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바다> 박배일 감독.ⓒ에이블뉴스

8년째 연애중인 우영과 재년의 러브스토리, 그리고 현실에 닥친 결혼. 오는 24일 개봉을 앞둔 영화 <나비와 바다>의 내용이다. ‘영화로는 너무 평범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주인공 두 사람은 뇌병변 장애인이다. 평범한 커플에서 특별한 커플로 전환하는 순간, 우리는 그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할 것 없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수렴하고 있다.

장애인의 사랑과 결혼 문제를 가감 없이 스크린에 담은 <나비와 바다> 박배일 감독을 홍대 인근 까페에서 만났다. 부산 사투리의 억양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박 감독은 소외계층의 아픈 현실을 세상에 끊임없이 던지고 문제를 제기하는 ‘이야기꾼’이었다.

그의 영화 방식은 무조건 ‘현장 찾기’다. 자신의 주변에 끊임없는 이야기와 소재가 널려있는데 굳이 찾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거다. <나비와 바다>도 평소 알고 지내던 우영씨에게 무작정 6mm카메라를 짊어지고 찾아가면서 시작됐다.

“우영이 형이랑은 다큐멘터리를 공부하면서 만났어요. 평소 장애인결혼에 관련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그 형은 ‘이동권’에 관해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거예요. 같은 조가 되면서 장애인의 사랑과 이동권을 다룬 <내 사랑 제제>를 만들었죠. 이후 관계를 유지하다가 이번 영화도 제작하게 됐어요.”

전작 <내 사랑 제제>는 우영과 재년의 연애기를 담았다. 부산에 사는 우영과 양산에 사는 재년은 비장애인의 경우, 30분이면 도착한다. 하지만 2007년 당시, 장애인을 위한 특별교통수단이 흔치 않아 자신의 연인을 집까지 데려다 주지 못한 남자의 슬픔이 담겨있다.

박 감독은 “무작정 가보자”라는 생각으로 연인이 사귄 지 4년 만에 남자가 여자를 집까지 처음 데려다 주면서 겪는 한나절을 70분의 필름에 담았다.

저상버스도 없이, 일반버스에 여러 사람이 휠체어를 들어올리며, 비장애인의 2~3배가 넘는 시간이 걸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불편한 이동권과 애틋한 사랑의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비장애인인인 박 감독의 5작품 중 2작품을 장애와 관련한 주제를 선택한 건, 혹 장애인과 관련한 활동을 해왔던 것일까?

<나비와 바다> 박배일 감독.ⓒ에이블뉴스

“외삼촌이 언어장애가 살짝 있어요. 어려서부터 그런 외삼촌을 봐왔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었죠. 외삼촌의 모습을 보며 ‘왜 결혼을 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다큐에 담아보려고 생각했었죠. 아, 아직도 여전히 솔로시구요.”

다큐멘터리를 통해 장애인의 권리를 높이고 싶다는 박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장애인의 삶에 대한 편견과 여성이 침묵할 수 밖에 없는 가부장적 제도를 꼬집으려 했다. 특히 영화 속 우영과 재년이 이야기를 나눌 때, 거의 열린 공간에서만 이뤄진다는 점이다.

박 감독은 “비장애인 같은 경우는 까페라던지, 이런 공간에서 이야기를 하지만, 재년과 우영의 경우는 까페에 오지 못한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편견의 문제다. 그래서 트인 공원에서만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묻어난다. 가족들도 그들을 폭력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며 “국가가 장애인이 살아갈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외출을 준비하는 우영은 활동보조인이 없이 혼자 힘겹게 목욕을 하고, 장시간에 걸쳐서 옷을 입는다. 이는 정부의 일률적인 활동보조서비스 정책을 꼬집는 모습이다.

“형이 당시 활동보조인이 필요함에도 ‘직접하겠다’라는 자존심으로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다 하려고 했어요. 지금 현재는 목 상태나 건강이 안 좋아서 활동보조인과 함께 다녀요.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 만큼 주어져야 하는데 등급에 따라 일률적으로 주는 건 잘못됐어요. 등급제도 폐지해야 되는게 맞구요. 그냥 원하는 만큼 주면 되는건데, 담당 공무원들의 마인드가 잘못됐어요.”

최근 몇 년 전, 장애계의 큰 충격을 던져준 영화 <섹스 볼란티어>. 무성으로 치부되던 장애인도 성욕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 그의 작품에서도 성의 요소가 나온다. 재년이 성교육 비디오를 보는 장면이다. 서른살이 넘은 처자인 재년이 성교육을 받는다는 자체에 실소가 터진다.

규격화된 비디오를 보면서 교육을 받는 재년의 모습 속, 비디오는 “테크닉보다는 서로간의 사랑이 중요하다”, “결국 사랑이 중요합니다”라는 꽉 막힌 내용이 담겨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떠나 아직까지 성교육이 머물러있는 행태를 담았다. 음지에서 묻힌 성을 양지로 끌어내려와야 하지만 현실 속 성은 아직 ‘부끄러운’ 존재일 뿐이다.

군대, 장애, 여성, 종교…대중들의 편견이 심한 주제 중 하나인 <나비와 바다>, 과연 대중들의 마음을 녹아낼 수 있을까?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피부로 느끼는 건 없다는 것이 박 감독의 생각이다.

24일 개봉을 앞둔 <나비와 바다>포스터.ⓒ시네마달

“<나비와 바다>라는 작품에 ‘장애인 주제에 결혼 같은 인간 기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냐’, ‘나대지말라’는 등 심한 말을 들을 때면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해요. 무엇보다 주인공인 우영과 재년이 상처받을까봐 걱정되는 순간이예요. 아직 인식이 멀었죠.”

인식을 바뀌기 위해서는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물 제작이 많이 필요하다. 타인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제작이 아닌 그들의 ‘진짜’ 목소리. 박 감독도 동감하며, 시각장애인 임덕윤 감독의 '조금 불편한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0.43' 작품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의 불안함이 담겨있는 작품이예요. 시각장애인에게 아무런 기척없이 다가와 치는건 뱀에게 물리는 것과 같다라는 내용인데 새로운 방식이었어요. 전맹임에도 직접 연출도 하시고, 촬영도 하시는데 편집을 특히 세심하게 하시더라구요. 많은 장애인들도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박 감독이 고려하는 다음 장애 영화 소재는 ‘주거’다. 지금까지 장애인의 대한 문제점은 충분히 영화로 표현된 점이 많아,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거형태에 관련해 구상 중에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고, 함께 생활한다는 삶의 형태를 보여주고 싶다는 것.

“1층에 재년과 우영 부부가 살고, 제가 2층에 살고, 카메라 감독이 3층에 사는 형태. 그런 공동체 모습을 영화로 담고 싶어요. 근데 아직 자립생활도 안되고 있는데 조금 앞서갈 수도 있지만, 새로운 대안의 삶의 형태를 이야기 하고 싶은 게 제 마음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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