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진행된 팝업 통합놀이터 행사에서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에 참여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무궁화 꽃이 문어가 되었습니다”

30일 오후 2시 팝업 통합놀이터가 조성된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한켠에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가 한창이었다. 특이한 점은 술래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고 참여자 가운데 휠체어 장애인들이 섞여 있는 것이었다.

이번 행사는 통합놀이터 조성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9개 단체가 기획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비롯해 8개 놀이를 체험할 수 있었다.

놀이의 술래인 박진호(서울 성동구·41세·뇌병변)씨는 진행스탭의 도움을 받아 별다른 제한없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박씨는 ‘문어’라는 키워드를 한 글자 한 글자 소리 내 전달했고, 진행스탭은 참여자들을 향해 “무궁화 꽃이 문어가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팝업 통합놀이터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기존의 놀이와 큰 틀에서 규칙이 동일하지만, 술래가 특정 키워드를 외치면 나머지 사람들은 손과 발 표정으로 해당 키워드를 표현하는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점이 다르다.

아이들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기다가 이내 제자리에 멈추고는 본인 떠올린 문어의 형상을 몸으로 표현했다. 참여자 김진주(서울 동작구·33세·뇌병변)씨 역시 전동휠체어 컨트롤러에서 손을 떼고 흐느적거리는 동작으로 문어를 표현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김진주 씨는 “저희 아이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좋아해요. 오늘 팝업 통합놀이터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왔어요. 미리 알았다면 아이와 함께 왔을텐데 그게 아쉬워요. 집에 가서 아이와 함께 해봐야겠어요”라고 말했다.

박진호씨 또한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해봤어요. 문어라는 단어는 갑자기 생각나서 말해봤어요. 너무 재미있게 놀이에 참여했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휠체어 그네를 타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 ⓒ에이블뉴스

팝업 통합놀이터의 핫플레이스는 ‘휠체어 그네’ 였다. 그네를 타려고 모인 아동들은 차례대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휠체어 그네는 말 그대로 휠체어 사용 장애인도 탈 수 있는 그네를 의미한다. 일반 그네와 달리 튼튼한 소재로 만들어진 바닥과 접이식 경사가 부착돼 있다.

이 자리에서 만난 박연우 양(여·8세)은 “휠체어를 탄 친구들을 놀이터에서 본 적이 없어요. 이런(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그네가 있으면 (장애를 가진)친구들도 같이 놀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그네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장애경(여·51세·뇌병변)씨는 “태어나서 그네를 처음 타봤어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몸을 떨었는데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라, 장애 때문에 그런 거예요”라고 말한 후 “나는 어린시절 방안에만 있어야 했어요. 휠체어 그네와 같은 기구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라고 강조했다.

휠체어 그네를 비롯한 모두가 이용가능한 놀이기구는 일반 놀이터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관련법은 기존에 놀이기구의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다른 형태의 놀이기구를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성악가 조수미씨가 휠체어 그네를 외국에서 수입해 특수학교와 장애인복지관에 기증, 설치하려했으나 법적 문제로 철거와 재설치를 반복해야만 했다.

이에 주최 측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팝업 통합놀이터 행사를 계기로 본격적인 관련 법과 고시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장추련 박김영희 대표는 “이 나이가 돼 처음으로 그네를 타봤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나처럼 나이가 들어 그네를 타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 모두 놀이터에서 같이 놀았으면 좋겠다. 그런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현행법은 법의 규정에 맞지 않는 놀이기구는 배제하고 있다.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장애 비장애 나이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통합놀이터가 만들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쌓이 놀이를 체험하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 ⓒ에이블뉴스

소리정원 놀이를 하고 있는 아동의 모습. ⓒ에이블뉴스

손 안쓰고 도넛먹기 놀이를 체험하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모습.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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