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8일 오후 서울 올림픽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2009 세븐럭 세계장애인배드민턴대회에서 휠체어 혼합복식에 출전한 한국 김성훈, 이선애가 한국 심재열-김연심 조를 상대로 공격을 하고 있다. 2009.9.8 uwg806@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7일부터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는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다. 2009 세븐럭 세계장애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다.

명색이 국제대회다. 하지만 경기장 안팎을 오가는 이는 선수와 관계자 뿐이며 관중석은 텅텅 비었다.

그래도 선수들은 매 경기 한순간의 스매싱에 전력을 다하며 땀방울을 흘린다. 지난 2007년 방콕 대회에서 금메달 5개 등을 따 종합 1위를 한 한국은 주최국의 명예를 걸고 뛰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는 선수가 있다. 대표팀의 에이스인 이삼섭(39.경남장애인배드민턴협회)이다.

이삼섭은 방콕 대회에서 휠체어 부문인 BMW2의 남자단식, 남자복식에서 1위를 차지했고, 혼합복식에서 은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에서도 유력한 메달 후보다.

창원에서 개인택시를 모는 이삼섭은 1989년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2003년 지인의 권유로 라켓을 잡았고 2005년 전국체전부터 두각을 나타내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생계를 접고 40일 동안 대표팀 훈련을 소화한 이삼섭은 "사실 일반 직장에 다니는 선수는 생계 문제 때문에 훈련 일정에 참가하기 어렵다"며 "여기에 장비 구입 등에 들어가는 경비도 만만치 않은 게 장애인 선수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삼섭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사람들이 너무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쉽다"며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이라도 시간이 날 때 경기장을 한 번 찾아 주시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삼섭은 배드민턴을 재활 치료에도 활용하고 있다. "배드민턴은 근력과 순발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며 "낮 12시부터 새벽 1시까지 택시를 모는데 매일 오후 5시부터 2시간씩 운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삼섭과 함께 대표팀 막내 김기연(19.울산과학대)도 눈길을 끈다.

2007년 태극 마크를 단 김기연은 엘리트 선수와 함께 훈련을 할 정도로 기대주다. 대학에 진학한 후 울산 문수고 배드민턴 선수들과 함께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김기연은 3살 때 볏짚을 자르는 기계에 왼쪽 팔꿈치 아래가 잘렸다. 이번 대회에는 스탠딩 허리 위 장애 부문인 BMSTU4에 출전했지만 메달을 따기에는 아직 실력이 모자란다.

김기연은 "8일 경기 단.복식에서 다 졌지만 결선리그에 나갈 기회는 남아 있다"며 "이번 대회에서 꼭 결승에 나가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이번 대회는 12일까지 열린다. 22개국에서 141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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