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져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가 있어서 안 한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애 때문에 할 수 없다고 단정 짓는 건 자신을 가두는 거예요. 도전하는 것은 아름답잖아요.”
휠체어 장애인 최초로 체육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게 된 이용로(47) 씨가 장애인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이 씨는 19일 오전 11시 한국체육대학교 필승관 5층 대강당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대 초반 보디빌더로 일했던 이 씨는 27살에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됐다. 이후 전공을 살려 공부를 하고자 지난 1997년 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용인대에 입학했다. 이 해는 용인대가 장애인 입학을 허가한 첫 해였다. 이 씨는 학부 졸업 후 국가공인운동처방사 자격을 취득했고, 이어 대학원에 진학해 운동처방분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씨가 박사학위를 받은 분야는 장애인체육보건 분야다. 특히 장애인이 유산소 및 근력강화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기구를 연구개발해 박사학위를 받게 됐다.
“장애인들의 평균 수명이 비장애인들보다 짧은 편인데, 어떻게 하면 장애인들도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장애인들을 위한 운동기구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현재 장애인들을 위한 운동기구가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 수천만 원대라 상용화되기는 어려운 실정이죠. 제가 만든 기구는 장애인은 물론 노인, 비장애인, 전문선수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씨가 개발한 운동기구는 ‘플라이에르고미터’(Fly Erometer)라는 제품으로 SNS메디컬에서 올해 안에 시판될 예정이라고 한다.
공부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는지 묻자 이 씨는 “한국체대에는 장애인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있는 편인데, 용인대에서 공부할 때는 편의시설이 잘 설치돼 있지 않아 힘들었다. 그리고 운동기구 개발을 위해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간의 노력 끝에 박사학위를 받게 된 이 씨는 오는 3월부터 오산대에서 강의를 할 예정이다.
한편 19일 학위수여식이 열린 한국체대 필승관 5층 대강당 단상에는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아 이 씨는 휠체어에 탄 채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 연단에 올라가야 했다.
이씨는 “모든 대학이 장애인이 편의시설로 인한 제한을 받지 않고 다닐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며 “한국체육대학교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설치된 편인데 이번에는 휠체어장애인이 박사학위를 받는 일이 처음이라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이런 일들을 계기로 앞으로는 교내 장애인 편의시설이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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