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족화가 이윤정씨가 '한중일 장애인미술교류전'에 참가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에이블뉴스

여름이 부쩍 다가온 24일. 경희궁 미술관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모여들었다. 그 이유는 바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펼쳐지는 ‘제2회 한중일 장애인미술교류전’에 참가하기 위한 것.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장애인미술협회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미술교류전은 24일부터 오는 28일까지 한국, 중국, 일본 장애인미술가들의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뜻 깊은 자리다.

한국 86점, 중국 30점, 일본 30점 등 세 나라 장애인 미술가들의 작품 146점이 전시되며, 미술교류전 첫날인 24일에는 개막식과 함께 3국 장애인 미술가들의 시연회가 펼쳐졌다.

이날 개막식에 앞서 펼쳐진 미술가들의 시연회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빼앗는 곳이 있었다. 계속되는 카메라 세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히 작품을 그리는 구족화가 이윤정 작가(뇌병변1급·40).

하얀 도화지안에 꽃병을 그리던 이 작가는 “그림 그리는 게 너무 좋다”며 첫 마디를 뗐다. 가만히 지켜보니 그녀는 손이 아닌 발가락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에 관람객들은 그녀에게 뜨거운 격려를 함께 그림 그리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올해로 20년째 그림을 그려왔다는 이 작가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이 취미였다. TV에 나오는 만화를 따라 그리는 것은 물론, 종이가 있는 곳마다 그림을 그려왔다. 이에 스무살 되던 해, 본격적으로 손이 아닌 발과 입에 붓을 잡기 시작했다는 것.

이 작가는 “원래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이 취미였다. 몸이 불편하다보니 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20살때부터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밟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그녀의 화가생활은 굴곡만이 가득했다. 서양화를 그리는 그녀에게 물감과 캔버스 등 미술용구는 너무나 비쌌으며, 이 사회는 ‘장애인미술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 작가는 “그림을 맘껏 그리고 싶었지만 경제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다. 물감 가격도 너무나 비싸고 한번 그릴때마다 들어가는 캔버스 값도 만만치 않았다”며 “전시장에 가서 그림을 맘껏 보고 싶어도 인사동 갤러리 같은 경우 턱이 많아서 휠체어가 들어가지 않아 보지 못하고 돌아온 적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꿋꿋이 꿈을 잃지 않고 그림만을 그려왔다는 그녀는 지난 2002년부터 10년간 개인전 및 초대전에 참가하며 작품을 선보여 왔다. 개인전은 9번에 걸쳐 진행됐으며, 입상도 6번이나 받았다.

지난 1998년에는 세계에 22명밖에 가입되지 않은 세계구족화가협회에도 가입을 했으며,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한중일 장애인미술교류전’에 한 작품씩 제출해 왔다는 그녀의 이번 작품명은 ‘비상’이다.

이 작가는 “나는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 그래서 해가 뜰때 넓은 하늘로 비상하는 새를 그려보고 싶었다”며 “자유롭게 새처럼 나는 것이 소망이자 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작가는 “장애인이 미술을 하기에는 한계가 너무나 많다. 먼저 작품을 많이 봐야 하는데 갤러리 같은 경우 접근하기 힘든 곳이 많아 장애인들도 맘껏 작품을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미술교육 선생님도 부족하며, 경제적으로 많이 지원을 못 받고 있다. 후배 장애인미술가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윤정씨.ⓒ에이블뉴스

24일 개막한 '한중일 장애인미술교류전' 테이프 커팅 장면.ⓒ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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