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 매장에서 동료 로버트 켈리와 크리스 피안과 함께. 워싱턴포스트 캡쳐 화면. ⓒ샘

“나는 저 친구와 식당에 가서 점심 먹는 것이 정말 싫습니다.”

실버스프링 자동차 매장 스포츠 시볼레 매니저 클린트 로스가 말했다.

“점심 내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개리 바가미안. 그는 매릴랜드 주의 실버스프링 지역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이다. 꼭 말 못하는 자동차 판매왕이라는 기적의 명성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아껴준다. 그래서 그의 곁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댄다.

개리, 그가 상식을 깼다. 말을 전혀 못하고 지체도 심한 장애를 입어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해 휠체어를 사용하는 그가 자동차 판매왕이 됐다.

세일즈 맨,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은 말이 생명이다. 아니 말이 생명인 줄 안다. 그러나 아니었다. 말을 전혀 못하는 그가 년 284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최고의 자동차 세일즈 맨이 된 것이다.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청산유수로 말 잘하는 동료들도 한 주에 한 두 대 팔기 힘든데 성대를 잃은 그는 한주에 대여섯 대의 차를 팔아 대기도 한다. 말이 될 이야기인가.

그는 6년전 갑자기 손에 이상이 와서 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신경 근육이 점차 기능을 잃어가는 원발적 측삭 경화증(primary lateral sclerosis)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몸은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성대를 잃고 다리가 마비되고 온 몸은 축 늘어져 버렸다.

6년이 지난 지금, 병은 날로 악화되어 이제는 도움이 없이는 화장실 출입은 물론 음식 먹는 일도 힘들어 졌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절망감에 벌써 일을 놓고 누워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살만큼 부를 마련했어도 그는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목숨을 놓는 그날까지 일을 할 사람이다.

그는 사람들과의 의사 소통을 위해 특별한 컴퓨터를 쓴다. 그 똑똑한 컴퓨터는 주인의 작은 몸짓에도 반응을 한다. 그를 통해 그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똑똑해도 컴퓨터는 사람의 섬세한 감정을 말만큼 예민하게 반응해 주지는 않는다.

그가 컴퓨터 아닌 것으로 의사소통하는 몸짓이 하나 있기는 하다. 눈, 그가 깜빡이면 ‘예’이고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노’다.

매장 주인 로버트 포가티는 그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 근무 시간 제한이 없다. 아무 때나 나왔다 아무 때나 퇴근해도 된다. 1억의 보너스도 주었다. 놀러가고 싶을 때는 놀러가고 피곤한 날은 쉬어도 된다. 아니 아예 출근하지 않아도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그런 혜택에도 불구하고 일을 멈추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제가 하는 일에서 제일 즐거운 일입니다.”

그의 사람 사랑하는 마음이 성공의 열쇠다. 그가 사랑한 만큼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를 사랑한다. 그가 식사를 할 때, 화장실을 갈 때, 출 퇴근 할 때, 심지어는 그의 집을 장애인용으로 개조하는 일까지 모두 그의 친구들이 해 주고 있다.

그의 회사 책상 앞에 표창장이 걸려있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고객에게 만족을 준 세일즈맨이다. 장장 6천명으로부터 만족하다는 답을 들었다. 그런 경이로운 답을 듣기 위해 쓰러져 가는 몸으로 시도한 그의 피나는 노력이 그의 표창장에 그대로 묻어있다.

* 샘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전 미상원 장애인국 인턴을 지냈다. 현재 TEC 대표를 맡고 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1급 지체장애인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 미국 탐 하킨 상원의원 장애국 인턴을 역임했다. 또한 서울장애인체육회 워싱턴 통신원, 서울복지재단 워싱턴 통신원,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출간한 수필집 ‘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은 1992년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2009년에는 워싱턴 문학 수필부문 가작에 당선됐다. 각종 미국 장애인 소식을 전할 생각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