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구상솟대문학상 수상자인 김미선 작가. ⓒ한국장애예술인협회

구상솟대문학상운영위원회가 2018년도 구상솟대문학상 수상자로 김미선 작가를 선정했다고 6일 발표했다.

김미선 작가는 소아마비로 목발을 사용하는데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교사임용고시에 합격했지만 교육공무원 신체검사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탈락되었다.

이후 장애인 이용시설인 정립회관에서 근무하다 글을 쓰기 위해 사직하고 소설쓰기에 몰두해 1994년에 ‘동서문학’ 소설부문 신인상을 수상해 문단에 등단했다.

작품으로는 창작과 비평에 발표된 ‘눈이 내리네’ 외 단편 다수가 있고 단행본 ‘눈이 내리네’는 2013년 상반기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다.

그의 작품으로 장애인소설을 조명하는 논문이 몇 편 발표되는 등 평론계에서 김미선을 주목하고 있다.

김미선 작가는 “시 공부를 하며 마치 빽빽한 숲속을 헤쳐 나가다가 마침내 산마루에 올라선 것처럼 눈앞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는데 그 울림을 좇아 시가 나오기 시작했고, 외부에 정식으로 내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구상솟대문학상이라는 가장 권위있는 상을 받게 되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편, 운영위원회는 장애문인을 대상으로 매년 미발표작 10편을 6월말까지 신청 받아 예심을 통과한 작가의 작품을 본심에 올려 심도있는 심의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본심 심사위원으로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유자효 회장(시인), 안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맹문재 교수(시인), 숭실사이버대학교 방송문예창작과 허혜정 교수(문학평론가)가 참여했다.

2018구상솟대문학상 시상식은 ‘장애예술인수첩’ 출판기념회와 함께 오는 10월 5일에 있을 예정이다.

2018년 구상솟대문학상 수상작

바리데기 언니

김미선

옛날 옛날

간난이 상고머리 계집애

두어 살 더 먹은 언니

두 살 더 아래 동생을 업고

길을 나섰다

역전 마라보시 삼거리를 지나

먼실 안골로 가는 길

용케 차라도 지나가려면

뽀얀 먼지 앞을 가리던 자갈밭 신작로

큰 계집애가 작은 계집애

엉덩이 치킬 때마다

빨간 갑사치마 위로 말리고

엉덩이는 아래로 빠져

세 번 네 번 치키다 숨이 차올라

미루나무 둥치에 기대

목에 매달린 동생을 내렸다

아침에 곱게 맨 노랑저고리 고름이 풀리고

연분홍 리본도 먼지에 더러워졌다

큰 계집애 중년 아낙네처럼

허리를 쭈욱 펴고

고사리 손이 아낙네 손바닥인 양

작은 계집애 이마를 쓰윽 훔쳐 주었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구름이 뭉게뭉게

멀리서 딸딸이 용달차

먼지기둥을 달고 탈탈탈

오늘은 막내이모 혼례식

키 큰 이모는

키 크다고 타박 받아

팔십 리 노총각한테 겨우 시집가는 날

외갓집 마당에는 차일이 올라가고

초례상 양쪽엔 푸른 대나무

청홍 목기러기 사이에 두고

팔십 리 노총각 사무관대 차리고

안골 노처녀 연지 곤지 찍는 날

패랭이꽃 핀 고샅길

기름 냄새 고소하고

차일 자락도 외삼촌 두루마기 자락도

펄렁펄렁 춤추는 날

잔치 소식 신명 올라

큰 계집애 동생 치마저고리 입히고

꽃분홍 머리에 꽂고

엄마 아부지보다 먼저 나선 길

번데기공장 엄마는

공원工員들 밥 준비에

동동걸음 치는데

얼굴이 까만 계집애

동생을 치켜 업고 길을 떠났다

네댓 살 되도록

걷기는커녕

일어서지도 못하는 동생을 업는 일이야

동네 숨바꼭질보다 더 흔한 일

갑사 치마저고리 곱게 입힌 동생을 업고

예닐곱 살 언니가 길 위에 올라섰다

가다가 쉬고

가다가 쉬고

쉬다가 또 가고

전라도 황토길 걸어 걸어 가다가

발가락 하나 빠지고 또 빠지던 문둥이 시인 한하운처럼

두 살 더 먹은 계집아이가

두 살 더 어린 계집아이를 업고

몇 걸음 걷다가 궁뎅이 쑥 빠지고

몇 걸음 걷다 궁뎅이 아래로 빠지는 동생을 업고

외갓집 이모 혼례식에 가는 길

자갈밭 신작로 먼지 풀풀 날리고

미루나무 꼭대기엔 뭉게구름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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