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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해보고 후회하리라

시각장애 김문희 씨의 삶 - ③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10-03 09:35:52
“그런데 2학년 담임은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라고 했지만 그래도 공부는 좀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대전맹학교에서 사물놀이부 담당은 시각장애인 이만희 선생이었다. 이만희 선생도 열심이었지만, 그러나 사물놀이를 직접 가르치는 것은 외부 강사였다.

“선생님께서 저를 가르쳐 보신 후에 학생들을 함께 가르치기를 권하셨고, 강사 선생이 오지 않은 날은 제가 주가 되어 사물놀이를 가르치고 리드했습니다.”

사물놀이 반은 하늘로 널리 퍼지는 소리라고 해서 '하늘소리'라는 팀 이름을 짓고 2008년 11월 '전국장애학생예능제'에 참가했다.

“이만희 선생은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학생들이 어떤 일이든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면 장애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만희 선생은 학생들이 스스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도했는데, '전국장애학생예능제'에서 ‘하늘소리’가 대상을 받았다.

“대상이라니, 이만희 선생은 물론이고 학생들도 얼싸 안고 펄쩍펄쩍 뛰면서 춤을 췄습니다.”

사물놀이 공연. ⓒ중앙일보 에이블포토로 보기 사물놀이 공연. ⓒ중앙일보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래도 대상이라니, 꿈만 같았다. 이를 계기로 '제3회 TJB 장애학생음악콩쿠르'에 나가서 이번에도 대상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전국대회에 나가서 두 번 씩이나 대상을 받자 학생들의 기분도 업 되어서 더욱 열심히 연습을 했습니다.”

여태까지는 장애인대회였는데 대상을 받자 이만희 선생에게 일반인 대회에 나가보라고 하더란다.

“이만희 선생님이 일반대회에 한번 나가 보자고 해서 우리 모두 환호성을 질렀고 피나는 연습을 했습니다.”

사물놀이에서는 어떤 악기를 담당하나요.

“저는 장고를 담당하는데 상황에 따라 상쇄나 상장구를 맡기도 했습니다.”

사물놀이는 사물(四物)인데 대회에도 네 명만 나가나요.

“보통은 북 2명, 장고 2명, 괭과리 2명 그리고 징 1명해서 일곱 명인데, 항상 이렇게 나가는 것은 아니고 부쇄(상쇄가 리드를 하고 부쇄는 받쳐 주는 역할)가 징을 치거나 북이 하나만 나가거나 장구를 혼자 하거나 인원은 변동이 잦았습니다.”

2010년 9월 일반대회인 '제10회 전국사물놀이대회'에 참가해서 열심히 연주했으나, 연주가 끝나자마자 이만희 선생은 결과도 보지 않고 학생들을 봉고 버스에 태우고 대전으로 향했다.

“선생은 학생들이 실망할까봐 결과도 안 보고 나왔는데, 차를 타고 대전맹학교로 돌아가는데 주최 측에서 3등 동상이라고 알려 주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1989년 공주에서 공주사물놀이축제를 시작했는데 2008년부터 이를 ‘세계사물놀이대축제’로 격상시켰다. 주최되는 시도와 사단법인 사물놀이 한울림(이사장 안숙선, 예술감독 김덕수)이 공동 주최하는 ‘세계사물놀이대축제’는 최고상에 대통령상이 수여되는 전통공연예술 경연대회 중 최고의 권위를 자랑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외국인과 재외동포가 내국인과 함께 경연에 참여하는 글로벌축제로 3일간이나 지속되었다.

“2010년 논산에서 개최되는 ‘세계사물놀이대축제’에 우리가 출전한다는 겁니다.”

순위나 승패에 상관없이 그 축제에 나간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었다.

“축제는 겨루기 뽐내기 등 3일간이나 계속했는데 우리 ‘하늘소리’가 3등을 했습니다. 김덕수 선생님도 그때 만났고요.”

사물놀이를 하면서 자신감도 얻었고,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했지만 사물놀이는 어디까지나 취미이고 그래서 사물놀이를 전공할 생각은 없었다.

“맹고 때는 주말마다 집에 가지는 않았습니다. 행사나 연습이 없는 주말에는 기숙사에서 좀 편히 쉬기도 했습니다.”

투포환 대회.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투포환 대회. ⓒ이복남
대전맹고에서는 사물놀이 외에 투포환 투창, 원반던지기도 했단다.

“처음에는 학교의 권유로 시작했는데 투포환을 잘 해서 대회에도 나가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물놀이도 투포환도 고3과 함께 끝이 났다. 사물놀이를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까.

“할 수만 있다면 다시 하고 싶기도 해서 대전에서 사물놀이 해 보기도 했으나, 현재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그는 대전맹고를 졸업했고 특수교사 보다는 사회복지사가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나사렛대학 사회복지과에 원서를 냈고 합격했습니다.”

그래서 나사렛대학을 졸업했을까.

“아니요. 그때 엄마가 좀 아프셔서 수술을 했습니다.”

준비했던 대학등록금을 어머니 수술비로 사용했다. 어머니가 그러라고 했을까.

“엄마는 자기걱정 하지 말고 대학을 가라고 했지만, 제가 싫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대학에는 가지 못했다.

“대전맹학교 전공과에 들어갔습니다.”

전공과에서는 무슨 공부를 하는가.

“맹고를 졸업하면 안마사 자격증이 나옵니다. 오전에는 전공과에서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헬스키퍼로 돈을 벌었습니다.”

헬스키퍼(health keeper)는 기업 등에 설치된 안마시설에서 직원의 건강관리 등의 복지를 담당하는 국가자격 안마사를 말한다. 헬스키퍼 제도는 1970년대 일본에서 처음으로 시행되었는데 1997년 백화점 매장 여직원 대상 시범사업으로 국내에 첫 도입되었으나 IMF로 유명무실했다. 그 후 2006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헬스키퍼를 도입했는데, 몇몇 기업이 사원 복지를 위해 헬스키퍼 채용을 시작했다.

“전공과에 다니면서 오전에는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헬스키퍼를 하고 저녁에는 공부를 해서 요양보호사도 땄습니다.”

대전맹학교 전공과 3년을 마치고 **대학 사회복지과에 입학했다.

그런데 전공서적이 없었다. 전공서적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점자도서, 점자전자도서, 데이지도서, 녹음도서 등 대체도서(자료)가 없었던 것이다.

“전공서적은 엄마가 녹음을 해 주시거나, 아니면 엄마가 컴퓨터로 타이핑을 해서 워드작업을 해 주시면 시각장애인 전용 독서기인 점자정보단말기(점자노트북) 한소네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관련 자격증 시험에도 도전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싶었는데 부산에서는 컴퓨터를 배우는 데가 없어서 방학 때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으로 공부를 하러 다녔습니다.”

대학 졸업식에서.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대학 졸업식에서. ⓒ이복남
서울로 컴퓨터 공부를 하러 다니다보니, 부산에도 장애인에게 컴퓨터를 가르쳐주는 방문교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일주일에 두 번씩 서울까지 컴퓨터 공부를 하러 다녔는데, 부산에도 방문교사가 있다니, 그 사실을 알고 처음에는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방문교사를 파견한다는 체신청에 연락을 했다.

“컴퓨터 선생이 집으로 왔는데, 자기도 시각장애인은 처음이라며 조심스러워했습니다.”

컴퓨터 선생에게 여러 가지를 배웠다.

“컴퓨터 활용능력 관련으로 아이티큐(ITQ) 자격시험에 응시했는데 부산에서는 시각장애인이 처음이라 스크린리더도 없다고 해서 제 컴퓨터를 들고 가서 시험을 쳤습니다.”

그렇게 아이티큐 자격증을 따고,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xx자립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다.

연애는 해 보셨어요.

“학교 다닐 때는 사귀는 사람도 있었는데, 지금은 결혼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습니다.”

어떤 것을 하고 싶을까.

“예전에는 대전에서 ‘하늘소리’라는 사물놀이 팀을 만들어서 열정 있는 아이들에게 사물놀이를 가르쳤는데, 지금은 별로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종합사회복지관 같은데서 단 1명에게라도 작은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고, 사회복지사로서 성장하고 상담분야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대학에서 평생교육사는 취득을 했고, 남은 것은 심리학 공부도 하고 싶고 타로카드도 배우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못해보고 후회하느니 보다는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하던가.

“너는 시각장애인이니까 못해! 하는 남의 말에 기죽을 필요도 없고 휘둘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가 친구 같고 멘토 같다고 했는데, 아버지는 어떠세요.

“아빠도 어릴 때는 같이 다녔지만, 학교생활을 할 때부터는 그저 묵묵히 지켜보시기만 하셨습니다.”

장애인은 틀림이 아니고 다름이고 개성이다. 그의 어머니는 진작부터 그 점을 알고 딸에게 잘 가르치신 것 같다.

누구나 살다 보면 인생의 터닝포인터가 올 때가 있다. 그때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때를 잘 알아서 티핑포인트를 잘 활용하는 것 또한 살아가는 지혜일 것이다. <끝>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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