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열린 한일교류전 ‘혼의시’에서 만난 구족화가 최웅렬 화백.ⓒ에이블뉴스

“그림을 그리는 것 보다 그림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며 행복을 느낍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9월 마지막 주 수요일인 28일,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만난 구족화가 최웅렬 화백(49세, 뇌병변1급)은 이 말을 전하며 활짝 웃었다.

최 화백은 뇌병변장애로, 손이 아닌 왼발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다. 일상생활 속 자연을 주제로 표현한 작품이나 동물, 사람, 꽃 등의 소재를 담아내며 ‘힐링’을 전하고 있다.

1968년, 강원도 평창에서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7개월 만에 찾아온 뇌병변장애로 7살 때부터 발가락이 손가락을 대신하는 삶을 살아왔다.

어렸을 적 만화가게를 하신 어머니의 가게에서 최 화백의 낙은 만화책 속 하얀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너 왜 낙서 하냐”는 어머니의 꾸지람에도 몰래 코피를 흘리는 열정을 펼쳤다.

“야단을 많이 치셔서 책도 보고, 공부도 겸하면서 그림도 같이 공부했어요. 23세쯤이죠? 선생님을 만나면서 다시 붓을 잡았어요.”

구김살 없이 환하게 웃는 최 화백의 미소 속에는 방황의 그림자도 있었다. 부모님이 하시는 가게에서 돈도, 과자도 훔쳤다. 산, 물을 그리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도 생각했다. 35세가 되던 해, ‘죄를 씻자’는 마음에 그렇게 다시 최 화백표 따뜻한 그림을 그렸다.

이날 이음센터에서 열린 일본 작가 마츠자키 가츠요시와 함께한 ‘혼의 시’ 한일 교류전 속에서 20여점 작품을 선보였다.

최웅렬 화백의 작품들. 주로 일상 속 행복을 다뤘다. 위 작품은 '봄이 오면'으로 최 화백이 특별히 작품해설을 덧붙였다.ⓒ에이블뉴스

전시회 중앙에 위치한 2012년 ‘봄이 오면’ 작품. 최 화백은 “꽃이 피기 전에 이 나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나무에는 생명이 있기 때문에 봄이 오고, 꽃이 핀 것”이라며 “겨울은 죽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힘든 것이 있어야 겨울을 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화백은 1998년 춘천시민 회관 소전시실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한 이후, 최근까지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단체전도 국내외에서 150여회 참여하며, 관객들이 마음에 깊은 휴식을 안겨주고 있다.

“그림은 1분 안에 그리기도 하고, 보통 한 시간이 채 안 걸립니다. 저는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보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이 행복합니다. 사람들은 마음의 눈이 어두워서 불행하거든요. 마음 속 눈을 뜬다면 누구나 행복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질 때까지 계속 작품 생활을 할 겁니다.”

28일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열린 한일교류전 ‘혼의시’ 오픈식에서 축하공연이 진행되고 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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