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장애인 복지정책은 장애인을 1~6급으로 나눠 매기고 등급에 따라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복지서비스는 장애1급 위주로 제공된다.

특히 장애인 생존을 위한 복지서비스라고 하는 활동지원제도의 경우도 1급에게만 해당된다. 이는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해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이자'는 활동지원제도의 취지에 따른 것.

그렇다면 1급 장애인이 아닌 그 외 등급을 받은 장애인들은 혼자서 일상·사회생활이 가능할까?

한국농아인협회가 주최한 '제12회 장애인영화제'의 상영작인 영화 '나는 2급이다(감독 이한규)'는 관객들에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해준다.

영화는 실제 뇌병변 2급장애인인 박지호씨의 일상을 소소하게 그려낸다. 지호씨는 누구의 도움없이 보행이 가능하다. 그래서 회사 출근은 물론, 화장실과 슈퍼도 혼자갈 수 있다.

하지만 왼쪽 중지손가락에만 힘을 실을 수 있는 지호씨는 손을 이용하는 모든 일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집밖을 나갈 순 있지만 문고리를 돌릴 순 없고, 화장실을 갈 순 있지만 혼자 볼일(?)을 볼 순 없다.

지호씨는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옷을 입고, 친구의 도움을 받아 바지를 벗어 소변을 본다. 회사에서의 점심시간에는 직장 동료들이 식사를 마친 후에야 밥을 먹을 수 있다.

집에 혼자 있던 지호씨는 친구와의 만남을 위해 앉은 상태에서 스스로 바지를 입으려 아둥바둥 하지만 결국 친구에게 "나 오늘 못나가겠다. 집에 도와줄 사람이 없어"라는 말을 남긴 채 약속을 취소한다.

"집에선 개같이 엎드려서 밥을 먹든 어떻게 해서든 먹고 배를 채워요. 문제는 밖에 나가선 할 수 없다는 것이죠. 사무실가서 다 밥먹는데 발로 숟가락질을 할 수도 없고··솔직히 전 손이 없어도 상관없어요. (2급이라) 활동지원을 못쓰니까··딱 하루 4시간만 있어도··(좋겠다)."

영화는 지호씨의 삶을 통해 관객들에게 재차 질문을 던진다. '2급 장애인은 활동지원이 정말 필요없을까. 1급 장애인 위주의 복지서비스가 이대로 가는 게 맞는 것인가.'

영화 시작과 끝 장면, 지호씨 가슴에 찍힌 '2급'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낙인 속에 살고 있는 장애인, 그들은 또 다시 장애등급에 따른 복지서비스 차별을 받고 살아간다. 그네들의 비애가 관객들의 가슴 속에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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