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인과 이용자 간 마찰로 인해 서로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성격 상의 미세한 부분부터 직접적인 폭행 등 형사 사건까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조금이나마 풀기 위한 다소 ‘불편한’ 인터뷰를 기획했다.

본지는 활동보조인, 이용자, 중계기관 각각 3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두번째는 활동보조 이용자인 김해룡, 신경수씨다.

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용자 김해룡씨.ⓒ에이블뉴스

■“남성 활보 기다리느라 2주간 집에서 방치”=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광화문역 농성장에서 만난 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용자 김해룡(38세, 뇌병변1급)씨는 활동보조인과의 갈등이 없었냐고 묻자, 조심스레 “있었다”고 답했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인 해룡씨는 한 달전만 해도 집에 방치된 상태였다. 그 이유인 즉 슨, 남성 활동보조인의 보조를 원해 2주간의 긴 대기시간을 거쳐야 했던 것.

해룡씨는 “그 전에는 모두 여성 활동보조인에게 보조를 받았다. 그런데 성별이 다르다보니까 신변처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성에게 그런 신변처리에 의지하려다보니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남성 활동보조인을 찾으려고 했지만, 긴 대기시간으로 2주정도 집안에서 방치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현재 해룡씨와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그의 활동보조인은 최중훈씨(37세). 중훈씨와 해룡씨가 인연을 맺은 지는 3주정도 가량 밖에 되지 않았다.

당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한다던 중훈씨는 인터뷰를 하는 중간 중간, 언어장애가 있는 해룡씨의 이야기를 대신 전해주는 등 서로간의 정을 쌓고 있는 중이었다.

해룡씨는 “현재 활동보조인과는 문제가 없지만 (장애인들과)이야기를 듣다보면 활동보조인과의 갈등으로 인한 문제점이 많다고 한다. 이용자인 장애인들이 너무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활동보조인은 너무 이용자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용자의 경우, 자신이 고용주로 보고, 활동보조인을 노동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자신이 갑(甲)이라는 인식이 크고, 활동보조인의 경우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활동보조인이 마음대로 이용자를 다루는 경향이 크다는 것. 특히 활동보조인의 나이가 많을수록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해룡씨는 설명했다.

해룡씨는 “저 같은 경우 언어장애가 심하다. 언어장애가 심하다보니까 활동보조인이 더 마음대로 하는 경우가 있다. 직접 경험했던 사실”이라며 “말하지도 않은 것을 말했다고 하거나 그런 식이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언어 장애인도 겪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활동보조인과의 갈등 관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해룡씨는 우선 활동보조인과 이용자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인 만큼 ‘인성교육’이 철저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느 누구한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이용자와 활동보조인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것.

또한 해룡씨는 성비불균형의 문제를 직접 겪은 만큼, 활동지원제도를 주무하는 보건복지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해룡씨는 “남성 활동보조인이 부족한 이유는 돈이 가장 큰 문제다. 남성 활보의 경우 힘든일도 많이 하고, 시간도 많이 빼앗기는데 시급이 너무 적어 기피한다”며 “남성 활보들이 언제까지 활보만 할 수 없지 않겠냐”고 비판했다.

이어 해룡씨는 “일단 시급한 부분은 돈이다. 정부에서 활동보조인을 직접 고용해서 월급제로 하면 엄청 경쟁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활동보조인과의 갈등의 해결에 대해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용자인 신경수씨.ⓒ에이블뉴스

■“정부의 지원 절실하다”=뒤이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국정원 시국선언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신경수(31세, 뇌병변1급, 인천)도 같은 고민으로 남성 활동보조인을 3년간 애타게 기다린 주인공이다.

뜨거운 햇볕 아래, 활동보조인과 동행한 경수씨는 “그 전에는 여성 활동보조인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3년이 지나서야 남성 활동보조인을 만날 수 있었다”며 “현재 3개월정도 활동보조인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문제가 있어서 활동보조인을 바꾼거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경수씨는 망설이지 않고 “네”라고 답하며, 갈등의 원인은 앞서 해룡씨가 언급한 신변처리 부분이었다.

경수씨는 “샤워할 때, 화장실 갈 때 너무 곤란했다. 나는 남자고, 활동보조인은 여자다 보니까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지 않냐”라며 “자존심도 상하고, 화장실 가기가 싫었다. 갈등 문제에 대해 다른 장애인들은 시간이나 성격 차이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들었는데, 나 경우에는 성비불균형 이외에는 갈등이 없었다 ”고 말했다.

이어 경수씨는 “남성 활동보조인을 기다리는데 3년이나 걸렸다. 너무 힘겨웠다”며 “남성 활동보조인이 없는 이유는 아무래도 임금이 적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부 측에서 지원을 제대로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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