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방이동 카페에서 만난 이지선(32) 씨.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남자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8일 서울 방이동 카페에서 만난 이지선(32) 씨는 여전히 밝고 씩씩했다.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도 밝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큰 감동을 줬던 이 씨는 그동안 펴냈던 2권의 책을 모아 '다시, 새롭게 지선아 사랑해'(문학동네 펴냄)를 최근 출간했다.

"올 1월부터 개정판을 준비했는데 제겐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때는 제가 많이 아파서 몰랐는데 엄마와 가족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됐구요. 또 그때 꿈처럼 얘기했던 일들이 지금 현실이 되어 있어서 놀라고 감사했어요."

사고가 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2000년 7월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오빠와 함께 귀가하던 중 음주운전자가 낸 7중 추돌사고로 전신 55%에 3도의 중화상을 입었다. 30번이 넘는 고통스러운 수술과 재활치료를 이겨내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 '지선아 사랑해'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다.

사고 후 10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외모가 변했구요.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은 여전히 너무나 따뜻해요. 제가 지금 누리는 행복은 그전과 비교할 수 없어요. 하나님이 재처럼 타버린 저에게 화관(花冠)을 씌워주신 것 같아요. 일그러진 제 모습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게 감동이에요. 정말이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멋 내고 쇼핑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영락없는 아가씨였다.

"인터넷 쇼핑을 해봤는데 별로더라고요. 직접 가서 입어보고 사는 게 재밌어요."

이 씨의 취미는 요리. 제일 자신 있는 요리는 찜닭이다. 미국 유학 중에도 틈이 나면 친구들을 불러다 요리를 해줬다. 2주 전 엄마 생일 때에는 생일 선물로 여섯 가지 코스 요리를 만들어 드렸다.

"아게다시 두부요리, 두반장 삼겹살, 찜닭, 샤브샤브, 베트남 쌀국수, 바지락 버섯찜…. 어, 다섯 가진 줄 알았는데 여섯 가지나 해 드렸네요."

이상형이 개그맨 유재석 씨라는 이 씨는 "남자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안경을 쓴 사람을 좋아해요. 아빠랑 오빠도 안경을 쓰구요. 마음이 따뜻한 착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축구 선수 중에는 이영표 선수를 좋아한다. "매 순간, 매초 최선을 다해 뛰는 모습이 너무 보기가 좋았어요."

물론 힘든 시간이 없을 순 없다.

마음이 상하거나 기운이 없을 때 이 씨가 쓰는 '긴급 치료법'은 엄마와 수다 떨기.

"엄마랑 수다를 떨어요. 수다를 떨어서도 안 되는 일은 하나님께 기도를 해요."

2004년 지인의 도움으로 미국 어학연수를 떠난 이 씨는 보스턴 대학에서 재활상담 석사학위를, 컬럼비아 대학에서 사회복지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올해 UCLA 사회복지 박사과정에 합격했다.

"사고를 당한 뒤 사회 주변부로 떨어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정말이지 금방 일어날 수 있었어요. 학업을 마치면 다시 돌아와 장애인들을 돕고 싶어요. 1대 1 재활상담보다는 장애인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여름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온 이 씨는 9월 초까지 강연, 인터뷰 등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 있다.

고등학교와 교회 등에서 강연할 예정인 이 씨는 "특히 학생들에게 인생을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이 일어난다고요. 포기하고 싶을 때 저를 떠올리라고 당부하고 싶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바쁜 와중에도 유학생활을 주제로 네번째 책을 집필 중인 그녀는 "올해 말쯤 책을 낼 예정인데 그 때까지 남자 친구가 생겨서 연애 이야기를 들려드렸으면 좋겠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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