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일일드라마 ‘왼손잡이 아내’는 문은아 극본 김명욱 연출로 매주 월~금 오후 07시 50분에 방영되고 있다.

그런데 왜 제목이 왼손잡이일까? 3~40년 전이라면 왼손잡이가 특별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엔 왼손잡이가 특별할 것도 없고 다만 왼손잡이라서 생활하는데 약간 불편할 뿐이다. 가위 등 대부분의 생활도구들이 오른손잡이 중심으로 되어 있으니까. 장애인 관련해서는 다음에 얘기하겠지만 왼손이 문제가 아니라 한손이라서 어려움이 있다.

왼손잡이 아내. ⓒKBS

‘왼손잡이 아내’에는 남자 주인공 '박도경' 역에는 '김진우' 여자 주인공 '오산하' 역에는 '이수경'이 출연하는데 오산하가 왼손잡이다. 처음 이수호 역에는 송원석이 나오는데 나중에는 교통사고로 박도경은 죽고 이수호가 박도경 얼굴로 성형수술을 해서 나온다.

오산하는 미역국을 끓인 생일상 앞에서 이수호에게 생일이 언제냐고 물었는데 이수호는 갓난아기 때 버려져서 생일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 오늘이 내 생일인데 내 생일로 같이 하자며 왼손에 숟가락을 쥐어 준다. “아참 또 실수, 내가 왼손잡이라서.” 그러나 특별할 것도 없는 왼손잡이가 왜 제목으로 쓰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남편 이수호가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데 왼손잡이가 실마리가 될는지 모르겠다.

‘왼손잡이 아내’는 충격적인 사고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남자와 신혼여행지에서 사라진 남편을 찾아 헤매는 여자, 뒤엉킨 욕망 속에서 두 남녀가 자신들의 진짜 사랑과 가족을 찾아가는 반전 멜로드라마라고 한다.

‘왼손잡이 아내’에는 왼손잡이를 제외하고도 여러 가지 유형의 장애인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신장장애인을 보자.

내가 왼손잡이라서. ⓒKBS

오산하(이수경 분)는 화장품 제조업체 <포레> 대표를 맡고 있는 아버지 오창수(강남길 분)와 같이 화장품 개발 연구원으로 활동한다. 어머니 백금희(김서라 분)는 갓난아기 때 버려진 이수호를 발견했으나 보육원으로 보낸다. 이수호는 보육원에서 장에스더(하연주 분)와 오빠 동생 하면서 자랐으나 이수호는 의대에 합격하여 백금희를 찾아오고, 장에스더는 오라미술관 큐레이터로 활동한다.

이수호는 의사가 되어 오산하와 한 집에 살면서 둘은 연인이 된다. 그런데 이수호의 신장이 나빠져서 이식을 받아야 될 상태다.

만성신부전은 신장의 손상이나 신장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하며 주로 당뇨나 고혈압 등에 의해 신장의 혈관이 손상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손상이 점점 진행되어 신장의 기능이 10% 이하로 감소하게 되면 의료적인 처치 없이는 생명 유지가 어려운 상태에 도달하기도 하는데, 이를 말기 신부전증이라고 한다. 말기 신부전증의 경우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 또는 신장이식을 해야 된다.

혈액투석의 경우 평생 동안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하루는 죽고 하루는 다시 사는 생활을 계속하게 되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장이식을 원하게 된다. 그러나 신장이식은 누구나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예전에는 신장 수혜자와 신장 공여자 사이의 혈액형이 같아야 했으나 최근에는 혈액형이 달라도 이식적합성 검사만 통과하면 가능하지만 적합성이 가능한 사람이 그리 흔치않다.

친인척이나 지인들 중에서 신장이식을 해줄 사람이 없을 경우 장기이식센터에 등록을 하고 공여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공여자는 살아있는 사람의 한쪽 신장을 이식하는 경우도 있고, 뇌사자의 신장을 이식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기다림이 짧게는 5년 길게는 20여년 만에 이식하는 경우도 있다.

신장이식 수술 전 주의사항.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의 경우 매매가 금지되어 있으므로 친인척이나 지인인 경우 장기매매 금지를 위해 철저하게 조사를 하고, 위장결혼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부부는 물론이고 자녀까지도 면담하는 등 장기매매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친인척이나 지인이 아닌 경우 공여자의 신상은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진다. 그리고 신장이식이 결정되면 수혜자는 일주일 전에, 공여자도 이틀 전에는 입원을 해서 각종 검사를 받아야 된다.

‘왼손잡이 아내’에서 신장이식을 받을 수혜자는 이수호고 이식을 해 줄 공여자는 오산하다. 이수호는 대학병원 응급실 의사인데 신장이식 수술을 하기 직전까지 응급실에 근무하고 있었다. 오산하가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느냐, 이 병원에 의사가 당신뿐이냐?”고 화를 냈다.

장기이식에 관한 것은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의 승인 후에 진행되는데 신장이식의 경우 KONOS의 승인이 완료되고 수술 일정이 결정되면 신장 수혜자는 일주일 전에 , 신장 공여자는 2~3일전에 입원하여 추가적인 정밀 검사를 한 후에 수술이 진행된다. 그리고 신장 수혜자의 경우 수술 2일 전 자정부터 금식을 하고, 수분과 영양공급을 위해 수액주사를 맞아야 된다.

물론 드라마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명색이 이수호가 의사인데 수술 당일까지 응급실에서 일을 하는 등 신장이식에 관한 기본적인 것도 안 지키는 것은 보기에도 좀 그렇다.

이수호에게 신장이식을 해줄 오산하는 부모님에게 외국여행을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집을 나서 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어머니 백금희가 우연히 혼인신고서를 발견하고 놀라서 주민센터에 확인을 하니 이수호와 오산하는 이미 결혼한 사이였다. 외국여행을 떠났다는 오산하는 물론이고 응급실 의사 이수호도 전화가 안 되므로 병원에 전화를 해서 이수호를 찾으니 신장이식 수술을 하러 들어갔다고 했다.

괜찮다 괜찮다. ⓒKBS

오산하가 혼인신고를 한 것은 자신의 신장을 아내로서 이수호에게 이식하기 위함인 것 같은데, 오산하는 만약 이수호가 신장이식 공여자가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면 신장이식을 안 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비밀이라고 했다.

오산하가 신장이식을 하기 전 마지막으로 이수호를 만났을 때 이수호는 오산하를 끌어안으며 행복해 했다.

“세상에는 참 기적이 많은 것 같아, 갓난아이로 버려진 날 어머니께서 발견했고, 때마침 신장을 준 공여자가 나타나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고, 그리고 너, 나한테는 모두가 기적 같아”

“아무 걱정 하지 마, 수술 받을 동안 오빤 내가 지키고 있을게.”

오산하는 이수호의 등을 쓰다듬으며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고 했다.

백금희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남편 오창수와 함께 병원으로 달려갔다. 백금희와 오창수는 이제 막 이수호를 만나서 잠깐 다녀온다며 병실로 돌아 온 오산하를 찾아냈다. 환자복을 입은 오산하는 달아나고 백금희와 오창수는 달아나는 오산하를 쫓아가고…….

물론 ‘왼손잡이 아내’는 드라마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이수호는 신장이식을 해야 될 만큼 만성신부전증이라면 백금희와 오창수는 이수호와 한집에 사는데도 어찌 몰랐을까. 만약 이수호가 만성신부전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왜 자기 딸 오산하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하는 걸까.

나 좀 믿어주면 안 돼. ⓒKBS

엄마 백금희는 병원 복도에서 달아나는 딸 오산하를 잡았다.

“미쳤어, 미쳤어.”

엄마는 딸을 마구 때렸다.

“수술은 한시가 급한데 그래도 엄마 아빠 생각해서 10초는 망설였어.”

“네 몸이 네 건 줄 알지? 네 거 아니야 나도 절반은 지분이 있어, 나머지 절반은 네 아빠 거고, 헌데 뭘 떼 줘? 물려, 당장 물려.”

“나 수호 씨를 위해서 더한 것도 내 줄 수 있어, 목숨까지도.”

“그게 지금 부모 면전에서 할 소리야?”

“그래 네가 목숨처럼 아낀다는 그 놈은 뭐라는데?”

“수호 씨는 아무것도 몰라, 수호 씨가 안다면 내 신장 안 받을 거야.”

오산하는 병원 복도에서 엄마 아빠에게 사정하며 애원했다. 저만치서 병원직원(?)이 오산하에게 빨리 수술해야 된다고 재촉하는 듯 지켜보고 있었다.

“엄마 아빠한테 말 안한 건 정말 죄송한데, 이건 내 문제야. 수호 씨 이미 개복해서 신장 떼 냈을 거야, 이제는 물릴 수도 없어, 우리 두 사람 수술 잘 되게 응원해 주면 안 될까. 이제 진짜 가 봐야 돼.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어.”

신장이식 수술. ⓒ국가건강정보포털

병원복도에 퍼질러 앉아 가슴을 치며 울부짖는 엄마를 두고 오산하는 수술실로 들어갔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신장이식 공여자도 이틀 전에는 입원을 해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아야 된다. 그리고 오산하가 이수호는 이미 신장을 떼 냈을 거라고 했는데 신장이식 수혜자의 신장은 특별히 다른 병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떼어 내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튼 이수호와 오산하는 무사히 신장이식 수술을 마쳤다. 오산하는 엄마 백금희가 간호를 했지만 이수호는 정에스더가 간호를 했는데 이수호는 눈을 뜨자마자 오산하를 찾았다.

“나 질투 날려고 그런다. 밤새도록 오빠가 눈 뜨도록 기다린 건 난데 왜 오산하만 찾아? 걱정 마 산하 씨도 수술 잘 됐대.”

“수술! 무슨 수술?”

그제야 이수호는 오산하가 신장 공여자라는 것을 눈치 채고는 벌떡 일어났다. 아직 움직이면 안 된다는 정에스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수액 맞는 주사바늘을 뽑아서 내 팽개치고는 오산하를 찾으러 나갔다. 의사가 어찌 저런 짓을…….

오산하도 의식이 돌아오자 이수호가 깨어났는지 자신이 직접 봐야 된다며 만류하는 엄마를 뿌리치고 병실을 나섰다. 오산하는 수액주사를 뽑지는 않았지만……. 이수호와 오산하는 병원 복도에서 마주쳤다.

“오산하! 왜, 왜 그런 거야 한마디 말도 없이…….”

“나 아팠음, 수호 씨도 날 위해서 이렇게 해줬을 거야!”

“너를 어쩌면 좋니!”

이수호와 오산하는 병원 복도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이수호를 따라 나왔던 정에스더가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너를 어쩌면 좋니. ⓒKBS

현재(2017년말) 우리나라의 신장장애인은 83,562명인데 남자가 48,768명이고 여자가 34,794명이다. 신장장애인은 투석을 하게 되면 2급이고 이식을 한 사람은 5급이다, 5급은 9,808명인데 남자는 11,547명이고 여자는 8,261명이다. 신장장애로 투석을 받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신장이식을 희망하지만 이식 해줄 사람이 없는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이식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왼손잡이 아내’에서 이식을 해주겠다는 딸 오산하에 “내 딸은 절대 안 돼!”를 외치며 극구 말리는 엄마 백금희와 아빠 오창수를 보면서 드라마 같은 상황에 놓인 신장장애인은 얼마나 절망스러울까 싶었다.

더 가관인 것은 이수호의 태도다. 이수호는 누군가의 신장 공여로 신장이식 수술을 했다. 이수호는 의사인데 다른 사람의 신장이식은 되고 자신의 아내 오산하의 신장이식은 안 된다고 한다면 의사로서 너무나 파렴치하고 이율배반적이지 않는가.

‘왼손잡이 아내’는 드라마를 좀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신장이식에 대한 엄마의 반대와 이수호의 반대를 그렸겠지만, 그들은 왜 신장이식을 반대했을까. 결국은 오산하의 몸에 칼을 대는 게 싫었고, 신장이 하나 없어지면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만성신부전증은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을 해야 된다. 혈액투석이란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투석기(인공 신장기)와 투석막을 이용하여 혈액으로부터 노폐물을 제거하고 신체내의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며 과잉의 수분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혈액투석은 이틀에 한번씩 3~4시간씩 받아야 되는데 혈액투석을 받는 날은 기운도 없고 초죽음이 되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라 신장장애인은 하루는 죽고 하루는 산다고 말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혈액투석 장애인은 신장이식을 원하지만 장기이식센터에서 적합자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만성신부전증 이수호는 적합자를 구했는데도 적합자 오산하의 부모는 물론이고 남편 이수호까지도 반대를 했으니 이 무슨 통탄할 일이란 말인가.

그러나 지금도 신장이식을 기다리는 많은 장애인들이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드라마니까 부디 신장이식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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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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