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주간은 여행방학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정부에선 봄, 가을 관광주간을 마련해 국민들에게 여행을 장려하고 있다. 각종 할인 혜택과 이벤트를 마련하고 각 개인에게 맞는 여행설계까지 해준다.

하지만 관광주간, 관광상품 등 화려한 관광마케팅 속 장애인은 없다. 10명 중 8명 이상의 장애인이 장애인 대상 여행상품을 원하지만 현재 주요 종합패키지 여행사 가운데 장애인 대상 기획여행상품을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여행 경험도 부족할 수 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원의 2015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혼자 여행할 수 있는 장애인의 88% 이상이 여행을 희망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실제로 여행을 떠난 사람은 15.7%에 불과했다. 이는 일반 국민들의 해외여행비율인 49%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현실.

이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한국근육장애인협회는 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접근가능한 여행의 현황과 과제’토론회를 개최했다.

동의대학교 국제관광경영학과 이봉구 교수.ⓒ에이블뉴스

■정부 장애인 관광 정책, 실효성 ‘글쎄’=동의대학교 국제관광경영학과 이봉구 교수는 현재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접근가능한 여행’의 효과가 미흡하다며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을 제언했다.

접근가능한 여행이란 여행을 둘러싼 각종 장애요소를 제거해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의 여행 및 관광 향유권을 보장하는 사회적 관심과 정책을 포괄하는 개념.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2005년 접근가능한 여행을 주요 요소로 인식하고 실행 계획 수립을 각국에 권고했다.

우리니라도 제3차 관광개발기본계획을 통해 관광시설의 무장애화 추진, 장애인 특성별 관광도우미 및 문화관광해설사 양성, 바우처 제도 확대, 열린 관광지 조성 등을 해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효과는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문체부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으나 재원의 한정으로는 그 효과가 미흡하다.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 주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 서비스 제공을 통해 관광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벤치마킹해서 각 지자체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접근가능한 관광 활성화 실행 계획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접근성 관련 법률은 공공부문, 일부 민간부문에 의무적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모든 민간영역에 규정의 준수를 의무화하고 있지않다. 더욱이 모두에게 법의 적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현실적 불가능하다”면서도 “정부는 관광지, 관광지원, 시설들이 접근성 관련 법률을 준수하도록 적극 권장과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교수는 접근가능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장애인 전문 관광 상품 개발 등 관광정보에 대한 접근성도 제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유럽의 경우 장애인 전문 여행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 장애인 전문 여행사를 표방하고 있는 곳은 극소수다.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체험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며 “주요 공항 및 기차역, 터미널에 장애 유형을 고려한 접근가능한 관광정보센터를 설치하고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들 들어 일본 오키나와의 배리어 프리 투어센터는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모든 장벽을 없애자는 취지하에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있는 관광지, 도우미가 있어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 편한 해수욕장 등 장애인을 위한 모든 여행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관광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장애 유형에 따른 특성 이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온라인, 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해야 한다”며 “종사자들의 일정비율을 접근성 관련 교육을 이수하도록 의무화하고 이수한 종사자들에게는 인센티브나 승진기회 등의 보상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접근가능한 여행의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이블뉴스

■전망대 갈 수 없는 ‘열린관광지’ 현실=직접 휠체어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휠체어배낭가 전윤선 작가 또한 장애인 관광권에 대해 할 말이 많다. 특히 전 작가는 올해 문체부가 선정한 ‘열린관광지’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전 작가는 “열린관광지 중 순천만의 경우 전망대에 가서 풍경을 봐야 하는데 아직까지 가는 길이 접근이 어렵다. 가마로된 길을 정비하면 가능할 텐데 아쉬울 따름”이라며 “순천만의 갈대열차는 휠체어 탑승이 안 되고 휠체어 사용자들이 묵을 수 있는 객실이 없다. 가장 큰 호텔은 접근이 좋았지만 화장실 안전바가 없어서 난감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 작가는 “여행을 하면서 숙박업소를 가면 굉장히 큰 호텔임에도 온돌형식이 제공되거나 안전바가 없는 등 불편한 점이 많다.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의 경우는 접근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일본의 토요코인 호텔의 경우 홈페이지에 장애인 접근 인증마크가 있고 방안에 보조인이 이용할 수 있는 침대도 별도로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적용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성준씨는 "장애인들이 여행을 하기가 힘든 이유 중에 경비 부족이 있다. 장애인 편의제공을 위한 객실을 찾으려면 값비싼 호텔을 찾아가거나 비싼 음식점을 가야하는데 비용이 너무 부담된다"며 "간접적이나 직접적으로 여행비용 제공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융합연구실 노영순 실장은 접근가능한 관광을 장애인 관광으로 협소할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관광을 추구해야 할 것을 피력했다.

노 실장은 “접근가능한 관광을 장애인을 위한 관광으로 좁게 해석해선 안 된다. 정책을 추진할 때 기획재정부에서 고려하는 건 수혜대상자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혜를 입느냐에 따라 예산을 투여하는데 장애인으로 한정한다면 10%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특정인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접근가능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관광환경 조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 실장은 “접근가능한 관광은 민간의 영역이 크다. 실제로 민간에 계신 분들은 설치비용이 많고 유지가 어렵다는 이유로 수용하기가 쉽다”며 “시혜적이나 복지적으로 접근이 아닌 편의시설을 설치함으로써 경제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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