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Anything you can do(뭐든 할 수 있어)’의 한 장면. ⓒ제주장애인연맹

'Anything you can do(뭐든 할 수 있어)'

이 영화는 등장인물이 두 소년과 개 한 마리뿐이다. 그래서 다소 지루할지 모른다 생각이 들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또한 장애관련 영화라 하면 다소 어둡고 무거운 소재로만 생각하던 나의 선입견도 무참히 깨버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시종일관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영화다. 그렇다고 작가가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도 않은 것 또한 이 영화의 매력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 소년과 비장애 소년... 둘이 형제인지 친구인지는 표현이 안되어 있으나 서로 얼굴 표정으로 통하는 걸 보면 굉장히 친한 사이임에 분명하다. 그 나이 또래의 남자아이들처럼 놀이도 경쟁심이 붙다보면 이기고 싶은 마음은 뻔한 것 아니겠는가.

음료를 마시다 트림을 하며 트림 소리가 누가 큰지부터 서로 겨루기가 시작이 됐다. 장애 소년이 트림 소리도 크게 내고 팔씨름도 이기게 되면서 비장애 소년은 슬슬 열이 오르게 된다.

여기서 대개 장애인하면 무언가 잘 할 수 없을 것 같은 이미지를 깨어 준다는 것이. 동등한 조건에서 장애 소년은 비장애 소년보다도 잘 하는 것이 더 많았다. 그것이 아이들의 장난이라 다소 가벼운 일일지 몰라도 말이다.

그러자 비장애 소년이 이젠 동등한 조건을 깨어 버린다. 장애 소년이 다리를 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장애 소년이 덤블링을 하고, 태권도의 발차기 동작을 하지 않나 나중엔 발로 축구공 묘기를 부리면서 너도 할 수 있겠냐는 표정을 짓는다.

거기에 응대하는 장애소년 또한 만만치 않다. 휠체어를 자유자재로 돌리고, 개를 이용해 비장애 소년을 놀래키며 손가락 하나로 축구공을 돌리는 것으로 비장애 소년을 압도한다.

그러는 와중에 축구공이 현관으로 굴러가고 공을 주우러 간 비장애 소년이 공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 버린다. 장애 소년이 따라 나가자 계단이라는 현실에 부닥치고 비장애 소년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결국 장애 소년은 포기하고 들어와 음악을 듣는다.

비장애 소년은 처음엔 이겼다는 마음에 기분이 좋았다가 이내 혼자만 있자니 외롭고 심심해진다. 그러다 축구공옆에 있는 판자를 발견하고 친구가 밖을 나올 수 있게 경사로를 만들어 준다. 장애 소년이 나와 둘이 축구공을 주고 받으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를 보는내내 유쾌하고 개구쟁이같은 소년들의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고 귀엽던지....

어찌보면 장애란 신체적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불편과 제약이 따르지만 그런 불편과 제약들은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이 영화의 매력은 주로 장애관련 영화를 보면 장애인은 늘 어둡고 어딘가 많이 불편하고 잘 하는 것도 많지 않은 모습이 많지만 이 영화 속 장애 소년은 비장애 소년을 압도할만큼 당당하다.

끝으로 요즘 방송파에서도 장애인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캐릭터들은 단순히 그 프로그램내의 캐릭터일 뿐이다.

장애 관련 영화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제주DPI 제주장애인인권영화제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들이 서로 편하게 영화를 관람하며 인권이란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다르지 않으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 또한 우리가 그냥 흘러버릴 수 있는 차별까지 깊게 생각하고 느끼게 해준다.

그러므로 해마다 어렵고 힘든 여건속에서도 장애인 당사자와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한 목소리를 내는 장애인인권영화제가 마땅히 존재해야만 하고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나가길 간절히 바란다.

*이글은 ‘제12회 제주장애인인권영화제’ 최은주 집행위원이 보내왔습니다. 최 위원은 제주장애인연맹 회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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