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백종환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김용익 이사장을 만나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포부와 함께 공단과 관련한 장애계 현안들에 이야기를 나눴다.ⓒ에이블뉴스

[특별 인터뷰]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

지난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공기관 최초로 장애인 고용률 5%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신규직원 채용때 장애인을 7% 이상 선발해 단계적으로 고용비율을 올려 5년 뒤 전체 5%를 장애인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추적 사회보장기관으로서 장애인 고용문제에 선도적으로 나서겠다는 김용익 이사장의 의지였다. 지난해 말 취임한 김 이사장은 어릴적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인으로, 장애계에서도 익숙한 인물이다.

제 19대 국회 의원시절,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해 장애인 건강 증진 체계에 앞장섰고,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등 장애계 현안에서도 많은 관심과 소통을 보여왔다.

본지 백종환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김용익 이사장을 만나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포부와 함께 공단과 관련한 장애계 현안들에 이야기를 나눴다.

백종환 대표: 건강보험공단이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4곳의 장애인기관과 함께 장애인 고용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건보공단의 장애인 고용율을 5%로 확대하겠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이는 법적 의무고용율 3.2% 훨씬 상회하는 비율입니다. 특히 5% 장애인 의무고용율 달성을 위해 올해부터 7-10% 정도로 장애인 신규채용을 높이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결정하시게 된 동기가 있는지요?

김용익 이사장: 우선 저는 공공기관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이 3.2% 설정 돼 있는 점이 예전부터 불만스러웠습니다. 비율을 좀 더 높일 수 있을 텐데 너무 낮게 잡아 놓은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장애인 정책은 고용을 늘려 경제활동을 하고 근로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개조하는 것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더 사회적 지지 체계가 있으면 장애인 고용을 많이 할 수 있고, 정규직 근로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데 지금 사회가 뒷받침을 못 해주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소득문제이며, 이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풀리는 것이기 때문에 고용을 통해 임금소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사장을 맡으며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건강보험공단은 장애인 고용을 늘리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간부진들과 상의했더니 흔쾌히 수용하고, 노조위원장 또한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앞으로 21세기에는 생산가능인구가 축소되기 때문에 장애인 노동력을 적극 활용하는 정책을 써야 하고, 장애인들에게 적절한 보장구를 지급해준다면 충분히 가능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공공기관이 선도해야 하고, 공단은 사회보장의 중추기관이므로 공공기관 중에서 또 선도의 입장에 있습니다. 공단이 공공비율을 높이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으며, 공단은 조직이 크고 채용을 많이 해서 여력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공단이 모범을 보이겠습니다.

백종환 대표: 그리고 이사장님께서는 건보공단이 장애인 고용에 대한 ‘역할 제시’와 더불어 ‘모범사례’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히셨습니다. 건보공단의 역할과 모범사례에 대한 설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신다면 어떤 내용이 될까요?

김용익 이사장: 제가 직접 장애인 직원들이 일하는 공단 지사 현장에 찾아가보려고 합니다. 장애인 직원 뿐 아니라 같이 일하는 비장애인 직원들도 만나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고 필요하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들을 불러 모아서 이야기도 나눠볼 예정입니다.

또 공단 내 장애유형 및 조건을 고려한 직무를 개발하고 발굴해 공공기관에 맞는 고용모델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김용익 이사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훈련과 더불어 인식개선교육 병행을 강조했다.ⓒ에이블뉴스

백종환 대표 : 장애인 채용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인 직원이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중요하고요. 더불어 함께 일하는 비장애인 직원들의 ‘장애 인식’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장애인 직원과 비장애인 직원이 불편 없이 근무하기 위해서 건보공단은 어떤 조치들이 준비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김용익 이사장: 5년내 전체 직원 중 장애인 직원 비율을 5%로 하려면, 그때까지 채용 비중을 매년 7~10%로 늘려야 합니다.

그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조직적 변화가 중요합니다. 장애인들과 같이 일하고 생활하는 훈련과 더불어 비장애인 직원의 장애인식 개선교육도 병행할 계획입니다.

백종환 대표 : 장애인 직원을 비롯한 민원인들이 불편을 겪는 것 중 하나가 건강보험공단 본부를 비롯한 각 지사, 산하 병원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들 수 있습니다. 본지에서 그동안 병원과 지사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점검한 바 있는데, 미흡한 점이 다소 있는 것으로 점검되기도 했습니다. 개선되어야 할 텐데요?

김용익 이사장: 장애인 직원들에게 편의시설은 대단히 편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필수적인 시설이기 때문에, 편의시설을 점검해볼 예정입니다.

이동 장애는 물론이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에 대한 점검은 거의 안 돼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무실 안에서 움직이는 동선은 당사자가 아니면 감각이 없습니다. 그래서 장애인 직원들을 참여시켜서 편의시설을 점검해보고 고칠 부분이 있으면 고쳐나갈 생각입니다.

백종환 대표: 이사장님이 국회의원 시절 발의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말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김용익 이사장: 그렇습니다. 장애인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발의한 것으로 장애인의 인권과 권익향상을 위해 정부가 체계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법률입니다.

꽤 오래 연구를 해서 법을 만들었는데, 그중에 특히 장애인주치의 사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주치의’라는 말을 넣기 위해 사전작업을 참 많이 했고 겨우 이 말을 집어 넣었습니다.

공단은 장애인이 건강주치의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주치의 등록 및 장애인이 주치의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 제공 등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또 모든 법이 다 그렇지만, ‘장애인 건강권법’ 같은 경우 디테일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법 조항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닌 시행령, 시행규칙에 의해 내용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의도했던 방향으로 시행령, 시행규칙이 생기고, 좋은 방향으로 고쳐나가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용익 이사장은 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의료시설을 조사해 안내책자 또는 앱을 만들 계획이다.ⓒ에이블뉴스

백종환 대표 : 장애인건강권보장법에 따른 건강보험공단의 역할을 무엇일까요?

김용익 이사장: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은 장애인 주치의 사업으로, 공단 직원들이 멤버로 참여하고 있어 종종 보고를 받습니다.

공단은 아무래도 의료기관 이용과 관련된 사항이 많은데, 전국 병의원들이 실제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다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예를 들면,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경우, 엘리베이터가 없는 2~3층에 있는 경우가 꽤 많고 엘리베이터가 있더라도 문턱이 높아서 갈 수 없습니다.

더불어 시각장애인 안내와 청각장애인의 수화통역을 해줄 수 있는 병원이 어느정도나 있을지 걱정됩니다. 전국적으로 한 번 일제점검을 해서 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의료시설에 대한 안내책자 또는 앱 같은 것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백종환 대표: 그동안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많은 장애인들이 보장구 급여 현실화를 지적해 왔습니다. 물론 올 7월부터 장애인 보장구 급여 적용 확대를 하기 위해 관련 법규를 개정하기 위해 입법예고를 하고 있지만 장애인계의 요구안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에 대한 건보공단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김용익 이사장: 종합적인 정리가 필요합니다. 장애인 보장구 급여를 확대할 필요는 있으나, 현재 장애인 보장구 산업이 영세하고 질적 수준이 낮아 급여 확대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예산 낭비만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저도 급여를 통해 장애인용 구두를 맞춰 신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에 사니까 알아서 찾아가긴 하지만, 과연 지방에 사시는 분들이 적합한 기술자를 만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듭니다.

의수, 의족 등 장애인보장구가 전국적으로 수준이 고르게 되려면 어느 정도는 공공사업자가 필요합니다. 시도별 하나씩 일정한 기준에 의해 품질 보장되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백종환 대표 : 관련해서, 건보공단은 전동보장구 지원을 신청하는 경우 뇌병변·심장·호흡기 등 일부장애 유형에 필수적으로 간이정신진단검사(MMSE)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전동보장구 운행에 인지능력 문제가 있을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는데요. 하지만 장애인단체에서는 이 검사가 인지검사라고는 하나 사실상 치매검사 테스트 항목으로 이뤄져 있어 뇌병변·심장·호흡기 장애의 경우 치매와 크게 상관관계가 없어 ‘잘못된 인식’에 따른 부적정한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단체들은 전동보장구 신청시 정신진단검사 제출을 삭제토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요구에 대해 건보공단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김용익 이사장: 보건복지부, 전문가와 상의를 해봐야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전동보장구 운전은 자동차 운전과 비슷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느냐’를 확인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특정유형의 장애인들에게만 요구해야 하는건지, 확인하는 수단이 간이정신진단검사(MMSE)가 적합한 건지는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다가 왜 간이정신진단검사(MMSE)를 쓰는지란 생각이 드는데 전문가와 상의해보도록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김용익 이사장은 장애인은 ‘할 수 없는’(disable)이 아니라 ‘다른 능력이 있는’(differently able)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에이블뉴스

백종환 대표 : 이사장님도 이미 잘 알고 계시는 것처럼 만 65세 이후 장애인은 장애인활동지원에서 자동으로 건보공단의 노인장기요양으로 전환이 됩니다. 장애인이 65세 이후 노인장기요양을 받게 되면 65세 이전에 받았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보다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고 해서 ‘마의 65세’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이사장님의 견해는 어떠한지요?

김용익 이사장: 저도 의원 시절 질의도 했던 내용이기도 하지만, 두 제도를 조정하려면 꽤 많은 작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산으로 하는 장애인활동보조 사업과 보험으로 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급여 내용이 맞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원칙적으로 좋은 쪽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지만, 아마 그렇게 하려면 예산 등의 여러 문제가 있으니까 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은 바 있습니다. 두 가지 제도에 대한 설계를 다시 해야하는 문제가 있어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또 등급에 따른 서비스량 차이 등 문제점의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복지부 관련부서와 협의 중에 있습니다.

백종환 대표 : 병원 등 시설이 아닌 자택에서 지내며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 받는 ‘커뮤니티 케어’에 대한 중요성을 이사장님께서는 강조하시며 임기 중 대대적인 개혁을 이룰 것이라고 말씀해 오셨습니다. 현재 커뮤니티 케어 추진 상황과 이로 인해 장애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시는지요?

김용익 이사장: 커뮤니티 케어는 진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시설에 수용돼 있는 장애인들은 사회적으로 격리돼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사실상 사회복귀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시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 문제도 시설 수용이 되어 있는 한 근절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특히나 시설이 대형화하면 더더욱 어렵습니다.

탈시설화 하려면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공동거주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그게 없기 때문에 탈시설화를 못 하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새로 만드는 커뮤니티 케어는 현재 거주시설을 그룹홈 등 유사한 형태의 공동거주시설로 대대적으로 확충해 장애인, 노인들이 지역사회로 나와 데이케어 프로그램,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커뮤니티케어를 통해 장애인들을 탈시설화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백종환 대표: 장애인들이나 가족들은 이사장님을 국회의원 시절 많은 장애인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평소 장애인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계에서 뿐만 아니라 많은 장애인과 가족들이 이사장님을 우호적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인터뷰를 대하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김용익 이사장: 장애인은 ‘할 수 없는’(disable)이 아니라 ‘다른 능력이 있는’(differently able)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인권적인 차원에서 장애인 정책을 봤다면 이제는 장애인 정책 목표가 차별 해소를 넘어서서 고용되고 노동하는 장애인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장애인 정책 목표를 ‘노동하는 장애인’이란 개념으로 생각해야 ‘differently able(다른 능력이 있는)'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또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장애인들이 노동할 수 있도록 교육도 하고, 사회적 지지 체계도 갖춰서 21세기에는 장애인들이 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시스템을 꼭 갖추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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