 부모가 돌아가시자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고장난 전자제품을 고치던 그가 농사꾼의 길을 선택한 것은 26년 전. 땅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그는 뿌린 만큼 돌려주는 땅의 진실성에 대한 신뢰 하나로 젊은이들이 모두 떠난 농촌으로 돌아가 딸기와 단감 등 과수와 보리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후 박씨는 ‘죽어가는 농촌을 살려 잘 사는 마을로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갖고 농업기술에 대한 공부와 연구를 통해 다수확 생산방식을 터득하게 되고, 이러한 연구결과를 지역민들과 공유함으로써, 상남면은 이제 평균 월소득 3백여만원에 이르는 부자마을이 되었다.

2000년에는 ‘간단건조재배’라는 우수딸기 재배 신기술을 개발하여 현재 상남면에서 재배하는 딸기 전량을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먹거리 사업에 성공한 DM푸드바스켓 김갑주 대표이사. <사진제공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먹거리 사업에 성공한 시각장애인

김갑주 DM푸드바스켓 대표이사

시각장애인으로서는 드물게 제조업에 뛰어들어 성공한 전문 기업경영인 김갑주(남·43세·시각장애1급)씨는 안마나 침술업에 치우쳐 있는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의 직업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김갑주 이사는 망막색소변소증(망막 시세포증이 차차 침해를 받는 유전성변성질환)으로 22세 때 중도실명한 뒤 경제적 자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커피숍 등을 운영하며 사업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1992년 ‘건강한 먹거리 제공’을 목표로 야채 뷔페식당 운영을 시작으로 두메푸드시스템, 두메외식산업, 두메김치, DM 푸드바스켓 등으로 사업을 확대, 현재는 연간 9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는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시켜왔다.

또한 그는 1987년부터 24명의 무의탁 장애아동들의 생활공동체인 ‘꿈동산 그룹홈’을 운영, 무의탁 장애아동들에게 삶의 터전과 희망을 제공하는 한편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과 지역 내 장애인 단체들을 지원함으로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영화'말아톤'의 실제주인공으로 마라톤 풀코스 완주는 물론 철인3종 경기에 도전해 성공한 배형진 씨. <사진제공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백만 불짜리 다리 가진 마라토너

발달장애인 마라토너 배형진씨

전국 400만명 이상이 본 영화 ‘말아톤’의 실제주인공 배형진씨(남·22세·정신지체2급)는 마라톤 42.195㎞ 풀코스 규정시간 이내 완주는 물론, 비장애인들도 엄두조차 못내는 수영(3.8㎞), 사이클(180.2㎞), 마라톤(42.195㎞)을 17시간 안에 달려야하는 철인 3종 경기(트라이애슬론)에 출전하여 15시간 6분 32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세상을 놀래킨 철인이다.

배형진씨는 어렵고 힘든 훈련과정을 이겨내고 경이로운 기록을 세움으로써 장신지체(발달장애)도 극복할 수 있는 장애임을 증명했다. 배형진 씨는 이 땅의 모든 장애인과 장애인보다 더 큰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장애인 부모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었으며, 발달장애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거나 편견을 가진 비장애인들의 인식을 바로잡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마라톤 완주에 그치지 않고 특수학교 졸업반이던 지난 2003년 10월 악기부품 제조회사에 취업하여 현재 건실한 직장인으로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청각장애인으로 최초로 복지관 관장이 된 대구청각언어장애인복지관 이태훈 관장. <사진제공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국내 제1호 청각장애인 관장

이태훈 대구청각언어장애인복지관 관장

지난 2003년 2월 개관한 ‘대구청각·언어장애인복지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태훈(남·47세·청각언어장애2급)씨는 국내 제1호 청각장애인 관장이다.

지방에 거주해 교육 기회를 얻기 어렵고, 이동의 불편 등으로 정보접근이 크게 떨어지는 장애인들을 위해 이태훈 씨는 교육, 고용,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각장애인들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데 기여해왔다.

특히 1999년 지방 방송 최초로 대구 KBS에 수화 통역사를 배치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대구지역이 국내 최고 수준의 청각장애인에 대한 복지제도를 갖추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태훈씨는 또 1986년부터 수시로 소록도를 방문, 나환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치는 등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며 자원봉사를 해왔다.

현재 그는 대구 지역 농아인 권리찾기 추진위원회를 조직하여 농아인실업자 직업교육, 농아인 작가작품 순회전 등을 개최하여 농아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무료로 책을 빌려주고 장애인들에게 배달도 해주는 전북장애인손수레자립생활협회 임희석 회장. <사진제공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책 빌려주는 평화동 ‘희망전도사’

임희석 전북장애인손수레자립생활협회 회장

7개월 만에 태어나 휠체어를 이용해야만 하는 장애인이 된 임희석(남·39세·뇌병변장애1급) 씨는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원하는 책을 빌려볼 수 있고,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배달도 해주는 무료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임희석씨는 자신처럼 어렵게 공부하고, 또 공부를 하고 싶어도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중증장애인들에게 희망의 싹을 틔워주고 싶어 전주시 평화동의 한 아파트 단지 8평 남짓한 콘테이너 박스에 ‘깊은 샘 작은문고’라는 명패를 붙이고 무료 도서대여를 시작했다.

전주시에서 버스로 2시간 이상을 달려야하는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학교 갈 나이가 되어서도 부모님이 5㎞나 떨어진 학교까지 그를 데리고 다닐만한 여력이 없어 17살이 되어서야 집을 떠나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초등학교 검정고시와 안산 명혜학교를 거쳐 방송통신대 교육학과와 한일장신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임씨는 장애인 상담실 및 모임체인 ‘샘물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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