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일 대한장애인축구협회장이 장애인언론사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두 분은 저보다 훌륭하신 분들이다. 하지만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상근회장이 필요하다. 장애인체육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차근차근 이행해나갈 수 있는 회장이 필요하다. 헛공약에 현혹되는 분들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선거에 뒤늦게 합류한 대한장애인축구협회 김성일 회장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대방동 공군회관 비취홀에서 장애인언론사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렇게 출마의 변을 밝혔다.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공군참모총장을 역임한 김 회장은 38년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대한장애인축구협회장을 맡으면서 장애인체육계에 입문했다. 이후 2008년 베이징장애인올림픽 선수단장 역할을 수행했고, 현재 대한장애인올림픽위원회(KPC)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문에서 뇌성마비 축구선수들이 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훈련장이 없어 힘들어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그 선수들에게 운동장을 제공하게 됐다. 그 선수들이 제가 전역식을 할 때 찾아와서 회장직을 맡아달라고 해서 거절했는데, 신철순 감독이 3일 동안 집으로 찾아와서 밤늦게까지 버티면서 부탁을 해서 결국 회장직을 맡게 됐다.”

이렇게 장애인체육과 인연을 맺은 김 회장은 “현장에서 장애인체육을 접하고, 장애인올림픽을 경험하면서 장애인체육이 그때그때 드러나는 문제점만 해결하는 땜질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면서 “직접 나서 장애인체육을 바로 잡을 생각으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장애인체육회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내놓은 공약은 총 6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시도장애인체육회 및 경기단체와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며 대한장애인체육회 업무에 전념하는 상근 회장이 되겠다는 것.

김 회장은 이미 장애인체육회장 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과 윤석용 의원과의 차별성을 이 공약에서 찾고 있다. “공직에 계신 분들은 챙겨야할 일이 많다. 그런데 장애인체육회는 지금 상근회장이 필요하다. 특히 2014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를 준비해야하는 중요한 시기다. 장애인체육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직접 챙겨나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또 다른 공약은 효율적인 조직 관리와 선진 장애인체육행정을 실현하고, 유형별체육의 동반 성장을 통해 대한장애인체육회를 최우수의 체육단체로 육성하겠다는 것과 장애인체육의 미래비전을 수립하고 생활체육 참여인구 10%(약 24만명)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장애인체육의 기반을 확실히 구축하겠다는 것.

이와 함께 경기단체 육성계획을 수립하고 지원해 등록선수를 두 배(약 1만6,000명) 이상을 확대함으로써 경기단체의 위상을 높이고,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철저한 분석을 통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행정서비스를 강화해 기득권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도록 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선수들이 바라는 장애인실업팀 창단 문제가 있는데, 사실 이게 정말 쉽지 않다. 한 종목에서 실업팀 하나가 생기면 그 실업팀은 어느 팀과 경기를 해야 하나? 경기가 있어야 기업들도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단순히 접근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체육 발전을 위한 비전을 세워 차근차근 이행해나가면서 장애인선수들을 발굴하고 선수층을 넓혀서 실업팀이 창단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실업팀 창단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그 기반을 닦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장애인체육 발전을 위해 기반을 닦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김 회장은 한 예로 장애인축구팀의 실업팀 창단 계획에 대한 아이디어 하나를 꺼내놓았다. “청각장애인 실업팀을 한 곳 창단하고, K3에서 뛰게 할 생각이다. 그 정도 실력은 충분히 된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다른 구단들과 경쟁을 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홍보를 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장애인체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각종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일본의 J리그는 개막 경기에 앞서 장애인축구선수들이 오프닝경기를 하게 한다. 이렇게 해야 장애인체육이 무엇인지 일반 국민들이 알게 되는 것이 아니냐? 같은 예로 배구경기에 앞서 좌식배구를 오프닝으로 하게 하면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미디어를 통해서 장애인체육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하는데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뇌성마비축구선수권대회 중계해달라고 KBS에 찾아갔더니 1회 중계료로 2천만원을 요구하더라. 공영방송이 맞느냐고 야단을 치고 돌아왔다. 지난 베이징장애인올림픽에서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에게 국민들이 감동적인 장애인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제안했었다. 그런데 아직 잘 안 되고 있다.”

김 회장이 내건 마지막 공약은 원활한 국제 교류를 통해 IPC에서의 대한민국 위상을 제고토록 하겠다는 것. 김 회장은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대한패럴림픽위원장을 겸직하게 되어 있다”면서 “국제장애인스포츠계에서의 외교 역량과 경륜, 의사소통의 원활함은 기본이다. 이제 우리 체육인들은 스포츠 국제교류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과 그 이름에 걸맞은 대우를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장애인당사자가 아니다. 그 점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장애인체육 발전에 대한 목표가 같다면 장애인이냐 비장애인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서로가 반쪽이 돼서 힘을 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인을 위해 비장애인이 앞장서서 싸우는 모습이 보기 좋은 게 아니냐”고 말했다.

김 회장은 당선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느 후보가 당선되지 못할 선거에 뛰려고 하겠느냐”면서 “투표권을 가진 장애인체육인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현재 전국을 돌며 대한장애인체육회 대의원들을 만나고 있는 중이며 내주 초 출마서류를 접수할 예정이다.

용인대 최승권 교수(왼쪽)와 대한장애인축구협회 신순철 감독(오른쪽)이 김성일 대한장애인축구협회장의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출마 기자회견에 동참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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