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당사자들이 직접 제작한 장애인의 삶을 주제로 한 영화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13번째 막을 올린다. 출품작 총 35편 중 심사를 통해 선정된 20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사랑, 장애여성들의 수다이야기, 장애아를 진단 받은 부모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에이블뉴스는 영화제 상영작 중 5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개막작 '보통사람'스틸컷.ⓒ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사무국

■휠체어 ‘킬힐’ 꿈꾸는 보통사람들=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도 다를 바 없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 개막작 ‘보통사람’의 이야기다. 다양한 생각과 성향, 몸을 가진 그저 자신만은 평범하다고 살아가는 30대 여자 네 명의 삶은 어떨까?

이야기는 두 가지로 나뉜다. 깨알 같지만 아직까지도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과거, 어렸을 적 가족에게 상처받았던 이야기, 크던 작던 언제나 던져지는 무례한 사람들의 차별적인 공격에 대한 감정.

그리고 두 번째 줄기에서는 너무도 사랑을 받고, 사랑하고 주고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한, 여자로써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한 사람, 한 여자, 어느 30대, 다양한 장애.

이중 장애라는 산으로 인해 나의 존재의 모든 것은 ‘장애인’으로 가려져버리는 듯 하다. 툴툴 가볍게 얘기 하였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마음이 정신이 흔들리는 그들의 이야기다.

영화 속 장애여성들은 소박한 술잔을 기울이며 신발만이 아닌 가족에서도 사랑에서도 계속 자기 부재를 말하고 있다. 길 위에 세워진 하이힐이 아닌 휠체어 위의 하이힐을 욕망할 수 있는 여성, 특별하지도 다르지도 않은 보통사람이다. 그녀들은 휠체어위에서 킬힐을 욕망한다.

<연출 손보경, 장르 다큐, 상영시간 23분, 상영일시 8일 오후6시, 10일 오후6시30분>

영화 '36.5도+365일'스틸컷.ⓒ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사무국

■광화문농성 2주년의 기록=광화문농성 2주년. 36.5도의 온도를 가진 사람이 만나 365일을 만들었고 그날들이 벌써 두해다.

영화 ‘36.5도+365일’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농성장에서 함께 공간을 지키며 그들에게, 2년간 함께 해왔던 사람들에게, 아직 이 공간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이 우주를 채우고 있는 아직 스치지 않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광화문농성 2주년의 기록이다.

광화문에서 2년 넘게 투쟁 중인 9개의 영정 속 인물과 사람들의 이야기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수 없는 타살을 목격하고, 치열한 투쟁을 거쳐 이제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의 현실을 상상해 보게 될 수 있게 됐다.

매년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지난해 장애인 운동 현장을 영상으로 만나고, 해당 년 과제를 대중적으로 이야기하는 자리기도 했다. 올해는 ‘광화문 2주년’이외엔 투쟁 현장을 기록한 영상이 없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도 하고, 그래서 이 작품이 더욱 소중하고 빛난다.

장애인 운동에 관심은 있는데 잘 모르겠다고 느끼는 관객이 있다면, 이 영상을 통해 무엇을 왜 주장하고 있는지 조목조목 이해하게 될 것이다.

<영출 장호경, 장르 다큐, 상영시간 36분, 상영일시 11일 오후1시10분, 오후6시>

'그래!내가 사랑한다!'스틸컷.ⓒ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사무국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들의 보통 사랑=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인간이기에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것이고, 갈등도. 답답함도 그리고 이별도 인간이기에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 ‘그래! 내가 사랑한다!’는 소통방법의 차이로 인해 서로 사랑하고 서로에게 무뎌지고 결국 소통의 차이로 이별하는 장애남성과 비장애여성의 사랑이야기다.

항상 무슨 얘기든지 ‘응‘만 할 줄 아는 인곤! 무슨 얘기든지 ’no‘에는 미친 거부감을 느끼는 여주! 이 둘은 연애를 시작한다. 말소리 대신 음악으로 사랑을 표현하기도 하고 모닝 밀크로 사랑을 건네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인곤은 여주에게 ’응‘만 해주어야 하는 이 상황이 답답해지고 여주 역시 짜증을 느낀다. 결국 이 둘은 소통의 문제로 이별한다.

서로의 부족함보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장점에 대한 끌림으로 사랑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지만, 함께한다는 것은 장점뿐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단순히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특별한 사랑을 그렸다기보다는 보통의 흔한 연인 간의 사랑과 갈등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 ‘장애’는 ‘사랑’과 ‘의사소통’이라는 두 가지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매개체로 자연스레 녹아들어있다.

<연출 이창환, 장르 극, 상영시간 19분, 상영일시 11일 오후3시30분>

영화 '붕괴'스틸컷.ⓒ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사무국

■장애 판정, 모든 것이 ‘붕괴’되다=둘째 아이가 장애아일 수 있을 확률을 통보받았다.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불안과 공포에 떨었던 나의 과거와 현재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오랫동안 장애인 미디어교육과 영상을 제작해온 감독은 당혹스러워하고, 집 밖을 서성인다.

영화 ‘붕괴’는 선언과 고발의 축을 벗어나 있다. 감독은 태아의 장애 가능성 외에도 용산, 재개발, 생활고, 악몽 등 여러 현실 앞에서 진동하거나, 균열하고, 뒷걸음질 치는 자신의 모습을 담아낸다.

‘붕괴’는 형식 면에서 기존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만나 보지 못한 스타일이다. 영화라는 게 결국 관객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이미지로 수용되는 것이라 했을 때, 통상 영화들은 보고 나면 머릿속에 하나의 완성된 건축물 이미지가 남는 것 같다.

그런데 ‘붕괴’는 다 본 뒤에도 파편화된 이미지들이 여기저기 불규칙하게 놓여 있는 듯했고, 며칠 동안 그 파편들로 이런저런 블록을 쌓아보게 만든다.

<연출 문정현 이원우, 장르 다큐, 상영시간 78분, 상영일시 9일 오후6시30분, 10일 오후3시>

영화 '할비꽃'스틸컷.ⓒ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사무국

■고령화 속 장애, 따뜻한 ‘햇살’로=2007년 뇌졸증으로 쓰러진지 5년, 그때의 충격으로 언어장애가 온 할아버지는 세상과 단절하려 한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 동안 외출 한번 하지 않은 채 창문으로만 보이는 세상이 전부인냥 지켜보며, 또 그렇게 5번째 봄을 맞이한다.

그런 할아버지에게는 그를 항상 살게하는 따뜻한 햇살이 되어주는 할머니가 있다. 할머니에게 모든 것을 받기만 했지만 여전히 할아버지는 마음을 열지 못한 채 세상과의 단절을 고집한다.

그런 할아버지를 할머니는 까칠하지만 묵묵히 따뜻한 햇살처럼 비춰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국 할비꽃은 고개를 들고 세상을 바라본다.

술주정과 욕설을 퍼붓는 할아버지를 견뎌야 했던 할머니의 젊은 날, 이제 할머니는 전적으로 할아버지의 활동보조 역할과 집안일을 책임지고 산다. 영화 ‘할비꽃’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갈등과 일상을 따뜻한 가족주의로 손쉽게 봉합하지 않고, 하루를 살고 또 하루를 사는 담담함으로 기록한 점이 돋보인다.

항상 곁에 있어 그 소중함을 몰랐던 많은 사람들에게 그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 해 볼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될 것이다.

<연출 한승훈, 장르 다큐, 상영시간 26분, 상영일시 9일 오후1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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