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여행' 참가자 임혜성씨가 롯데월드 퍼레이드를 관람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제 10분뒤 목적지에 착륙할 예정이니, 안전벨트를 착용해주십시오.”

‘그곳’으로 향하던 길이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영원한 사랑의 징표인 남산타워의 수많은 자물쇠들, 근엄한 표정으로 ‘엣헴’이라고 내뱉어야 할 것만 같은 경복궁, 바이킹에서 “엄마”를 하염없이 외쳤던 롯데월드까지…그렇다. 바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다.

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남산타워에 올라 서울의 야경에 감탄해봤으며, 롯데월드에서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솜사탕을 먹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다를 벗 삼아 살아가는 제주도 주민들에게 서울은 머나먼 ‘꿈과 희망의 세계’다. 경제적, 신체적 어려움으로 제대로 된 외출조차 힘든 장애인들에게는 더욱일 것이다.

에이블복지재단은 SK이노베이션, 한국관광공사와 손을 잡고, 이러한 어려움으로 평소 여행의 기회를 누리지 못했던 저소득 장애인에게 즐겁고 편안한 여행을 선사하는 ‘2012 함께하는 여행’을 마련했다.

앞서 지난 4월 꽃물결이 넘실대는 전라도 봄의 절경을 만끽하고 온 1차 남도여행에 이어, 이번 2차여행은 육지를 갈망하던 제주도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심어줄 여행지로 서울을 점 찍었다.

이번 서울여행은 제주도 지역 장애인 37명을 비롯해, 그들과 함께 동행할 가족을 포함한 총 59명이 참가해, 19일부터 2박 3일간 서울 일대에서 롯데월드, 경복궁, 남산 등 대한민국 수도 서울 곳곳을 누비게 된다.

함께하는여행 참가자들이 김포공항에 들어서는 모습. ⓒ에이블뉴스

19일 환한 웃음으로 김포공항 입국장에 등장한 그들의 얼굴에는 설레임이 가득했다. 서울을 처음 방문한 모자부터, 신혼여행이후로 처음 맞는 여행인 노부부, 비행기를 처음 타본 아이들까지 각양각색의 참가자들의 가슴뛰는 첫 여행이 시작됐다.

특히 모녀간의 추억을 만들기위해 참가하게 됐다는 임혜성(32)씨 모녀는 연신 얼굴에 웃음이 떠날줄을 몰랐다.

임씨의 어머니 강애선씨는 “모녀간의 여행이 처음이라 어제 잠도 못잘정도로 설렜다. 아무래도 나올 기회가 적으니까 이제야 처음 여행을 가게됐다”며 “좋은 추억을 만들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첫 여행지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자, 7년간 연극배우로 활동해오고 있다는 지체3급 박민주씨가 말을 걸어왔다. 그는 당찬 젊은이 답게 서울과 인천에는 자주 방문한다며, 이번 여행은 친한 동생과 참가하게 됐다고 운을 띄웠다.

서울을 너무나 좋아한다는 그녀의 최후 목적은 바로 서울남자와 연애하는 것. 무뚝뚝한 제주도 남자와는 달리, 살갑고 다정한 서울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다며 수줍은 미소를 띄운다.

민주씨는 “원래는 장애로 인해 소극적인 성격이었다. 그런데 중고등학교때 댄스동아리, 수화동아리로 인해 비장애인과 어울리면서 춤과 노래에 몸을 맡기다 보니 성격이 변화됐다”며 “이곳 저곳을 방문해 새로운 경험을 하는 여행은 너무나 즐거워, 여행의 기회를 많이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꿈과 희망의 나라, 롯데월드’. 롯데월드는 이번 여행 참가자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던 코스이며, 서울의 복잡함과 활기를 한번에 느낄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롯데월드 3층에 위치한 민속음식점에서 점심을 든든히 먹은 그들은 본격적으로 롯데월드 정복에 나섰다.

"혁준아! 혁준아!" 평일임에도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한 롯데월드에서 한 어머니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달려가보니, 거동이 불편한 뇌병변장애인 김진희(50)씨와 그의 아들 진혁준(12)군 이었다.

태어나 처음 비행기를 타본 혁준이의 서울여행은 연신 들뜰 수밖에 없다. 들뜬 마음에 시간을 아끼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어머니 김씨를 보채는 모습은 영락없는 또래 초등학생이었다. 이곳저곳 둘러보던 김씨 모자는 ‘모노레일’ 놀이기구를 택했다.

김씨모자가 모노레일타며 즐거워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오랜시간의 기다림에도 김씨는 지친 기색없이 “서울 참 좋다, 신기하다, 참 잘해놨다”를 연신 반복했다. 제주도 토박이인 김씨는 “몸이 불편하다보니까 원하는 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했다. 장애인들이 마음놓고 편하게 여행을 갈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들 혁준이는 아직 초등학교 5학년. 이것저것 보고 경험을 많이 해야할 나이인만큼 불편한 몸으로 많은 경험을 함께 해주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도 크다.

“혁준이를 보면 참 많이 안타까워요. 어린애니까 여기저기 구경도 많이 시켜주고, 여행도 많이 가야하는데, 내몸이 불편하다보니 또래아이들에 비해 경험이 적어요. 이번 여행으로 조금이나마 많은 경험과 추억을 쌓았으면 좋겠어요”

한편, 이번 ‘함께하는 여행’ 2차 서울여행은 2박3일간 서울의 주요 관광지인 경복궁, 서울극장, 아인스월드 등을 방문하게 되며, 오는 21일 아쉬운 마음을 이끌고 제주도로 떠날 예정이다.

함께하는 여행의 참가자 노부부, 쑥쓰러워하는 남편에게 다정한 스킨쉽을 요구하자, 어깨동무를 걸쳤다. ⓒ에이블뉴스

금강산도 식후경! 롯데월드 정복에 앞서 점심식사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롯데월드를 둘러보고 있는 장애인들 모습.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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