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포스터.ⓒ인터파크 캡쳐

본래 ‘잉여’는 지불할 돈보다 많은 돈을 벌거나 적게 지불해 남는 돈이라는 경제용어로 쓰이지만, 최근에는 취준생을 중심으로 ‘쓸모없는’, ‘의욕 없는 사람’, ‘폐인’ 등의 뜻이 담긴 신조어로 불립니다. “나 잉여임.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해” 라는 문장은 ‘ㅋㅋㅋ’라는 웃음을 불러오지만 이를 ‘휠체어석’에 대입해보면 차별이 됩니다.

평소 문화생활을 즐겨하는 홍서윤씨(지체1급, 30세)는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티켓을 구매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며 에이블뉴스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오는 16일 오후7시에 열리는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는 한국 뮤지컬사 50년을 맞아 진행되는 새로운 뮤지컬 시상식으로, 총 4개 부문 17개상을 시상하는 뮤지컬인들의 축제입니다. 수상 후보 또한 김선영, 박혜나, 양준모, 정성화, 조승우, 홍광호 등으로 쟁쟁한 뮤지컬계의 별들을 한자리에 볼 수 있는 뜻 깊은 자립니다.

평소 뮤지컬을 즐겨보는 홍 씨 또한 티켓 오픈 날인 지난 5일 오후3시에 맞춰 인터파크 사이트를 켰는데요. 어라? 일반석 예매밖에 없습니다. 공지사항을 꼼꼼히 다시 읽어보니 장애인 휠체어석은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뮤지컬협회로 전화 문의하라는 문구가 있군요. 번거로웠지만 꼭 보고 싶은 시상식이었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문의에 대한 답은 ‘일반석을 미리 예매한 후 휠체어석으로 바꿔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른 비장애인 관람객들은 한 번에 할 수 있는 예매를 두 번에 걸쳐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죠. 그럴 거면 2~3일전에 사전공지를 했다면 더 좋았을텐데요. 이에 홍 씨가 “왜 휠체어석을 전화로 문의해야 하냐”고 묻자, 협회 측에서는 “휠체어석에 음향콘솔을 깐다. 휠체어석 관객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는 겁니다.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예매 공지사항 속 휠체어석 부분.ⓒ인터파크 캡쳐

‘장애인 관객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은 2017년에 듣기에는 너무나 거북스럽습니다. 엄연히 휠체어석의 용도는 분명하거든요. 그 곳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관람하는 공간이지, 잉여처럼 남아돌아서 음향콘솔을 깔기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홍 씨는 “휠체어석은 엄연히 좌석이다. 장애인이 오지 않을 것을 전제로 콘솔을 깔고, 전화로 문의가 오면 그때서야 좌석을 주겠다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도 물어봤더니 콘솔을 까는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하더라. 왜 휠체어석은 잉여공간처럼 사용되는지 당황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홍씨는 “뮤지컬, 공연계에서 장애인 인식이 너무나 낮다. 체육관에서 하는 콘서트장을 보면 장애인석 있는 곳에 무대를 설치하거나 장애인주차장을 가수들이 주차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며 “공연예술계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이정도 수준”이라고 토로했고요.

이에 한국뮤지컬협회 관계자는 “휠체어석이 있는 1층은 어워즈 특성상 후보자 및 뮤지컬 관계자 좌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티켓을 오픈하지 않았다. 휠체어석에 대해서 세 분 정도 문의를 주셨는데 휠체어석 확보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해야 한다”며 “이후 개별적으로 전화를 드릴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장애인이)오지 않을 것 같아서, 콘솔을 깐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한 적이 없다. 오해하신 부분”이라고 해명하며 “참석 VIP들 중에도 몸이 불편한 분들이 계셔서 휠체어석이 필요하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에 대해서는 따로 공지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확인하고 연락 주겠다”고 했지만, 지난 5일 오픈 당시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좌석은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기자와 통화를 한 10일 오전 당시에도 “담당 PD를 통해 휠체어석을 확인해봐야 한다”는 애매한 답변이었고요. 물론 휠체어석을 문의한 3명의 장애인에 대해서는 추후 안내가 되겠지만, 애초부터 예매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좌석을 앉기는 불가능한 걸까요? 비장애인과 일반석 예매 경쟁 후, 전화 문의해야 하는 장애인들의 ‘별따기 예매’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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