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들어 보고 또 실천해 보았을지도 모르는 레미 구르몽의 시구다. 나무들이 옷을 벗는 이맘때쯤 숲길을 걸으면 발밑에서 바스락 바스락 또는 사그락 사그락 낙엽이 부서진다.

숲길에서 낙엽 밟는 소리는 우수에 젖은 애잔함일 수도 있고, 옛 생각의 스산함으로 심금을 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낙엽 밟는 소리는 아마도 20~30데시벨(dB) 쯤 되지 않을까 싶다.

숲길에 쌓인 낙엽. ⓒ이복남

일반적으로 청각장애란 듣지 못해서 말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청각장애에도 등급이 있다. 2급은 ‘두 귀의 청력 손실이 각각 90데시벨(dB) 이상인 사람’이다. 청각장애 2급을 가진 사람은 대부분이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한다. 물론 개중에는 듣지는 못해도 말은 할 수 있는 후천성 장애인도 있다.

그런데 청각장애는 6급은 ‘한 귀의 청력손실이 80데시벨(dB) 이상, 다른 귀의 청력 손실이 40데시벨(dB) 이상인 사람’이다. 최근 필자가 운영하는 상담실에 한쪽 귀의 청력을 상실한 사람들의 문의가 몇 건 있었다.

청각장애 등급기준. ⓒ보건복지부

게시판으로 상담한 A 씨는 청소년 때부터 이유도 모른 채 한쪽 귀의 청력이 상실 되었고, 나이가 들면서 다른 쪽도 잘 들리지 않아서, 다른 식구들은 위층에서 층간소음이 난다고 하는데 자신은 잘 모른다고 했다.

전화로 상담한 B 씨 역시 한쪽 귀는 청소년 때부터 잘 안 들리다가, 크게 다치거나 아픈 적이 없었는데 점점 나빠지더니 이제는 아예 안 들린다고 했다. 물론 필자와의 전화는 들리는 쪽 귀로 한다고 했다.

A 씨의 경우 한쪽 귀는 아예 안 들리고, 다른 쪽 귀로도 위층에서 나는 층간소음이 안 들린다고 하니, 정확한 것은 검사를 해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청각장애 6급에 해당이 될 것 같다.

그런데 B 씨의 경우 한쪽 귀의 청력은 상실되었지만, 다른 쪽 귀의 청력이 40데시벨은 넘지 않았을 것 같아서 장애등급기준에 해당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청력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청력은 ‘청력검사실과 청력검사기(오디오미터)가 있는 의료기관의 이비인후과’에 가야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층간소음이 문제가 되면서 ‘층간소음측정 어플’을 깔면 누구라도 간단하게 소음을 측정할 수가 있다.

소리의 크기.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시계 초침이나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는 20데시벨(dB)이란다. 낙엽 밟는 소리는 나뭇잎이 부딪치는 소리 보다는 조금 높아서 30데시벨(dB)은 되지 않을까. 따라서 40데시벨(dB)의 청각장애인이라면 낙엽 밟는 소리는 듣지 못할 것 같다.

도서관이나 조용한 주택가에서 들리는 생활소음이 40데시벨(dB)이란다. 전화벨 소리는 70데시벨(dB)이고, 지하철 차내 소음이 80데시벨(dB), 열차가 지나가는 철도변 소음이 100데시벨(dB)이고, 자동차 경적이 110데시벨(dB), 비행기 소리가 120데시벨(dB)이란다.

‘세 닢으로 집을 사고 천 냥으로 이웃을 산다’는 속담처럼 우리말에도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다. 멀리 있는 친척보다는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것이다. 그런 이웃사촌이 층간소음으로 인해 적이 되어 으르렁거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칼부림이 나기도 한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통계에 의하면 2016년 한 해 동안 접수 된 상담이 19,494건이라고 한다. 2017년은 9월 현재 15,258건이다. 이처럼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층간소음이 심각해진 것이다.

그러자 ‘층간소음측정 어플’이 나오고,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해지기도 했다. 제3조 층간소음의 기준에서 직접 충격음의 경우 1분간 등가소음도(Leq)는 주간은 43 dB이고, 야간 38 dB이다. 그리고 최고소음도(Lmax)는 주간은 57 dB이고, 야간은 52 dB로 규정하였다. 공기전달음의 경우 5분 등가소음도(Leq)는 주간 45 dB이고, 야간 40 dB로 규정하였다.

층간소음의 기준. ⓒ국가법령센터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첫 번째는 아이들이 쿵쾅쿵쾅 뛰는 행동 등으로 인해 벽이나 바닥에 직접 충격이 가해져 발생하는 직접충격소음이다. 두 번째는 텔레비전과 같은 음향 기기나 피아노, 바이올린과 같은 악기 등에서 발생해 공기를 타고 전파되는 공기전달소음이다. 다만 욕실 등에서 물을 틀거나 내려 보낼 때 발생하는 소리 즉, 급배수 소음은 층간소음에서 제외라고 한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의2(바닥구조)에 보면 ‘1.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는 210밀리미터[라멘구조(보와 기둥을 통해서 내력이 전달되는 구조를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공동주택은 150밀리미터] 이상으로 할 것.’이라고 되어 있다. 이 규정은 2013년 5월 6일에 개정되어 1년이 경과 된 2014년 5월 7일부터 시행되었다.

대한건설감리협회에 문의를 했다. 자기들은 설계도면대로 감리를 하지만 이 규정이 나온 것이 2014년이므로 그 전에 지어진 공동주택의 경우 자신들이 알 수는 없다고 했다. 만약 규정대로 했음에도 층간소음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법이나 규정을 바꿔야 되므로 자기네들이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주택건설기준. ⓒ국가법령센터

2014년 이후 법에서 정한 건설기준대로 건설했음에도 층간소음이 발생한다면 국가에서 법이나 규정에서 바닥이나 벽면의 두께를 더 높여야 할 것이다. 층간소음이 발생하지 않을 만큼 확실한 기준을 만들고 건설사에서 재료비 절감을 위해 불량 또는 저렴한 흡음재와 단열재를 사용하지 않도록 당국이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 건설사에서도 기업이윤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층간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각도의 방안을 마련해야 될 것이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도대체 아파트 건설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층간소음에 의해 고통 받고 있는지 국가는 국민에게 떠넘길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층간소음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기업이 그 의무를 유기한 채 ‘층간내리사랑’이라는 이상한 신조어로 ‘너희끼리 배려하고 조심해서 행복하게 살라’고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을 내리사랑이라고 한다. 그런데 층간소음이 문제가 되자 공익광고협의회에서 ‘층간내리사랑’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것 같다. 층간소음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엉뚱하게도 내리사랑이라는 가족관계로 묶어서 국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집에서는 왜 까치발로 걸어요?”

“아랫집에 아기 재우는 초보 아빠가 있으니까요.”

“사진 거는 걸 왜 내일까지 미루세요?”

“시험 앞둔 수험생이 있으니까요.”

“오디션이 코앞인데 왜 기타는 안치세요?”

“내일 면접인 아랫집 청년이 자고 있으니까요.”

“위층은 아래층을, 아래층은 그 아래층을 먼저 생각하는 층간 내리사랑. 이웃 간의 새로운 사랑법입니다.”라는 내리사랑이라는 공익광고 멘트는 그야말로 씁쓸함을 금할 수가 없다.

층간내리사랑 광고. ⓒ공익광고협의회

아파트에서 이웃사촌이 옛말이 된지 오래라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아래층에 아기를 재우는 초보 아빠가 사는지, 시험 앞 둔 수험생이 사는지, 하물며 내일 면접인 청년이 자고 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어떤 사람은 ‘위층사람들은 나 보다 높은 것이 아니라 이웃은 수평적 관계인데 내리사랑이라고 한다면 제일 꼭대기 층에 사는 사람은 단군할아버지란 말인가?’ 볼멘소리로 항의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장애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층간소음의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층간소음을 방지하기 위해서 핸드레일이나 소음방지매트, 소리센서, 방음장치 등의 관련 조항이 들어가야 될 것 같다.

아름다운 소리.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시각장애인은 청력이 예민해서 아파트에 사는 시각장애인은 밤이면 위층의 소음이 괴로울 정도라서 귀를 막고 잔다고 한다. 반면 청각장애인이나 지적장애인은 자신의 소리를 잘 알지 못해서 본의 아니게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특히 청각장애인은 물소리도 잘 듣지 못하므로 청각장애인이 생활하는 집안의 수도꼭지는 손을 갖다 대면 물이 나오고 손을 떼면 멈추는 등의 장치가 있어야 될 같다.

그리고 하체가 불편한 지체장애인은 집안에서도 휠체어를 사용해야 되고, 의족을 하는 사람은 아래층이 신경 쓰여 집안에서는 의족을 벗고 눈물겹게도 기어 다닌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집안에 핸드레일을 설치해 주기도 하는데 지체장애인의 보행을 보조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내 집이라면 아무리 아파트라 해도 층간소음에서 해방되어 집안에서는 밤에도 기타를 칠 수 있고, 의족을 풀고 깨금발로 다닐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층간소음 문제로 마음마저 다쳐서는 안 될 것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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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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