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이남현. ⓒ이남현

다이빙 사고로 전신마비

'바퀴달린 성악가' 이남현(남, 40세)은 유엔이 정한 장애인의 해이던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나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전남 목포로 내려갔다. 노래를 곧잘 부르고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중학교 때 누군지도 모르는 성악가의 노래를 듣고 몸에 전율을 느낀 뒤 전남예고에 들어가 성악을 처음 배웠고, 대학에서도 성악을 전공했다.

그러나 제대 후 복학을 준비하던 2004년 여름 그의 날개는 꺾였다. 친구들과 수영장에 가서 물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다이빙을 하였는데 수영장 벽면에 뒷머리를 부딪혔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30분 동안 물속에 잠겨 있었지만 친구들은 그가 잠수를 하는 줄 알았다.

워낙 수영을 잘 하기 때문에 그에게 수영장은 위험한 곳이 아니었다.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들어가 폐에 찬 물을 빼내고, 6시간에 걸쳐 수술을 받았다. 머리를 부딪히며 목뼈가 부러져 목뼈 조각 수십 개를 제거하고 골반뼈를 목에 이식하는 대수술이었다.

수술 후 그는 눈으로 천장을 보는 것 외에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다. 의사는 경수(목뼈 속 신경) 손상으로 어깨 아래가 마비된 전신마비 진단을 내렸다.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폐활량이 사고 전의 30%밖에 되지 않아서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사형선고 같은 선언이었다.

노래 부르기 훈련

삶이 고통이고 절망이었던 그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다가왔다. 어느 날 통원 치료를 받으러 병실로 이동하던 중 어린이병동에서 동요를 부르는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들었다. 창밖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한 아이가 문을 열고 그에게‘들어오라’고 손짓을 보냈다. 아이들은 율동과 함께 동요를 부르며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었죠. 그런데 모두 티없이 해맑았어요. 천사 같았죠. 나보다 더 나을 게 없는 상황에서 희망을 갖고 노래하는 아이들을 보는 순간‘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어요. 저도 노래를 통해 희망을 전파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그 후 그는 불가능하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그래서 그는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처음 목표는 노래 한 곡의 1절만 부르는 것이었다. 1년 동안은‘도레 미파솔라시’7음계만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결국 2년이 지나 ‘청산에 살리라’의 1절을 부를 수 있게 됐다.

“사고 후에 숨을 모아 한숨을 쉴 수 없었고, 숨을 모아 기침도 할 수 없었죠. 그러니 숨을 모아 부르는 노래를 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어요. 그런데 꾸준히 연습을 하자 노래 한 곡을 부를 수 있게 되었어요. 노래를 마치고 나자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성악가가 되다

요즘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른다. 그를 불러 주는 곳은 어디든 마다하지 않는다.

2011년 9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금난새가 지휘하는 유라시안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했다. 2011년 1월에는 KBS1TV <강연 100℃>에 출연해 '숨’을 주제로 강연을 했고, 에세이집「나는 지금이 좋다」(터치북스)는 책도 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에 바리톤 김동주와 한무대에 섰던 공연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노래인 <평창의 꿈>을 불러 많은 사람들에게 평창동계올림픽과 함께 개최되는 평창동계패럴림픽을 알리는 역할을 하였다. 녹음은 가수 니모와 함께했고, 무대에 설 때는 뮤지컬 배우 김소연과 노래를 부르는 등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바쁘게 달렸다.

“노숙자 분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공연을 마치자 한 노숙자께서 올라와 제 손에 빵을 쥐어 주시며‘다시 한 번 살아 보겠다.’고 눈물을 흘리시는 거예요. 가슴이 뭉클했죠. 그때 알았어요. 제 노래가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희망전도사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살기 위해 계속 노래를 부르기로 하였다.

“가끔 건강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아요. 그때마다 전 '지금이 좋다!’고 하지요. 사고를 통해 삶의 중요성을 깨닫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삶을 사는 전 정말 행복한 사람이예요.”

그의 자서전 제목「나는 지금이 좋다」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내 책을 사서 읽지 않더라도 서점에 있는 책 표지를 보고 ‘나는 지금이 좋은가’라고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박사학위를 받고

그는 다치고 나서 5년 동안은 몸을 추스르는 것도 힘들고 마음을 다잡는데 보냈다. 그런 치유의 시간을 보내고 복학을 결심했다.

경수 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는 폐활량이 적어서 성악을 할 수 없으니 사회복지로 전공을 바꾸라는 권유를 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그는 중학교부터 꿈꾸던 성악을 포기하지 않았다.

국립목포대학교 음악과는 전공과 부전공이 있었는데 입만 움직일 수 있는 상태에서는 성악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치기 전에는 피아노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룰줄 알았지만 손가락에 힘이 없어서 악기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래서 부전공을 지휘로 하였는데 그 덕에 합창단에서 지휘자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졸업 후 바로 대학원에 진학하였다. 공부 외에는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바퀴 달린 성악가’라는 콘셉트로 성악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였다.

공연 무대가 많지 않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활동을 하며 장애인예술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 2016년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공연예술학과 예술경영 박사과정에 입학하였다.

박사과정 공부는 어렵기도 하지만 체력 소모가 많아서 힘이 들었지만 힘든 척하지 않으려고 결석하지 않고 성실히 수업에 임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원우들과 가깝게 지내다 보니 원우회장으로 선출되었다. 회장 임기 동안 다양한 활동으로 교수들과 동료 및 선·후배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중증장애인이 원우회 회장이 된 것은 학교 개교 후 처음이었는데 아주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

2019년 2월 19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2019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공연예술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이 지각된 가치와 삶의 긍정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로 장애예술인의 삶의 가치를 밝혀낸 것이다. 예술 경험이 장애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준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장애인예술의 가치를 높여 주었다.

이남현은 ‘앞으로 장애인 문화예술을 위해 작더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며 장애인예술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남현 주요경력

경희대학교 대학원 공연예술학과 박사, 국립목포대학교 음악과 학사 및 석사, Italy Accademia di roma Diploma Austria Wien Musik Meisterkurs Diplom(Universitaet fuer Musik und darstellende Kunst Wien)

# 음반

기적을 노래하는 바퀴 달린 성악가 이남현 Vol.1

THE PRESENT 성악가 이남현 Vol.2

하나님의 선물(Digital Single)

# 저서

나는 지금이 좋다

# 경력

New York UN본부 신탁통치회의장 초청공연/New York Carnegie Hall World Choral 초청공연/ Consulate General of Korea in New York 초청공연/Jakarta Intercultural School 초청공연/ACS Jakarta 초빙강의 및 공연/ Austria Korea Kulturhaus Österreich 초청공연/Consulate General of Korea in Russia 초청공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엠블럼 선포식 공연/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OPENING CEREMONY 공연/2018 평창동계문화올림픽 공연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축하공연/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회식 공연/경기도 장애인 합창대회 축하공연/A+ Festival 공연 수원시립합창단 음악회 초청공연/경기도 열린음악회 공연/전라북도 정읍시 열린음악회 공연/전라남도 목포시민의 날 축하공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문화홀 문화공연/벨칸토 신인음악회 공연 자선기금마련‘ 아름다운 만남&동행’ 기적을 노래하는 바퀴 달린 성악가 이남현‘ 희망다리 콘서트’(전국 투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국내·외 공연 다수

# 협연

KBS Symphony Orchestra 및 New World Philharmonic Orchestra 외 국내·외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다수 협연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