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문학 통권 93호.ⓒ에이블뉴스DB

계속되는 표절문제에 놓인 위태로운 장애인문학. 정부가 장애문인의 저작권 보호조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안대학교 행정법률과 정승재 교수는 최근 솟대문학이 발행한 통권 93호 신춘특집 ‘표절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문학’을 통해 표절 사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사례를 보면, 20년 전 뇌성마비 김준엽 시인의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으로 이름을 바꾸어서 윤동주, 정용철, 작자미상으로 떠돌아다니고 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어보겠지요

그러면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하겠습니다

-김준엽,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는지에 대해 물을 것입니다

그 때 가벼운 마음을 대답하기 위해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윤동주로 알려졌으나 작가미상,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1987년에 발간된 전신마비장애 김옥진 시인의 시집 ‘산골소녀 옥진이 시집’에 수록된 ‘기도’ 라는 시가 변영인 교수의 시집 ‘그대의 강가에 서서’에 ‘기도1’로 절반 이상이 표절된 상태로 실려 있었다.

아울러 지체장애 이용석씨의 제8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당선 수상작인 단편소설 ‘바리데기꽃’이 2002년 제1회 전국 고교생 소설백일장 대상 수상자인 김해 A여고 김 모양이 수상경력으로 대학 특례 입학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면 이것은 오히려 표절이 아니라 도용에 해당한다고 봐야한다. 이러한 일은 문학계에서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문학이 그만큼 고독한 투쟁 속의 산물이고 그 창작의 고통이 너무나도 커서 남의 작품을 훔쳐오고픈 유혹이 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유독 장애인 문인들의 작품을 도용하거나 표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무엇일까.

정 교수는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에서 보듯 유독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폭력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범죄의 속성에 기인하는 것”이라며 “장애인이란 세상살이에서 불리한 조건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 즉 약자다. 범죄란 강자가 약자를 상대로 무엇인가를 빼앗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 교수는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사법영역이지만, 장애인의 저작권은 사회법영역이라 봐야 한다. 장애 작가의 활동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라며 “국가가 불리한 조건을 지원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가의 장애문인에 대한 지원 속에는 장애문인의 저작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의무까지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정부의 적극적인 장애문인의 저작권 보호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장애문인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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