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영화보고 싶다!” 여전히 장애인의 영화관람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지만, 장애인의 사회활동의 참여가 늘어감에 따라 문화예술에 대한 장애인의 욕구도 높아지고 있다. 먹고 사는 복지 문제에서 조금은 벗어나 이제는 장애인들도 문화와 예술을 즐기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이에 문화를 즐기는 모습에서 나아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현장으로 나서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 장애인 영화감독들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조금 불편한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0.43' 스틸컷.ⓒ시네마달

■조금 불편한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0.43= ‘장애인으로 사는 삶은 정말 불행한 걸까요? 장애인으로 사는 사람은 진정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없는 걸까요?’라는 물음으로 시작된 작품.

어린 시절의 꿈인 영화감독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던 남자 덕윤. 그러던 그가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일주일에 3일은 피를 걸러야만 살 수 있는 신장장애인에다 봉지를 열어 스프를 맛보아야만 그것이 짜장라면인지 짬뽕라면인지를 알 수 있는 시각장애인이 된 것.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남자, 절망에서 벗어나 시각장애인 보장구의 도움으로 조금씩 일상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이젠 봉지를 뜯지 않고도 즉석 육개장과 즉석 미역국을 가려 먹는 건 일도 아닐 정도다.

장애는 그에게 있어 조금 불편한,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일상이다. 이제 그가 세상 사람들에게 이야기기 한다. “장애인을 보고 불쌍하다고 무작정 도움을 주기 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느리지만, 서툴지만 스스로 하는 힘을 기르게 해달라고”

실제 중도시각장애인인 임덕윤 감독의 2009년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제10회 장애인영화제에서 대상, 2010년 인디다큐페스티발 실험상 수상 등 유수 영화제에서 그 작품을 인정받은 바 있다.

<각본,감독: 임덕윤, 제작: jangbiham kineman, 촬영: 김훈희, 전체관람가>

'선배는 어떻게 공부했어요?'스틸컷.ⓒ시네마달

■선배는 어떻게 공부했어요?=한 학생이 강의실에 들어오고 수업이 시작된다. 그러나 학생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교수님의 입을 빤히 쳐다보거나 자꾸 두리번거리고 옆자리에 앉은 학생의 노트를 힐끔거린다.

결국 자포자기한 듯 강의실 칠판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교수님 입에서 글씨가 나온다. 신난 듯이 필기를 열심히 하는데 누군가 깨우니 ‘백일몽’이었다.

‘선배는 어떻게 공부했어요?’ 라는 제목은 공부비법을 묻는 문제가 아니다. 청각장애인 대학생들에게 공부비법보다 더 중요한 것. 그것은 바로 ‘수업내용을 어떻게 알아듣느냐’이다.

청각장애인들은 초중고교 자그마치 12년 동안 아무런 지원이 없는 교실에서 고군분투하면서 힘들게 대학에 입학한다. 초중고교와는 비교도 안 되는 더 광범위한 대학교에서 살아남으려면 수업내용을 알려줄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장애인도우미이며, 수업을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 대학생이 듣는 수업시간에 같이 대동해서 도우미가 노트북으로 수업내용을 타이핑해주거나 수화통역, 필기를 대신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지식의 요람인 대학교에서 전국 대학생들의 0.1%도 안 되는 청각장애인대학생들이 여전히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권리는 누리지 못하고 못 한 현실을 작품에서는 적나리 보이고 있다.

특히, 청각장애인인 강묘애 감독은 영상을 제작하면서 자신에게는 사운드가 필요하지 않지만, 비장애인을 위해 사운드에 신경 쓰면서 편집했다. 그만큼 절실한 문제를 비장애인들에게 알리고자 노력한 점이다.

이 작품은 지난 2010년 제11회 장애인영화제에서 시나리오상을 수상했으며, 제8회 서울장애인 인권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각본,감독: 강묘애, 촬영: 강묘애, 편집 강묘애, 전체관람가>

'시설장애인의 역습' 스틸컷.ⓒ시네마달

■시설장애인의 역습=“퇴소 2009년 6월 4일 오후 2시. 우리는 더 이상 시설에서 살지 않습니다! 우리를 시설에 가두지 마십시오! 시설에서 나올 것입니다!”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살던 여덟 명의 장애인이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한다. 비리시설인 석암재단의 민주화를 위해 일 년 넘게 투쟁했던 장애인들이 이제는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만 해도 70%의 시설 장애인이 퇴소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할 여건이 되지 않아 많은 장애인이 시설 안에서, 그리고 시설보다 더 시설 같은 골방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08년 12월 말 장애인과의 면담을 통해 자립생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에 8명의 농성 장애인과 연대단체의 62일간의 끈질긴 투쟁에 결국 서울시는 2010년부터 자립생활가정을 시범사업하고,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시설퇴소 장애인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다. 결국 여덞 명의 장애인은 농성을 풀고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한다.

이 작품은 지난해 장애인영화제의 초청작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강릉인권영화제, 광주인권영화제 등 국내 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다.

<감독: 박종필, 기획: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촬영: 박종필, 12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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