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선수들이 도우미들과 함께 역주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올해 제2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가 주최하는 마지막 대회다. 내년부터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문화관광부가 설립을 추진 중인 ‘대한장애인체육회’가 맡게 된다. 이번 체전에 참가하는 장애인들은 하나같이 장애인체육의 문광부 이관에 대한 높은 기대를 드러냈다. 장애인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리플달기]장애인종합수련원이냐? 장애인종합선수촌이냐?

대전 성세 재활학교 소속 안광평(육상·투포환·지체장애1급) 선수. <에이블뉴스>

11일 오후 곳곳서 육상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청주종합경기장에서 만난 대전 성세 재활학교 소속 안광평(육상·투포환·지체장애1급) 선수는 “훈련장이 없어 연습할 데가 마땅치 않아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연습하고 있다”며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연습할 수 있는 마땅한 장소를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년 전에 중도실명을 하고 2년 전부터 충주성모학교에서 체육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장석훈(육상 필드·시각장애1급) 선수는 대뜸 “전문 선수로서 생계보장만 된다면 나도 전문선수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만 나도 먹고 살아야한다. 전문적으로 하기에는 생계가 어려워진다. 현재 학교에서 안마를 배우고 있는데, 아마 졸업 후에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안마사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장애인체육은) 일반 체육과 비교해 여건이 너무 안 좋다. 비장애인 엘리트 체육인들은 연중 연습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단기간 연습하다보니 기록도 좋지 않다.”

이번 대회에 육상트랙 코치로 참가한 부산혜원학교 체육교사 제낙철씨는 일반체육과 장애인체육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어 제씨는 필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가리키며 “지금 우리 선수들이 T11에 출전해 뛰고 있는데, 저 선수들은 도우미 없이는 혼자서 연습하기도 힘들다.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마음껏 뛸 수 없어 도우미가 필요하지만, 도우미와 시간을 맞춰 연습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장애인체육이 문광부로 이관되면 이런 문제들도 고려해서 보다 전문성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제 교사는 “현재 우리 학생들은 학창시절 일시적으로 체육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졸업과 동시에 선수로서의 생명은 끝난다”면서 “장애인체육도 청소년팀, 대학팀, 실업팀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회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전국장애인체전을 참가해왔다는 인천지체장애인협회 연수구지회 김문환(역도․지체장애) 사무국장은 “장애인체육은 복지부에 속해 체육 자체로서의 대접을 못 받고, 재활로 취급받고 있다. 문광부로 넘어간다고 해서 당장에 달라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일단 문광부로 넘어가서 제대로 된 체육인으로서의 대접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국장은 “현재 장애인체육대회는 단발성으로 끝난다. 훈련시설이 없어 연습 제대로 할 기회 없어 한번 나와 놀다가는 수준에 그칠 뿐이다. 문화관광부로 이관이 빨리 돼야 선수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선수들의 훈련여건과 관련해서 김 국장은 “연습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인천 시내에 체육관 있지만, 교통편이 없어 체육관을 이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또 체육관이 있다고 해도 모든 종목의 선수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 국장은 장애인체육기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복지부가 왜 기금을 이관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장애인체육이 문광부로 이관되면 장애인체육기금도 당연히 넘겨야하는 것 아니냐. 어차피 장애인을 위해 쓰이는 건데, 왜 안 내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

강원명진학교 소속 박정일(골볼·시각장애) 선수. <에이블뉴스>

청주여중 골볼경기장에서 만난 강원명진학교 박정일(골볼·시각장애) 선수는 우선 시각장애인들의 경기인 골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부탁했다. 문광부 이관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시민들의 관심과 격려일 듯. “골볼이라는 종목에 대해 비장애인들이 잘 모르고 있다. 우선 골볼에 대해 홍보가 많이 됐으면 좋겠다. 비장애인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면 힘이 될 것 같다.”

이어 박 선수는 “한때 나도 국가대표였다”며 선수시절을 회상했다. “그때는 100m 멀리뛰기 선수였다. 장애인도 국가대푠데 지원이 너무 부족했다. 장애인은 각 장애유형에 맞는 특수한 훈련법이 있는데, 그때는 장애인들이 복합적인 훈련을 받았다. 장애유형에 맞는 훈련이 필요하다.”

'다시 국가대표를 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단번에 “다시 국가대표를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박 선수는 “장애인체육도 프로팀, 실업팀 생기면 나도 연봉 받아가며 운동하고 싶다”며 여운을 남겼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