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의 선물’이 1,000만 관객을 넘었단다. ‘7번방의 선물’에 주어진 선물 같은 천만 관객이 웃고 울었다. ‘7번방의 선물’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해범으로 몰린 용구(류승룡 분)와 그의 딸 예승(갈소원 분)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렸다고 한다.

‘7번방의 선물’ 예매창구. ⓒ이복남

OX 퀴즈가 아니라 ‘7번방의 선물’에는 진짜 선물이 있다. 천만 관객이 가장 큰 선물인 것 같다.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다.

대체로 영화는 선악의 대결로 구성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설사 현실에서는 악인이라 할지라도 선하고 착한 사람이 이기기를 바란다. 그러나 ‘7번방의 선물’에는 특별히 악한 사람이 없다.

“세일러문 가방 사줘야 되요. 세일러문 가방~”

용구는 딸 예승에게 세일러 문 가방을 사주기로 약속했는데 그렇게 기다리고 고대하던 세일러 문 가방은 이미 다른 사람이 가져가고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어느 날 한 아이가 세일러문 가방을 메고 가다가 아이는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된다. 놀란 용구가 아이를 살려 보려 심폐소생술을 시도해 보지만 이를 본 사람들은 용구가 아이를 죽인 뒤 성추행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용구를 미성년자 성추행 및 살해범으로 지목한 경찰청장도 용구와 마찬가지인 딸 바보일 뿐이다. 졸지에 사랑하는 딸을 잃은 경찰청장은 딸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서 상황 판단이 흐려졌다.

경찰청장은 위기상황에 대처할 줄을 몰랐기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출 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더구나 그에게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이 굳게 뿌리 박혀 있었다.

결국은 시민을 보호하라고 만든 경찰이 오히려 시민에게 위험한 폭력을 휘둘렀다. 그 시민은 힘이 없고 가난하고 나약한 장애인이었다. 경찰도 특별히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살해범으로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용구는 경찰이 만든 미성년자 추행 및 살인범에 딱 맞게 행동했다.

첫 번째 벨트를 풀어 혈액순환을 돕는다. 두 번째 입을 벌려 숨을 불어 넣는다. 세 번째 흔들어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한다. 네 번째 뺨을 때려 일어나게 한다. 용구는 심폐소생술 교육에서 배운 대로 찰싹! 하고 뺨을 때린다. 관객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아이의 벨트를 풀고 입을 맞추고 뺨을 때리는 것은 영락없는 성추행이자 살해범의 행동이었다.

“1961년 1월 18일 태어났어요. 제왕절개. 엄마 아팠어요. 내 머리 커서.”

과연 누가 자신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대목에서 빵 터졌다.

용구는 6살 지능 밖에 안 되는 지적장애인이지만 7살의 딸 예승이를 지극정성으로 사랑하는 어느 아버지 못지않은 딸 바보이다. 용구는 마트 주차장에서 주차관리를 하면서 한 달에 “육십 삼만 팔천 팔백 원”을 받는 가난한 가장이지만 예승이랑 알콩달콩 살면서 월급을 받으면 예승이에게 세일러문 가방을 사 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용구는 딸 예승이에게 사 줄 세일러문 가방을 찾으러 갔다가 7번방으로 갔다.

그 7번방에 예승이가 들어온다. “여긴 학교야 학교” 예승이가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을 때 서노인은 학교라고 했다. 그러나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용구는 정직하게 대답했다. “학교 아니야. 감옥! 다 나쁜 사람들~” 용구의 솔직함은 신봉식의 아기가 태어났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모두가 아기의 출생을 기뻐하며 축하하고 있는데 류승룡은 아기가 예쁘지 않다고 했다. “애기가 웃기게 생겼어여. 허 엉. 미안해여. 허 엉”

7번방에 들어 온 예승이는 아빠와 같이 밥을 먹을 먹는데 딸을 사랑하는 용구는 예승이에게 콩밥을 많이 먹이려고 애쓴다. “콩 먹어 콩 비타민” 밤에는 용구와 딸 예승이 그리고 7번방의 식구들이 한 이불을 덮고 자는데 그 이불 위로 아름다운 “별님~ 달님~”이 들어 와 있다. 그리고 없는 게 없다는 감옥이기에 용구와 딸 예승이가 열기구를 타고 감옥의 담장 위로 날아오르기도 한다.

지적장애인 용구 역의 류승룡 뿐 아니라 어린 예승(갈소원 분)과 큰 예승(박신혜 분) 그리고 모두가 주인공인 7번방의 식구인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정만석 김기천을 비롯하여 특별 출연이라는 교도과장 정진영 등이 연기를 잘 해 준 것 같다.

그런데 ‘7번방의 선물’을 먼저 보고 온 사람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재미없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류승룡은 6살 지능의 지적장애인으로 나오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면서 오히려 자폐성장애에 가까울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필자가 큰 맘 먹고 관계자 몇 사람과 함께 ‘7번방의 선물’을 보러 갔다. 대체로 재미는 있었는데 6살 치고는 너무 똑똑한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의 등급기준을 찾아보았다.

■지적장애 판정기준

-1급: 지능지수와 사회성숙지수가 34 이하인 사람으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의 적응이 현저하게 곤란하여 일생동안 타인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

-2급: 지능지수와 사회성숙지수가 35 이상 49 이하인 사람으로 일상생활의 단순한 행동을 훈련시킬 수 있고, 어느 정도의 감독과 도움을 받으면 복잡하지 아니하고 특수기술을 요하지 아니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람

-3급: 지능지수와 사회성숙지수가 50 이상 70 이하인 사람으로 교육을 통한 사회적․직업적 재활이 가능한 사람

■자폐성장애 판정기준

-1급: ICD-10의 진단기준에 의한 전반성발달장애(자폐증)로 정상발달의 단계가 나타나지 아니하고 지능지수가 70 이하이며, 기능 및 능력장애로 인하여 GAS척도 점수가 20이하인 사람

-2급: ICD-10의 진단기준에 의한 전반성발달장애(자폐증)로 정상발달의 단계가 나타나지 아니하고 지능지수가 70 이하이며, 기능 및 능력장애로 인하여 GAS척도 점수가 21~40인 사람

-3급: 2급과 동일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나 지능지수가 71이상이며, 기능 및 능력 장애로 인하여 GAS척도 점수가 41∼50인 사람

감독이나 출연배우들이 지적장애인에 대해서 얼마나 공부하고 연구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지 장애인등록은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7번방의 선물’에 나오는 지적장애인 류승룡에게 감동을 받았다면 그 감동이 우리의 일상에서도 녹아날 수 있도록 영화가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장애인에게도 관심을 좀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 ‘7번방의 선물’이 관객 천만을 능가했다는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말이다.

‘7번방의 선물’은 좋다 나쁘다를 떠나 천만 관객이 지적장애인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인 것 같다. ‘7번방의 선물’은 그냥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일 뿐이다. 그럼에도 직업적 습관 때문인지 영화를 보면서도 영화에 대해서가 아니라 영화와는 별개로 현실적인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예승이는 왜 하필이면 세일러문을 좋아했을까?

-용구는 딸과 둘이 사는 2인 가족이고, 한 달에 638,800원을 받는다고 했는데 왜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닐까?

-용구는 딸 예승이와 둘이 사는 편부가정인데, 왜 한부모가정에 대한 지원은 없는 것일까?

-예승이가 아빠를 만나러 7번방에 왔다가 돌아가지 못했는데, 예승이가 사는 보육원에서는 아이가 없어졌는데도 왜 찾지도 않는 것일까?

-최근에는 사형집행은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둘러서 용구를 사형으로 죽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감동적으로 울고 웃기는 ‘7번방의 선물’은 ‘코미디’ 장르라고 하는데, 언제부터 우리들은 코미디를 보면서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던 것일까.

‘7번방의 선물’은 '지적장애인은 위기상황에서 저렇게 밖에 대응하지 못하는구나', '돈 없고 힘없는 장애인 내지 사회적 약자는 공권력에 저렇게 당할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억울하게 죽을 수도 있구나' 이런 등등을 너무나 잘 가르쳐 주는 코미디가 아니라 판타지다. 그저 아름답고 몽환적인 SF판타지 말이다. 그래도 그 판타지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2013년 늦겨울의 쌀쌀한 마음이 조금은 훈훈해 진 것 같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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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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