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난희 대표. ⓒ죠이프린라이프

정난희(58) 대표는 보통의 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처럼 아들이 장애를 갖게 된 것을 자신의 잘못인 양 생각하며 괴로워하며 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

아들이 대학교육을 마칠 무렵 아들의 장래 문제, 당장 취업 문제에 부딪히자 그녀는 엄마가 아닌 기업 사장으로 변신하였다.

장애인복지제도를 적절히 활용하여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장애인기업으로 인증을 받으며 인쇄업에서 자체 브랜드 물티슈 생산, 그리고 이제는 고부가가치의 화장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세계시장을 노리고 있다.

정 대표는 아들을 키울 때도 장애 때문에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주위의 편견과 맞서 아들 (권성민, 37세)을 엘리트로 키웠듯이 주식회사 죠이프린라이프도 장애인이 만든 제품이라서 품질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하여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장애인 엄마 정난희 대표의 변신은 참으로 예술적이다.

자동화라. ⓒ죠이프린라이프

Q: 죠이프린라이프가 장애인 기업의 한계를 뛰어넘은 듯하다. 기업을 이렇게 키울 수 있었던 성공 요인은.

2002년 시작한 (주)죠이프린라이프가 올해로 창립 15년을 맞았습니다. 인쇄업으로 시작해 자체브랜드 물티슈를 생산하고 있고, 이제는 기술집약적이며 고부가가치 제품인 화장품 시장으로 진출하며 수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죠이프린라이프의 성장은 무엇보다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그간의 남다른 노력이 빛을 발휘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어느 것과도 뒤지지 않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장애인이 만든 제품이라 품질이 떨어진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미련없이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다짐으로 사업을 이어 왔습니다. 이를 위해 직원 교육 및 설비투자에 아낌없는 투자를 해 왔습니다.

모든 제품의 생산을 직접 공정으로 하고 있고, 이를 위한 최신 기기를 과감히 설치했습니다. 원자재 선택에서 부터 모든 공정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은 물론, 제품의 납기일은 한 번도 어겨 본 적이 없습니다.

두 번째로는 이러한 제 경영철학을 함께해준 직원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죠이프린라이프에는 40여명의 장애인 근로자와 10여명의 비장애인 근로자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장애·비장애를 떠나 근로자 한 분 한분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장애 유무와 직급과는 관계없이 동료라는 믿음으로 화합하고 있습니다.

특히 무엇보다 ‘최고의 제품’과 ‘성장하는 죠이프린라이프’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어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셋째 단기간의 성장에 만족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 인쇄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후, 정부 파일이나 단순 포장재 생산에서 파리바게트를 비롯한 대기업의 욕구에 부합하는 맞춤 제품으로 확대하며 사업영역과 판로를 개척해 왔습니다.

또한 전 국민이 일상생활에 자주 사용하는 물티슈를 자체 생산한 것은 죠이프린라이프의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죠이프린라이프의 물티슈(라파엘, 크린엘, 기도손, 마이더스, 파라다이스) 는 특허청에 상표등록이 되어 있는 자체 브랜드로 전국 점포를 거느리고 있는 (주)다이소에서 전국적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죠이프린라이프의 미래를 위한 화장품 산업으로의 도전입니다. 화장품 산업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기술집약적 산업이어서 기술력과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대기업의 독무 대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의 이런 도전을 무모하게 보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난 수년간 꼼꼼히 준비해 온 결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통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죠이프린라이프 장애·비장애 근로자들의 향후 100년이 달려 있다는 마음으로 매진할 계획입니다.

Q: 어떻게 기업을 할 생각을 하였는가.

사업을 하게 된 시점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첫째 아들이 뇌병변장애 2급의 장애인인데 당시 한창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또한 아들의 미래에 대해 저와 남편이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이기도 합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시키고 취업을 위한 준비를 했지만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아들을 안심하고 보낼 직장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설령 직장을 가더라도 신체적 한계 때문에 구성원으로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직장에 피해를 줄 수 있고, 그것 또한 아들에게 마음에 상처가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내 아들은 물론이고 다른 장애인들이 편리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있는 직장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래서 2002년에 사업장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당시 회사명은 죠이프린테크였고, 2013년 죠이프린라이프로 사명을 변경하였습니다.

사명의 죠이(JOY)는 ‘예수님이 첫 번째, 이웃들이 두 번째, 정작 당신 자신은 맨 마지막에 생각하라’는 영어 구호에서 앞 글자만 따온 것입니다. 2002년 몇 명의 사원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을 받았습니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이란 장애인 근로자를 최소한 10명 이상(상시 근로자의 3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 고용하고,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른 편의시설을 갖추고,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 금의 급여를 지급하는 조건을 충족하여 고용노동부가 인증을 한 사업장을 말합니다.

요컨대 취업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이 편하게 일하면서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는 일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한 2013년 장애인 기업으로 인증을 받았습니다. 장애인 기업이란 장애인이 소유하거나 경영하고 있으며, 기업에 고용된 상시 근로자 가운데 장애인 비율이 30%이상인 기업으로, (주)죠이프린라이프는 저와 앞서 말씀드린 제 아들이 공동대표로 재직 중입니다.

Q: 죠이프린라이프는 장애인 직원이 많은데 생산성이 떨어지지는 않는지.

보통 그렇게 생각하시지만 극복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속적인 교육과 적절한 업무 배치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장애인 직원을 채용하면 그분의 장애 유형과 성향을 고려해 업무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적응할 때까지 교육을 실시합니다. 지난 15년 동안 장애인 근로자를 채용해 본 결과 그 사업장의 근로 분위기도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02년도 그랬고, 지금도 죠이프린라이프에 면접을 온 구직 장애인은 한결같이 주눅이 들어 있습니다.

채용된 후 얼마간은 그런 모습이 계속됩니다. 하지만 한 가족으로 대하면 그 직원들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당당해지는 겁니다. 직장이 너무 좋아서 주말에도 출근하고 싶다고 얘기하는 직원을 볼 때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10년 넘게 장기근속하며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장애인 직원을 보면 정말 대견합니다.

특히 장승민 사원이 재작년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을 때 코끝이 찡했습니다. 직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1년에 네 차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회사의 성장에 걸맞은 금전적 보상은 물론 가족 같은 근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Q: 장애인기업의 장점은.

장애인표준사업장과 장애인기업으로의 인증을 통해 정부의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이 되면 세제(법인세, 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사업장 환경개선을 위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애인기업 인증 또한 창업지원, 교육, 판로지원 등의 지원이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표준사업장과 장애인기업의 제품은 정부 부처, 지자체, 공사 등을 비롯한 공공기관이 일정비율 이상을 의무 구매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업장의 경영안 정화를 위한 중요한 메리트입니다만 품질에 대한 경쟁력이 수반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Q: 장애인기업에 대한 편견도 있지 않은가.

물론입니다.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을 제품인데 계약을 추진하다 보면 장애인이 만든 제품 이라 미덥지 않다는 반응을 보일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실망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품질에 대해 설명하곤 합니다. 저는 가급적이면 사업장을 방문해 주십사 부탁하죠. 최신 기기로 구성된 자동설비와 근로자들의 근무 표정을 보면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죠이프린라이프의 제품을 한번 써 본 후에는 계약에 대한 문의가 옵니다.

장애인고용 우수사업주 선정. ⓒ죠이프린라이프

Q: 축복의 통로라고 부르는 아들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다.

태어난 지 20일도 안 된 큰아들(권성민, 37세)이 갑자기 경기 증상을 보였습니다. 당시 병원의 진단은 신생아 황달이었는데 두 번의 대수술을 받는 큰 고비를 넘겼지만 뇌병변 2급의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가늠할 수 없는 시련이었습니다. 아들을 고치기 위해 전국의 유명하다는 병원과 재활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허사였습니다. ‘혹시 기도로 고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던 어느 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남편과 함께 나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며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다른 목적으로 장애를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큰아들을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기로 했습니다. 다만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도록 키우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를 위한 비전을 세웠습니다.

책과 신문을 좋아하며 글쓰기에 소질을 보인 아들에게 수많은 책을 읽게 하고, 장애로 인해 필기가 어려운 것을 해결하기 위해 타자기를 구해 자판 치는 방법을 가르쳤습니다. 이런 노력 으로 큰아들은 일반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희대 국문학과를 거쳐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 석사까지 받았습니다.

현재는 나사렛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 중입니다. 물론 사회복지 전공입니다. 앞으로 아들이 살아갈 세상은 장애로 인해 차별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이죠. 아들은 2009년 결혼해서 세 아이를 둔 가장이기도 합니다. 우리 며느리는 천사 그 자체입니다.

화장품 전시회. ⓒ죠이프린라이프

Q: 더 큰 계획도 갖고 계신 것으로 안다.

현재 죠이프린라이프는 새로운 도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간단히 말씀드린 자체 화장품브랜드를 개발하여 세계 화장품시장에 진출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2016년 죠이프린라이프의 자회사 죠이라이프를 설립했습니다.

죠이라이프는 화장품 생산 및 연구를 위한 사업장으로 화장품 생산을 위한 모든 공정에 자동생산 라인을 구축했습니다. 특히 회사 내에 R&D 및 화장품 품질연구소 등을 구축해 매진한 결과 자체 화장품브랜드 ‘JUNGNANI’를 출시하는 데 성공하여 내수는 물론 중앙아시아, 중동,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이 주요 타겟이며 이를 위해 저는 일 년의 절반 이상의 시간을 해외 마케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화장품 시장으로의 진출은 비단 죠이프린라이프의 사업영역 확대가 아닌 더 많은 장애인을 채용하기 위함입니다. 기존의 포장용기 및 생활용품 생산으로는 매출대비 채용할 수 있는 장애인 직원의 수가 한정되어 있거든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부가 가치를 낼 수 있는 사업영역으로의 진출이 절박했습니다.

또한 장애 직원이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기존 OEM식이 아닌 죠이프린라이프가 능동적으로 펼칠 수 있는 사업이 필요 하다는 오랜 고민 끝에 내린 모험입니다. 화장품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더 많은 장애인을 고용하는 데 투자할 것입니다.

Q: 요즘 경기가 최악이라고 하는데 경영에 어려움은 없는지.

우리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때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경기 침체 분위기에 휩쓸릴 수 있는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며, 동요 없이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장애인 엄마와 기업 대표의 삶, 어느 쪽이 더 어려운가.

장애아들의 엄마와 기업 대표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한 장애아이의 엄마였다면 현재는 죠이프린라이프에서 근무하는 40여명의 장애인 근로자, 10여 명의 비장애인 근로자의 삶을 책임지는 부모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두 역할 모두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제 맘을 알아주지 않고 엇나가는 직원으로 인해 실망하고 상처받기도 하는 게 사실입니다. 제 의사결정 하나에 50여 명의 생계가 걸려 있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버거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아들과 장애인 직원이 죠이프린라이프를 통해 자립하고, 떳떳하게 세금을 내며,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모습에 어려움보다는 보람이 훨씬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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