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대전시 동구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마련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텅텅 비어있다. ⓒ신봉훈

지체장애 1급인 신봉훈(33세, 대전시)씨와 김성훈(31세, 세종시) 씨는 지난달 26일 SK와이번스 대 한화이글스 야구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한화이글스 홈구장인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았다가 분통을 터트렸다.

장애인석이 가까운 내야석 인근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하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를 하고 싶었지만 안내원으로부터 “구단, 국내프로야구(KBO)에 소속된 선수 및 관계자만 이용할 수 있다”며 거부를 당했기 때문.

장애인주차구역은 외야석 인근에도 1곳이 더 마련돼 있었지만 장애인주차구역 주차가능 표지가 부착되지 않은 일반 차량도 마구잡이로 주차돼 이미 만차 상태였다.

더욱이 외야석 인근에 마련된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를 하게 되면 장애인석까지 적어도 15분은 걸어서 이동해야 돼 실제로 자리가 있다고 해도 이용이 어려웠다.

결국 장애인석이 가까운 길 가에 차를 주차한 뒤 봉훈 씨가 성훈 씨의 휠체어를 밀어 5분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비장애인이라면 걸어서 5분 거리는 멀거나 불편하지 않게 느껴지겠지만 이들에게는 버거운 거리다.

뇌병변장애인으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아 휠체어를 이용하는 봉훈 씨가 성훈 씨의 휠체어를 밀며 의지해 걷는 동안 허리통증과 함께 숨이 차오르고 땀도 많이 났다.

봉훈 씨는 “뇌병변장애 때문에 평소 휠체어를 이용하고 잘 걸어 다니지 못한다. 최근에는 디스크 수술도 해서 통증 때문에 걷기가 너무 힘들었다”면서 “장애인 주차장을 눈앞에 두고 걷는 동안 너무 억울하고 화가났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한화이글스 팬으로 매번 같은 야구장을 방문하고 있다. 그럼에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봉훈 씨는 “지난 2일에도 야구경기를 관람하기 야구장에 또 갔는데 출입이 어려워 다시 길 가에 차를 대로 똑같이 걸어서 이동했다”면서 “장애인주차구역은 대부분이 빈 공간인 채로 방치돼 있었고 장애인주차구역 주차가능 표지가 없는 검정색 차량1대가 버젓이 주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주차구역은 장애인을 위한 것이다. 다른 차가 주차돼 있거나 텅텅 비어있는데도 주차를 못하게 하는 건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면서 “야구 관람에 어려움이 없도록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성훈 씨는 “평소 한화이글스 팬으로 야구장에 갈 때면 늘 비어있는 장애인주차구역에 차를 대기 위해 우겨서 들어가기도 하고 못 들어가게 되면 차를 대 놓고 휠체어로 이동 한다”면서 “매번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숨 쉬었다.

이어 “다른 차들이 주차하지 않으니까 비어있는 장애인주차구역에는 관중들이 나와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면서 “장애인 주차구역을 만들어놓고 빈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은 낭비적인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장애인주차구역은 어떤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공간”이라면서 “야구를 좋아하는 장애인들이 편하게 올 수 있도록 장애인주차구역이 활용돼 안내와 철저한 관리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화이글스 관계자는 “안내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죄송하다”면서 “앞으로는 (장애인주차구역 주차가능 표지가 부착된) 차량이 잘 안내 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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