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출전문기업 유베이스 인터네셔날에서 근무하고 있는 홍승민 씨. ⓒ에이블뉴스

서울 성동구 뚝섬로에 위치한 의류를 제작 및 수출하는 글로벌 수출전문기업 유베이스 인터네셔날. 홍승민(24세, 자폐성장애) 씨의 일터다.

영어 회화 공부를 유독 좋아하던 승민 씨는 영어 능력을 필요로 하는 직무에 채용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승민 씨가 맡은 업무는 회사에 도착한 해외 물류를 분류해서 해당 물류 업체와 수신함을 작성하는 등 해외 배송 물품 택배 관리와 영어 번역이다.

승민 씨는 훈련과정부터 취업 확정 통보를 받았을 때 그리고 첫 출근 순간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기억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까? 무엇을 담당하게 될까? 어떤 것을 질문해야 하지?” 긴장을 많이 했던 만큼 처음에는 실수도 잦았지만, 현재는 업무에 적응해 직무가 적성에 딱 맞는 것 같다며 활기차게 답했다.

글로벌 수출전문기업 유베이스 인터네셔날에서 근무하고 있는 홍승민 씨가 영어 송장주소 번역 후 구글시트에 정리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아스퍼거증후군으로 인해 또래 친구들과 함께하는 대화도, 학교생활도 힘들기만 하던 승민 씨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혼자서 하는 영어 공부였다.

홍승민 씨는 대인관계가 어려운 탓에 혼자서 컴퓨터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발달장애인전문대학 호산나대학교의 사무자동학과를 선택했다. 이 선택은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기회로 이어졌다.

2019년 5월 학교 측의 소개로 호산나대학교와 꾸준하게 네트워크 연계를 하고 있는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 직업재활센터를 통해 모의 면접을 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은 한국장애인개발원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 수행기관으로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직업상담 및 평가를 통해 강점중심의 직업재활계획수립 및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승민 씨가 영어에 강점이 있다는 것은 초기면접에서부터 나타났다.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 김승환 장애인재활상담사는 “초기면접을 진행하면서 영어 이야기를 할 때 눈이 반짝거리는 승민 씨의 강점을 보았다”고 기억했다.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은 승민 씨를 위해 실제로 근무하며 영어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체를 개발하고 승민 씨와 모의 면접을 훈련하며 취업 알선에 도전했다.

그 결과 2019년 8월 취업에 성공, 현재 글로벌기업 유베이스인터내셔널에 정규직으로 채용돼 약 1년 9개월 동안 근무하고 있다. 승민 씨의 관심 분야를 파악하고 강점을 살리는 강점중심의 맞춤형 직업재활서비스가 빠른 취업의 발판이 된 것.

글로벌 수출전문기업 유베이스 인터네셔날에서 근무하고 있는 홍승민 씨가 해외 배송된 송장을 관리하고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첫 출근 때부터 함께 일했던 파트너 직원 박성길 씨는 “승민 씨가 자기 스스로 일을 너무 잘하고 있다”면서 책임감이 강하고 스스로 누구에게 도움이 되자는 마음가짐을 강점으로 뽑았다.

그는 “사실 딱히 지원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그냥 회사를 불편해하는 것 같아 장난치고 놀고, 회사를 편하게 생각하게 하려는 정도였다”며 웃었다.

하지만 김승환 장애인재활상담사는 박성길 씨의 태도와 행동이 승민 씨가 회사에 적응하고 사회활동을 하는 데 도움을 줬던 큰 원동력 중 하나라고 뽑았다.

복지관에서 승민 씨의 취업 초기에 유지 지원을 위해 주 1회 방문하고 전화를 하는 등 사후관리를 했는데 박성길 씨는 문제가 발생하거나 고민이 생기면 복지관에 바로 전화해 문의하고 상담을 진행하면서 승민 씨를 이해하고 관계를 좁혀나갔다는 것이다.

“취업 초기에는 관심 분야인 영어에 관한 이야기만 주로 하거나 업무에 대해 혼자 자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업무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소통하고 있고 또 영어를 잘하다 보니 업무를 너무 잘 수행하고 있어요.”

홍승민 씨는 사회 초년 장애인에게도 “일을 시작하면 많이 떨리고 업무를 하면서 실수도 많을 테지만 주눅들지말고 실수를 보고, 계속해서 실수를 통해 배워 나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편 승민씨의 취업기는 한국장애인개발원 ‘2021년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 취업 우수사례 공모’에서 최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2008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 받아 총괄 수행 기관으로 선정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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