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장애인앵커에 선발된 시각장애 1급 이창훈(27.오른쪽)씨가 25일 열린 위촉식에서 점자정보단말기를 이용한 뉴스진행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앵커는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가장 큰 강점인 목소리를 이용해 생동감 있게 뉴스를 전달하겠습니다.”

KBS가 진행한 ‘장애인 뉴스앵커’ 공개모집에서 52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돼 ‘국내 최초 장애인 앵커’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이창훈(27세, 시각장애1급)씨의 포부다.

그는 25일 KBS 신관 3층 뉴스 스튜디오에서 위촉식을 마치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내 목소리를 공유하는 걸 좋아해 지금까지 취미생활로 시각장애인 인터넷방송을 했다”며 “앵커의 매력은 좋은 정보를 나눠주는 것이다. 이젠 이 목소리로 많은 국민들에게 좋은 정보를 나눠주겠다”고 밝혔다.

이창훈씨가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에이블뉴스

생후 7개월 되던 때 뇌수막염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전체 시력을 잃은 그는 8살 때부터 한빛맹학교에서 점자를 익혔다. 이후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지며 서울신학대학교와 숭실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방송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시각장애인인터넷방송에서 뉴스와 인터뷰 프로그램 진행은 물론, 음악적 재능도 뛰어나 공중파 방송에 출연한 경험도 있다. 말 그대로 밝고 활기넘 치는 방송 끼가 다분한 인재인 것.

“KBS 앵커 공고를 보고 내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내 목소리로 ‘새롭게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러면서 인터넷 방송에서 해오고 준비해온 것들을 기사화해서 읽고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나 톤을 들으면서 연구했죠.”

장애인 앵커가 되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일주일 공고를 통해 523명의 응시자가 모였고 그중 1차 서류전형과 2차 카메라 테스트를 통과한 10명의 응시자만이 최종 후보로 남았다. 10명의 최종 후보자들은 방송 경험이 많은 쟁쟁한 실력자들.

그는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 남들보다 발달한 ‘귀’를 이용,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듣고 또 들으며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꼼꼼히 살피기도 했다고.

“10명안에 든 응시자들보다 방송에 노출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신선함이 강점이 아니었나 생각돼요. 아직 이미지가 결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앵커로써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데 주력해야죠.”

그의 롤모델은 KBS 9시뉴스를 진행하는 민경욱 앵커. 그는 “민경욱 앵커의 목소리는 뉴스를 살아있는 느낌이 나게 한다”며 “나 또한 뉴스를 진행할 때 생동감 있게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직접 내 목소릴 들으니 조금 느끼한 부분이 있고 비염 때문에 콧소리가 나서 앵커보단 프로그램 진행자 같은 느낌이 살짝 났다”며 “꾸준히 치료도 받으면서 뉴스 진행을 잘할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 서게끔 도와준 지인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았다.

“진주에서 미용실을 하시는 어머님은 앵커에 도전하겠다고 말한 이후부터 새벽마다 교회에 가셔서 기도하셨어요. 1·2차 최종 면접 때마다 오셔서 머리도 만져주시고‥. 다리를 다쳤음에도 아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올라오셨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이어 그는 “친구들도 제게 ‘외모, 목소리 모두 앵커’라며 응원해줬다”며 “모든 사람들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창훈 씨의 어머니 이성녀 씨가 아들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에이블뉴스

어머니 이상녀(57)씨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벅차다”며 기쁨을 표현했다.

앞으로 그는 1년 계약의 프리랜서 자격으로 약 3개월간의 앵커 실무 교육을 받고 가을 개편 쯤 뉴스 진행에 투입된다. 구체적인 뉴스프로그램은 실무 교육 후 정해질 예정이다. 그는 점자정보단말기를 이용해 뉴스를 진행하게 된다.

장애인 앵커 공모를 총괄한 임흥순 KBS과학재난부장은 “이창훈씨는 뉴스에 대한 관심이 평소에 많았고 표준어를 구사하는 등 발음도 좋았다. 또한 성격도 밝고 침착해 발전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 심사위원들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임 부장은 “시각장애인인 이 씨의 이동이 쉽도록 뉴스스튜디오에 있는 단 등의 편의시설을 보완하고, 뉴스속보를 위한 점자프린터기도 구입할 예정”이라며 “이 씨의 점자정보단말기도 신형으로 교체하고, 도울 수 있는 직원도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KBS는 앞으로도 매년 공개모집을 통해 꾸준히 장애인 앵커를 배출할 계획이다.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배재성 KBS홍보실장, 이창훈 씨, 임흥순 KBS과학재난부장.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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