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 조선영 팀장(33세).ⓒ한국척수장애인협회

물리치료사 그리고 척수손상…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픈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마음이 저를 물리치료사의 길로 접어들게 한 큰 원동력이 되었고 대학교 졸업 후 전북대학교병원에서 근무하며 꿈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 인생을 180도 바꿔버린 사건이 생겼어요.

일이 끝나고 친구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운전자의 음주운전으로 차가 다리 아래로 추락했어요. 그렇게 교통사고로 경수 4,5번이 손상되었고 올해로 10년이 되었네요.” 그녀는 차분한 어조로 그때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해주었다.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와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제가 입원한 병원에서 환자가 아닌 휠체어 탄 사람이 병원에 와서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어요. 그때 저 역시 장애수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병원생활을 오래하여 지쳐있는 상태였는데 그 분이 지속적으로 방문하여 상담도 해주시고 정보 제공도 해주었어요. 특히 척수장애인이 되었어도 다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분이 바로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의 ‘정보메신저’이었더라고요. (웃음)”

그 후 그녀는 전북척수장애인협회의 동료상담도 받게 되었고 나아가 좋은 인연을 지속해 2016년부터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가 만났던 정보메신저를 떠올리며 전북 지역의 초기·칩거 척수장애인의 일상복귀를 지원하는데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프로그램 기획부터 초기·칩거 척수장애인의 진정한 일상복귀까지

“지금까지 대상자 중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한분이 계세요.(웃음) 흉수 손상으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였는데 척수장애에 대한 정보가 없어 병원에만 칩거하고 계셨어요. 이후 동료상담가를 파견하여 심리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였고 코디네이터를 연계하여 함께 지역사회복귀 계획을 수립하고 훈련을 진행했어요.

처음에 장애를 갖기 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되지 않아 심리적으로 힘들어 하기도 하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참여하셨어요. 이 외에도 휠체어 사용, 주거환경에 문제가 있어 전북협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휠체어스쿨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다양한 휠체어 기술을 배워 이동능력을 향상시켰고 주거편의시설 지원사업을 통해 욕실 확장과 문턱을 제거해주어 집에서의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양궁, 휠체어 사이클 등 여러 가지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하시고 계세요. 많은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 분이 지역사회코디네이터가 되셨다는 것이에요. 자신이 받았던 것만큼 다른 초기·칩거 척수장애인들을 위해 힘쓰겠다고 먼저 말씀해주셨거든요.

이 분을 통해 병원에 고립되어 사회와 단절되었던 한 사람이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변화하고,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의 개입과 맞춤형 커뮤니티 안착 프로그램을 통해 일상복귀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그 때의 그 뿌듯함은 잊지 못할 거예요.”

특히 그녀는 물리치료, 사회복지, 장애인 당사자의 융합된 관점으로 대상자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기획·지원하며, 심리지원·사회활동·주거환경 등 척수장애인의 재활과 사회복귀에 필요한 것들에 대한 도움을 많이 주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중앙회에서 진행된 솔루션 위원회에 참석한 조선영씨(왼쪽에서 두 번째).ⓒ한국척수장애인협회

척수장애인 일상복귀지원을 위한 제도 신설 희망

“교통사고나 질병으로 갑작스럽게 척수손상이 된 중도·중증·중복의 척수장애인에게는 맞춤형으로 지원시스템이 갖춰져야 해요. 또한 초기·칩거 척수장애인의 일상복귀를 지원하는 것들이 민간영역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영역에서 정책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민간영역에서는 한계점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리고 지역특성상 고령척수장애인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이들에게 필요하고 적합한 서비스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한 초기·칩거 척수장애인들이 많이 계세요. 그 분들이 다시 사회와 소통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 재활분야에 전문성이 필요해요. 그래서 최근 장애인재활상담사 자격증도 취득하고 재활복지대학원에 다니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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