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 강 강 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인생은 미완성이다.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정호승 시인은 ‘겨울 강에서’에서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라고 했다. 강 언덕에 눈보라가 몰아쳐도, 새들이 날아오지 않고, 강물이 흐느끼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라고 했다.

커피를 내 주는 김진호 카페사장님. ⓒ이복남

흔들리는 것이 갈대의 속성이거늘 흔들리지 않는 갈대라니. 갈대는 대나무처럼 부러지지 않는 대신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흔들리기 마련이다. 오른쪽으로 갔다가 다시 왼쪽으로 가기도 하면서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결코 부러지지 않는 강인함으로 다시 일어서는 갈대. 김진호 씨도 그의 어머니 유현경 씨도 오로지 한길만을 위하여 갈대처럼 살았고 또한 그렇게 살아 갈 것이다.

이 글은 김진호 씨의 삶이지만 김진호 씨가 직접 이야기 한 것은 아니고, 김진호 씨에 대한 그의 어머니 유현경 씨의 이야기이다.

유현경(1961년생) 씨는 상명대학교 일본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일본어학원에서 강사를 하면서 외과의사인 김기복(1959년생) 씨를 만나 결혼했다. 결혼 후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에 살았는데 김진호(1986년생) 씨가 태어났다.

카페에 걸려있는 김진호 씨의 어린시절. ⓒ이복남

진호 씨는 모두가 축복하는 장남이었다. 엄마는 아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면서 키우는 데 전념했고 쑥쑥 자라는 아들의 모습이 엄마에게는 희망이자 보람이었다. 한 달 두 달 석 달…….

유아의 성장발달 단계에는 별 문제가 없어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돌이 다가오자 아이가 좀 이상한 것 같았다. 아이가 엄마 아빠 밥 응가 등의 말을 배우고 엄마와 눈을 맞추며 까르르 까르르 웃을 때가 된 것 같은데 아이는 엄마의 애탐을 아는지 모르는 지 엉뚱한 것에만 몰두했다.

“말을 잘 안 하고 눈 맞춤이 없었어요.”

엄마는 가슴이 덜컥했다. 아이를 데리고 이곳저곳 소아과를 다녀 봐도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아이는 엄마라는 말도 못 한 체 이상한 쇳소리 같은 괴성을 질렀고 몇 시간씩 장난감 자동차 바퀴를 돌리며 혼자 놀았고 알록달록한 요리책에 탐닉했다.

엄마와 함께. ⓒ이복남

“진호가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에 관심을 보였어요.”

텔레비전에서 가곡의 밤이나 오케스트라 연주가 있으면 꼼짝도 안하고 몰두하기도 했다.

“그 무렵 방송에 한 아이가 나왔는데 그 애가 우리 진호하고 비슷했어요.”

자폐성이라는 용어도 생소하던 시절이었지만 방송을 보면서 의심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진호가 32개월쯤인 ’89년에 대학병원 소아정신과에서 ‘자폐적 성향이 강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의사에게 물었더니 부모가 하기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도대체 부모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도통 이해 할 수가 없었다.

“한 달 후에 가니까 ‘엄마 역할만 잘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의사는 엄마 역할이 어떤 것이라는 것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죽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가슴을 쓸어내리며 심사숙고해서 얻은 결론이 엄마 역할이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유현경 씨가 처음 생각했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확실해졌단다. <2편에 계속>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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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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