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배성연. ⓒ배성연

발달장애인의 예술을 취미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분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예술인이 있다. 바로 피아니스트 배성연이다.

발달장애인 최초로 서울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서울대학교 음대 기악과에 진학하여 2019년 졸업한 후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배성연은 피아노 앞에서는 최고의 모습으로 최상의 선율을 선물한다.

여섯 살 무렵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인 배성연은 중학교 때부터 피아노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늘 열정적으로 연습과 연주에 임해왔다.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예술성으로 진정성을 전달한다. 그래서 멋부림없이 깨끗한 음악을 연주한다는 호평을 받아 왔다.

그는 일찍이 전국장애인종합예술제 전체 대상, 전국학생음악경진대회 피아노 부문 대상, 학생음악실기평가대회 대상, 툴뮤직 장애인음악콩쿠르 대학부 1위 등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으며, 문교부장관상 (2회), 보건복지부장관상, 서울시교육감상(2회) 을 수상하였다.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 등과 협연, 두바이 국제평화뮤직페스티벌 초청연주, 롯데콘서트홀 뮤직킵스고잉 독주회, 뷰티플마인드 콘서트 등 전문 피아니스트로서 다양한 연주를 펼치며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정규앨범 에 운명적 비애를 이겨내려는 베토벤의 정신적 내면세계를 표현한 피아노 소나타 제17번‘템페스트’, 리스트의 화려한 편곡기법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선율의 ‘리골레토 패러프레이즈’와 이탈리아 민속적 색깔이 드러나는 ‘순례의 해 제2년 보유, 베네치아와 나폴리’가 수록되어 있다.

연주회에서. ⓒ배성연

자폐 진단을 받고

결혼하고 5년 만에 아기가 생겼는데 임신 8개월에 1.7kg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아이가 울지도 않고, 뇌에 피도 차서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는데 병원에서 나중에 장애가 올 수도 있다고 하였다.

당시 젊은 부모는 장애를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고, 자폐라는 말은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아기가 살아 있다는 것만 감사하고 행복했다. 세 살이 되었을 때 행동이 좀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느 날 공항에 갔는데 한쪽을 보면서 끝도 없이 계속 걸어갔다. 몇 시간을 놔둬도 계속 걸었다. 그것을 본 성연이 외삼촌이 병원에 데려가 보라고 했다. 아이가 울거나 생떼를 부리지도 않고 정말 순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었 는데 외삼촌 말을 듣고 나니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병원에 가서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의 충격은 말로 다 형언할 수가 없다. 성연이는 집안의 장손이라서 어른들의 기대가 컸기에 성연이의 장애를 어른들이 더 힘들어하실 것 같아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절대음감의 음악적 재능 발견

엄마가 피아노를 전공해서 아이에게 음악을 많이 들려주었다. 네 살 때 집에서 예배를 드리는 데 말도 못하는 아이가 ‘아아아아~’ 하면서 찬양을 따라하는 것이었다. 음정과 박자가 정확하여 옆에 있던 집사님이‘성연이는 경음악의 대가네요.’라고 칭찬하셨다. 그때 ‘우리 애가 음악에 소질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 엄마는 자기가 할 수 있는 피아노를 한번 가르쳐 봤다.

방바닥에 엄지손가락은 1번, 검지손가락은 2번, 이런 순서로 건반에서 연주하는 손가락 운지법을 바닥에 썼다. 그렇게 <나비야>의 계이름을 가르쳤는데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다. 하루에 5분씩, 차 타고 가면서도 가르쳤다. 손가락을 다 익히고 피아노에 앉혀 놓고 치라고 하니까 그대로 치는 거였다. 성연이는 절대음감이었다.

악보 없이 1년 동안 직접 가르쳤는데 그때 성연이는 5분도 못 쳤다. 일곱 살 이후로 말귀를 좀 알아들으니까 이론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4학년 때까지는 엄마가 가르치다가 5학년 때부터 레슨을 받았다.

서울대학교 입학식과 졸업식에서. ⓒ배성연

피아노 전공, 엘리트 코스

성연이는 중학교 1학년 때 피아노를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레슨을 받으려면 돈도 돈이지만 성연이를 어떻게 가르칠까 걱정이 되었다. 그때 뷰티플 마인드를 알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아주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 레슨비는 무료였지만 레슨 시간이 짧은 것이 아쉬웠다. 성연이는 꾸준히 레슨을 받으며 조금씩 실력이 향상되었다.

서울예고를 보내기로 목표를 세웠지만 당시는 발달장애인들이 일반교육 특히 예술학교에 입학한 사례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런 고민을 교회 사랑부 엄마들에게 털어 놓았는데 거기서 피아노 선생님을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그분이 제 사정을 아시고 도와주신다고 하셨지요.”

서울예고는 음악뿐 아니라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발달장애인이 공부를 잘 할 수는 없기에, 학교에 찾아가서 선생님들을 만나 뵙고 부탁 드렸다.

3월 2일이 개학인데 2월 28일에 입학 허가가 나올 정도로 학교에서 성연의 입학을 결정하기 힘들었다. 서울예고에 떨어지면 이 학교 저 학교 다 못 가게 되는 상황이었는데 교육청에서도 도움을 주어 결국은 입학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장애인에게 정식으로 입학의 문이 열렸다. 그때 성연이가 처음 길을 터놔서 지금은 장애학생이라도 실기만 잘하면 합격할수 있다.

입학은 힘들었지만 막상 그 학교 학생이 되니 정말 잘해 주었다. 음악을 하는 아이들이니까 선생님들께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음악가를 대하듯 인격적으로 대해 주었다.

다음 목표는 대학 진학이었다. 대학에는 장애학생 특별전형이 실시되고 있었다. 목표는 커야 하기에 서울대학교에 도전하였다.

서울대는 장애인 특별전형도 경쟁률이 높았다. 음악대학에 총 6명이 시험을 봤는데 그중에 1명만 합격이 되었다. 성연이가 언어력이 부족해서 면접 준비를 면접상황처럼 질문하고 답변하는 방식으로 반복해서 연습하곤 했는데 나중에 교수님께 들어 보니 면접도 잘 했다고 칭찬해 주셨다.

피아니스트 배성연의 비전

1995년생인 성연이 부모는 발달장애로 교육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아들의 교육에 최선을 다했다. 성현이에게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피아노라는 목표가 생겼다.

그 후 학교교육을 위해 매진한 결과 발달장애인에게 닫혀 있는 예고의 문을 열었고, 2015년 서울대학교에 입학하여 4년 만인 2019년 무난히 대학을 졸업하였다.

서울대학교 음대 졸업연주회 때 성연이는 한 시간 동안 네 곡을 연주했다. 보통 다른 학생들은 앵콜 준비를 안 하는데 성연이는 <어메이징 그레이스 (Amazing Grace)>를 앵콜곡으로 준비했다.

리스트의 <탄식>이라는 곡과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함께 편곡된 곡인데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는 곡이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서 준비한 앵콜곡을 연주할 수 있었다.

성연은 지금까지 세 차례 독주회를 가졌는데 중학교 3학년 때 일반학생 콩쿠르에 나가서 동상을 차지하여 얻은 기회였다. 그리고 두 번째 독주회는 롯데문화재단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공연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한 무관중 온라인공연지원사업 ‘뮤직 킵스 고잉 (Music Keeps Going)’에 선정되어 2020년 9월 1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 ‘열정’을 가졌다.

이 리사이틀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과 17번 ‘템페스트’를 비롯해 리스트의 ‘베네치아와 나폴리’ 중 ‘곤돌라를 젓는 여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부조니가 편곡한 바흐의 ‘샤콘느’ 등 공연의 주제인 열정에 걸맞은 강렬한 작품을 연주하였다.

그리고 세 번째 독주회는 2021년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었는데 이 또한 서울문화재단 사업에 응모하여 선정되었기에 가질 수 있었다.

성연이 부모는 대학 졸업 후 더 걱정이 많다. 그동안은 가르치는 일에만 온 힘을 기울였지만 이제부터 필요한 것은 피아니스트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인데 그것은 부모 힘으로 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성연이 부모는 아들이 조금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미국 보스턴에 있는 세계적인 음악대학에 어플라이를 해서 1차는 패스를 했지만 토플 점수 등 갖추어야 할 요건들이 많아서 아쉽지만 돌아서야 했다.

사람들의 소리가 성연이에게는 소음으로 들린다. 하지만 오케스트라 음악은 선율을 구성하는 악기음 하나 하나를 다 기억한다. 성연이의 언어와 인지능력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지만 음악에서는 누구 못지않게 뛰어나다. 피아노 연주는 열정적이다. 배성연은 피아노 건반 앞에서는 진지하다.

배성연이 음악 생활을 이어 가게 된 건 초견(악보를 보자마자 치는 능력)과 암보력(暗譜力) 이었다. 앉은자리에서 처음 보는 악보를 두세 번 연속해서 치고 나면 전부 외웠다. 배성연은 일상에서는 감정 표현에 서투르지만 피아노 연주에는 감성이 묻어 나온다. 그의 연주에는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순수함과 열정이 배어 있다.

배성연을 가르친 서울대 음대 주희성 교수는 그의 연주를 듣고 “오랜만에 순수하게 연주하는 학생이 나왔다”고 높이 평가해 주었다. 연주에만 몰입하는 배성연은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정통 피아니스트로 세계적인 활동을 기대하게 된다.

배성연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피아노전공) 졸업

(사)뷰티플 마인드 단원

(주)툴뮤직 소속

2021 제9회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 스페셜K 동상

2021 제5회 전국발달장애인 음악축제 GMF 우수상

전국장애학생음악콩쿠르 대상

전국장애인종합예술제 전체 대상

전국학생음악경진대회 피아노 부문 대상

학생음악실기평가대회 피아노 부문 대상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세종문화회관 대강당)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 협연(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2020년 롯데콘서트홀 온라인중계 독주회

2021년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 독주회

두바이 국제평화뮤직페스티벌 한국대표 참가

일본, 대만, 싱가포르, 싸이판 등 다수 해외 연주

2020 롯데문화재단 아티스트 지원 사업‘뮤직 킵스 고잉’공연

정규앨범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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