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버지니아대학교 기계공학과 데니스 홍 교수.ⓒ에이블뉴스

“나의 인생을 바꾼 것은 내가 발명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에서 운전하는 시각장애인의 행복한 미소였습니다. 저 한 사람을 저렇게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전 세계 시각장애인에게 행복을 줄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1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3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에서 홍보대사로 선정된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기계공학과 데니스 홍 교수의 1시간 남짓한 강연이 끝나자, 100명이 넘는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그가 이날 초대된 이유는 바로 2011년 1월29일 세계 최초로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마크 리커버드씨가 자동차 운전을 성공할 수 있게 ‘시각장애인 전용 자동차’를 만들 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첫 시작은 시각장애인과 관련이 없었다. 그저 ‘불쌍한 사람’, ‘앞을 못 보는 사람’의 인식 수준밖에 되지 않았던 것. 인연은 지난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7년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한 그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주행자동차경주대회에서 당당히 3등을 해낸다. 당시 그의 자동차는 무인으로 진행되며 교통법규는 물론, 주차까지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설계됐으며, 7시간 주행에 성공했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했던 무인자동차의 가능성에 눈을 뜬 순간이었다.

“그 때 그 대회에서 미국시각장애인연맹에서 기술을 봤어요. 무인자동차를 만드는구나 싶어서 과학자 중에 시각장애인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냐고 전국 대학교, 연구소에 공표를 했어요. 생각해보니까 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근데 첫 번째 미팅을 갔더니 지원이 저 밖에 없었어요. 알고 보니 연맹 측은 시각장애인을 태우는 자동차가 아닌, 시각장애인이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드는 거였어요. 제가 잘 못 알고 지원한거죠.”

당시 데니스 홍 교수는 방법이 없었다. 지원을 한다고 했으니 취소할 수도 없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른 동료들에게 물었지만, “이건 불가능하다”, “돈도 안되는거 해서 뭐하냐”, “시각장애인처럼 불쌍한 사람들은 집에만 있어야한다” 등의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었다.

이에 오기가 생긴 데니스 홍 교수. ‘꼭 성공하고 말겠다’ 라는 생각으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학부학생 12명으로 꾸려진 팀으로 기술개발을 시작했지만, 그는 시각장애인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큰 난관에 부딪혔다.

“하루는 시각장애인이 되야 겠다라는 생각에 눈에 안대를 끼고, 흰지팡이 짚고 살아보려 했어요. 처음엔 앞을 못 보는게 신기했죠. 다른 감각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느껴진다는 기분이 들었구요. 근데 참다참다 못 참겠다 싶어서 시계를 보니 겨우 3분밖에 지나지 않은 거예요. 너무 챙피했어요. 이렇게 시각장애인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어떻게 기술을 개발할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결국 데니스 홍 교수는 볼티모어에 위치한 시각장애인연맹 본부를 찾아, 2박3일 동안 그들과 같이 생활했다. 처음에는 그들을 관찰하려 했지만, 계속 생활하다 보니 한 가지의 단순하고도 중요한 진리를 깨닫게 됐다. ‘시각장애인도 결국 똑같은 사람이구나.’

“시각장애인도 똑같은 꿈을 꾸고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구나 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어요. 맹인이었던 제가 눈을 뜬거죠. 그 순간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유치한 수준의 자동차였지만, 2011년 결국 우리는 해냈죠.”

2011년 1월29일, 미국 플로리다 주 데이토나 국제 자동차 경기장,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만했다.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이 자동차 운전에 성공한 날, 결승점에 도착한 자동차와 운전자에게 환호가 쏟아졌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가 처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느낀 순간이었던 것.

“프로젝트에 성공하고 나서 감사하다는 이메일과 편지를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문제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세상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자동차는 만들어졌지만, 제도적 문제에 부딪혀요. 보험문제, 운전면허 등 어려운 점이 많죠. 기술은 준비가 됐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가장 힘들어요.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사실은 생각을 바꾸는 것, 시각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죠.”

현재 그가 개발한 시각장애인 전용 자동차는 시각장애인연맹에 기증된 상태고, 연맹에서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계몽활동 등을 해오는 상태다. 또한 볼티모어에 시각장애인 운전학교가 설립돼 그가 만든 자동차로 교육이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그는 화재진압용, 재난구조용 로봇을 개발했으며, ‘로봇다리’로 유명한 세진이와의 두터운 친분으로 인해 또 하나의 꿈이 생긴 상태다. 바로 세진이에게 ‘진짜 다리’를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현재 데니스 홍 교수의 목표다.

“훌륭한 청년으로 자란 세진이의 마인드는 대단합니다. 같이 만나면 의족을 달고 잘 걷지만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많이 힘들어 하죠. 지금은 세진이를 자주 만나서 의족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세진이를 위한 인공근육을 개발하는 것이 꿈입니다. 세진이가 마음껏 뛰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너무나 행복하죠. 여러분도 제 꿈을 응원해주세요.”

강연에 앞서 '2013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 홍보대사로 선정된 데니스 홍 교수(오른쪽)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성규 이사장(왼쪽).ⓒ에이블뉴스

강연을 듣고 있는 관객들.ⓒ에이블뉴스

강연 중인 미국버지니아대학교 기계공학과 데니스 홍 교수.ⓒ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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