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아티스트 고홍석 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20년째 풍선아트 한우물 만을 파고 있는 그는 풍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준 높은 전시회를 국내외에서 진행하고 있다.ⓒ에이블뉴스

풍선 아티스트 고홍석 씨(남, 48세, 시각장애 1급)는 풍선으로 공기를 조각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팽창의 한계를 넘지 않는 풍선을 통해 채움과 비움의 미학을, 프레임 안에 갇힌 사고의 틀을 깨버리기도 한다.

벌써 20년 한 우물 인생이다.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예술로서 인정받기 위해 꾸준히 전시를 열고 있다. 전시를 하는 동안 "터지면 아깝지 않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듣는단다.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죽게 되고, 꽃도 시들잖아요. 시간의 차이일 뿐이지 영원한 것은 없어요. 소재가 가진 특징 자체만을 두고 ‘별로다’라고 하면 세상에 가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 작가와 ‘풍선아트’의 인연은 1998년, 아주 우연히 찾아왔다. 10대 때 난치성 면역질환인 베체트증후군이 눈에 이상을 가져오면서 시력을 잃은 고 작가가 오랜 시간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무기력증을 극복하기 위해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를 찾으면서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고 작가는 강사의 설명을 듣고, 막연히 따라 하다 조금씩 응용하며 풍선의 매력에 푹 빠졌단다. 벌써 20년째 한우물을 파는 고 작가는 3권의 저서와 사업체까지 운영하는 전문가로 발돋움했다.

작품 작업을 하고 있는 고홍석 작가 모습.ⓒ고홍석

머릿속에서 구상한 작품을 아내 노유미 씨에게 말로 설명하면, 노 씨는 일러스트, 포토샵 작업을 통해 이미지를 만든 후 확인작업을 여러 차례 거친다. 그렇게 만들어진 도안으로 현장 작업을 시행하게 된다.

쉽게 터져버리는 물리적인 제약이 있는 풍선 특성상 미리 작품을 작업하기보다는, 현장 작업을 거치는데 길게는 3주까지 작업하기도 한다.

32m 규모의 대형 용부터 앙증맞은 캐릭터, 셀 수도 없이 많은 작품을 만들어간 고 작가는 평창올림픽을 비롯한 국내 유수한 페스티벌에 출품하고, 미국, 중국, 말레이시아, 대만 등에서 작품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미국 볼티모어의 아메리칸 시각 미술 박물관에 전시회를 진행했다.ⓒ고홍석

지난해는 외부적 요인들로 인해 프레임 안에 갇힌 사고의 틀을 탈피하자는 의미의 ‘예술은 생각하지 마!’ 전시를 성황리 마쳤다. 그에 앞서 지난 2017년에는 미국 볼티모어의 아메리칸 시각 미술 박물관에서 한 달여간 전시회를 진행, 미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에 보도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진행하는 전시회는 유명하지 않으면 주로 지인들이 참석해요. 이게 누구를 위한 전시인지 저는 답답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대중들이 쉽게 접근하게끔 전시 마지막에 다 같이 모여서 세레모니 느낌으로 풍선을 터뜨리는 해체작업을 같이했어요. 터진 풍선을 들고 와서 싸인을 해달라는 미국의 관객들이 참 기억에 남네요.”

고홍석 작가의 작품들 모습.ⓒ고홍석

시각적 요소가 큰 풍선이라는 소재 때문에 고 작가는 “잘 보이지 않으면서 어떻게 하죠?”라는 질문과 방송 섭외 요청이 쏟아지지만, 그리 유쾌하지 않다. 굳이 ‘장애’라는 타이틀을 앞세우고 싶지 않단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풍선 작품을 만든다’가 아닌, ‘풍선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장애도 있다’로,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달라져요. 장애를 먼저 언급하면 ‘부족하다’라는 인식을 갖거든요. 장애를 후로 빼서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노력이 필요해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7기, 8기 입주작가로 활동했던 고 작가는 장애예술 정책에서도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굳이 장애라는 타이틀을 붙여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공통적으로 신청대상에 장애인만 가능하다든지 장애를 가진 작가들이 모여있는 공간이라는 타이틀로 충분히 가능한데, ‘장애인아트페어’라고 굳이 장애인을 붙일 필요가 없어요. 관객들의 접근성도 떨어지고, 예술보단 복지 개념이 강해 보여요. 장애라는 영역에서 갇혀버리는, 많이 아쉬운 부분이죠. ”

올해 고 작가는 구체적인 전시 계획 없이 한 템포 쉬어가며, 작품 구상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고 작가는 평론가가 아닌 관객들의 눈에 맞춘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작품을 지향한다. 그들에게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를 구상하고, 그들과 함께 공감하고, 참여하는 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서는 ‘풍선 테마파크 박물관’이라는 큰 목표도 세웠다. “풍선아트 자체가 장애인 쪽에서는 독특하다고 인정해주는데, 아직 예술계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요. 열심히 저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인정받아야죠!”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