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 선수의 경기를 보고 마음이 무거웠어요"

한국 장애인수영의 간판 민병언(25)은 요즘 걱정이 많다.

최근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마린보이' 박태환(21.단국대)이 금메달 3개를 거머쥐며 부활에 성공한 모습을 보고서다.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을 열흘 앞둔 2일 민병언은 "기쁘기도 했지만 부담이 먼저였다"면서 "특히 여자부 김지은 선수와 함께 주위의 기대를 받고 있어 '나도 저렇게 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다. 그는 여전히 경기도 이천의 장애인종합훈련원에서 하루 6시간 넘게 물살을 가르고 있다.

민병언은 2008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서 남자 배영 50m 은메달과 자유형 50m 동메달을 목에 걸며 주목을 받았다.

'감각신경장애증'이라 불리는 희귀병이 초등학교 때부터 나타나 그의 근육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팔목과 무릎 아래 부분이 유난히 가늘다.

지금도 병세가 진행되고 있지만 민병언은 "운동을 하니 진행이 더딘 것 같다"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 자유형 50m와 100m, 200m, 배영 50m에 출전하는 민병언은 처음 출전하는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금빛 물살'을 가른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메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기록"이라면서 "특히 주종목인 배영에서 지금 기록보다 1초 가까이 단축하고 싶다. 컨디션도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장애인 수영계의 박태환'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민병언은 "이번에는 베이징보다 긴장을 덜 하고 편하게 경기하겠다"면서 "이제는 '한국의 펠프스'라고 불리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얼짱'으로 유명한 여자부 1인자 김지은 역시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일반 아시안게임에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건 '4차원 소녀' 정다래(19.전남수영연맹)와 종종 비교되기 때문.

김지은은 뇌성마비를 이겨내고 2008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때 출전한 네 종목 모두 결선에 올랐고, 올해 전국 장애인체육대회에서는 5관왕에 오르며 최우수선수(MVP)에까지 뽑힌 스타다.

각종 대회 때마다 주목을 받아왔지만 이번에는 수영의 인기가 어느 때보다 높기에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크다.

특히 이번에는 장애 정도가 덜한 선수들과 등급이 통합된 불리한 상황을 맞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러나 김지은은 "나의 베스트를 하겠다"면서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시기를 바란다"며 다가오는 아시안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지은은 "정다래 선수의 눈물이 한창 이슈가 됐을 때 언론을 통해 기회가 있어서 '왜 그렇게 펑펑 울었냐'고 물어봤더니 '그동안 고생한 것이 생각나서 그랬다'더라"면서 "그 말을 듣고 충분히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의 신예들이 경계 대상이라고 꼽으면서 "저도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songa@yna.co.kr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