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7개 단체가 2022년 9월 1일 CGV 왕십리점 앞에서 영화진흥위원회 규탄 릴레이 2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CGV, 영화진흥위원회 로고가 그려진 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석자들.ⓒ에이블뉴스DB

‘장애인 동시관람(폐쇄형) 상영시스템 시범상영관 운영 및 수용성 조사는 시간 끌기가 아니’라고 주장하던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2023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이 영진위로부터 제출받은 ‘영화진흥위원회 2023년도 예산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시·청각 보조 장비 지원사업’과 같은 장애인의 영화 관람 편의와 관련된 신규 사업 및 예산 편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진위는 지난 8월 “장애인 동시관람 상영시스템 시범상영관 운영 및 수용성 조사는 영화관 사업자들이 장애인의 권리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상황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라는 장애인 단체의 비판에 대해 “해당 사업은 시간 끌기가 아닌 향후 장애인들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시·청각 보조 장비들을 상영관에 지원하는 사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사실과 달랐단 것.

한글자막·화면해설 콘텐츠 제작, 장애인 영화제 지원, 온라인 가치봄 운영 등 장애인의 영화 관람 환경과 관련된 사업 예산은 ‘영화 향유권 강화’ 사업에 편성되는데, 2023년 예산안에는 해당 사업 예산으로 18억 6600만 원이 편성됐을 뿐이었다.

‘장애인 동시관람 상영시스템 시범상영관 운영 및 수용성 조사’는 지난 2016년 시·청각 장애인 4명이 대형 멀티플렉스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를 상대로 제기한 장애인차별구제 청구소송 2심 판결의 후속 조치로 진행된 영진위 자문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시범상영관 운영 발표 직후 장애인 단체는 “이미 5년간의 소송 과정에서 우리 기술과 비용으로 장애인 영화 관람권 보장을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관련 연구와 조사는 여러차례 진행했다.”며 “시범상영관 운영 및 수용성 조사는 대형 멀티플렉스 3사의 편의를 봐주는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실제로 법원은 2심 판결문에서 영진위의 2021년 1월 21일자 검토의견을 근거로 ‘피고(대형 멀티플렉스 3사)의 모든 상영관에 스크린 당 2개 이상의 화면해설 수신기기와 2개 이상의 자막수신기기를 구비할 경우 약 81억7116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상영관의 범위를 300석 이상의 좌석수를 가진 상영관 및 복합상영관 내 모든 상영관의 총 좌석수가 300석 이상인 경우 해당 복합상영관 중 1개 이상의 상영관으로 제한할 경우에는 예상 소요비용이 12억2293만2000원으로 감소하고, 이는 피고에게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힐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예지 의원은 “판결문에 나온 것처럼 예상 소요비용을 약 12억 원으로 추산할 경우 이는 영진위 전체 예산의 0.6%에 불과하다”며 “사업 예산 확보의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수용성 조사를 진행해놓고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영진위가 대형 멀티플렉스 3사를 위한 ‘시간 끌기’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영진위는 내년 예산안에 시·청각 보조장비 지원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점에 대해 장애인들에게 사과하고 반드시 내년 예산에 이를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영진위의 예산안 수정을 요구했다.

한편, 법원은 지난 2016년 시·청각 장애인 4명이 대형 멀티플렉스 3사를 상대로 제기한 장애인차별구제 청구소송 2심에서 ‘피고들이 운영하는 상영관 중 300석 이상의 좌석수를 가진 상영관 및 복합상영관 내 모든 상영관의 총 좌석수가 300석을 넘는 경우 해당 복합상영관 중 1개 이상의 상영관에서 개방형 혹은 폐쇄형 상영방식으로 피고들의 총 상영 횟수의 3%에 해당하는 횟수만큼 화면해설과 한글자막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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