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늘해랑보호작업장에서 ‘곤충시료 선별사’로 근무 중인 이이 씨.ⓒ에이블뉴스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늘해랑보호작업장에서 ‘곤충시료 선별사’로 근무 중인 이이 씨(남, 28세, 발달장애)는 국립공원공단연구원에서 보내온 야생에서 채집된 곤충시료를 1차적으로 분류하고 표본으로 만드는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는 식물 표본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곤충시료를 선별하는 작업은 곤충연구를 위해 필수로 선행돼야 하는 것으로, 주로 연구자가 직접 작업하거나 관련 학과의 대학(원)생, 단기 인력으로 채용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해왔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2019년 사회적 가치 추진을 목적으로 ‘곤충시료 선별사 양성과정 현장중심 직업훈련’ 시범사업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중증장애인도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후 2020년부터 국립생태원, 한국장애인개발원(이하 개발원)과 협업을 통해 사업을 확대해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이이 씨가 표본 작업한 곤충시료 표본.ⓒ에이블뉴스

이이 씨 2015년 5월부터 늘해랑보호장업장에서 개발원 직업적응훈련생 과정을 3년간 거친 뒤, 작업장 자체 작업 활동 훈련생으로 지내왔다.

이후 2020년 ‘곤충시료 선별사 직업훈련’의 대상자로 선정됐고, 늘해랑보호작업장에서 취업연계형으로 훈련을 받아 취업까지 이어졌다.

늘해랑보호작업장 김호연 직업훈련교사는 “곤충을 다루어야 하고 완전히 새로운 작업인 만큼 단순히 인지능력 등 직무 수행능력이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곤충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새로운 일에 시도를 하는 성향이어야 하는데,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이이 씨가 대상자로 딱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이 씨는 “사실 처음에는 곤충을 만져야 한다는 게 조금 무서웠다”며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할 수 있을까?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더 강해 적극적으로 임했다고.

그는 “처음 정규직이 됐을 때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도 가지게 됐다. 이제 단순히 훈련생이 아닌 임금을 받는 근로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표본 작업을 할 때 자세를 계속 숙이고 있어야 해서 목이 조금 아픈 것을 제외하면 지금 하는 일은 다 좋고 마음에 든다. 이제 익숙해져서 곤충도 무섭지 않다”며 밝게 웃었다.

곤충시료 표본 작업을 하고 있는 이이 씨.ⓒ에이블뉴스

인터뷰 시간 내내 밝은 웃음을 보여준 이이 씨는 특유의 높은 친화력과 밝은 성격으로 작업장 내에서도 인기가 많다.

김호연 직업훈련교사는 “이이 씨는 취업 전부터 워낙 밝고 동료들을 잘 도와주는 사람이어서 일을 시작하고 나서도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여전히 동료들을 잘 도와주고 늘 밝은 모습으로 일하고 있다”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자기 일에 더 집중하고 책임감이 강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이 씨는 “앞으로 일을 더 열심히, 잘하고 싶다”면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일을 잘 못 해도 도와주시는 사람들이 있다.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취업이)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2020년 시작된 ‘곤충 시료 선별사 양성과정 현장중심 직업훈련’은 2020년과 2021년 2년 동안 장애인보호장업장 5곳에서 총 20명의 훈련생이 참여했고, 현재는 13명의 근로자가 취업을 유지하고 있다.

개발원 직업재활팀 이다흰 대리는 “국가와 공공기관에서 추진하는 연구 분야에서는 다양한 선별 작업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곤충시료 선별사가 하나의 사례가 돼 다른 연구 분야에서도 장애인 전문 일자리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환경부 산하 지원기관에서도 곤충연구 분야에 대한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 가능성을 직접 확인해 전문적인 일자리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사업예산 확보 등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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