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포스터.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집행위원회

서울 종로3가 피카디리 3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8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이번 영화제에서는 개막작 '마법의 성 움트기(황은주 연출)'를 비롯한 19편의 당선작과 4편의 특별상영작 등 총 23편이 상영된다. 19편의 당선작은 모두 장애인당사자들이 자신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직접 만든 작품들이다.

‘숨통:해방의 봄을 열자, 민중의 숨통을 트자’라는 영화제의 슬로건에 걸맞게 이번 영화제에서는 사회의 곳곳에서 차별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장애인들의 생생한 육성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8일 막을 올렸고, 10일까지 계속된다. 모든 상영작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시설에서 나와 ‘자유’를 찾아가는 장애인들

다큐영화 <시설장애인의 역습>(연출 박종필)은 지난해 6월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나온 8명의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온 후 서울 마로니에 공원, 인권위 등을 전전하며 서울시를 상대로 농성을 벌이는 모습을 담았다.

“점호를 하지. 군대식으로. 저녁 9시가 되면 불도 모두 꺼요. 아침 5시 반에는 모두 일어나야 돼요. 기도해야 되거든. 겨울에는 해가 짧아서 4시 반에 밥을 먹고. 만날 그런 식으로 사니까 처음에는 못살겠다, 했는데 서너 개월 지나니까 이제 적응이 돼서, 희망도 없고, 그냥 끌려 다니는 거야.”

늘 타인에 의해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생활하느라 시간에 대한 강박증에 시달려야 했던 시설생활 장애인들. 시설에서 ‘탈출’한 그들의 표정은 밝다. 한 장애인은 카메라를 향해 “17년 만에 퇴소했는데, 상쾌합니다. 행복합니다”라고 말하며 활짝 웃는다.

그러나 이들의 이후 행보는 순탄치 않다. 자립주택을 마련해 달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농성을 벌이지만, 번번이 외면당하고 경찰로부터 끌려나오기 일쑤다. 그래도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민간 사회복지법인에서 마련한 자립생활 공간에 새 살림을 꾸리고, 그토록 바라던 자유로운 일상을 시작한다.

강의실에 있어도 수업을 듣지 못하는 학생들

<선배는 어떻게 공부했어요?>(연출 강묘애)는 도우미 예산 삭감으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청각장애인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속의 청각 장애인 대학생들은 입학하기도 전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학교 다니면서 불편한 점이 있어도 참아라”라는 말로 입막음을 당하고, 강의 속도가 빠른 교수에게 “조금만 말을 천천히 해 달라”고 말했다가 “내가 말하는 속도에 적응해라”라는 대답을 듣는다.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는 속기사를 배치해야할 이론시간에 수화통역사를 배치해 청각장애인 학생을 곤란에 빠뜨리고, 강의내용을 대신 타이핑해야할 학생 도우미들은 수업시간에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사전 연락도 없이 강의에 불참한다.

게다가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정부마저 장애인대학생 도우미 예산을 삭감한다. 도우미의 시급은 7,500원에서 5,000으로 줄어들고, 그만큼 서비스의 질도 떨어진다. 청각장애인 대학생들은 휴학을 해야 할지, 과연 무사히 졸업을 해서 취직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미래를 생각하며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희망

서초열린세상 1팀이 연출한 <꿈마는 은하>는 헤어디자이너가 되고자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지만 정신질환으로 인해 면허증을 발급받지 못하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극영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실제로 정신분열증을 갖고 있는 장애인이 맡았다.

연출에 참여한 하유리씨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 장애인들에게는 여러 가지 벽이 존재하는데, 우리가 서로 손을 잡고 담쟁이가 돼서 그 벽을 넘어가는 것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 8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열린 극장의 좌석은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로 가득 찼다. 한 비장애인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장애인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져서 사람들이 더 많이 알게 되면, 장애인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재호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집행위원장은 이번 영화제의 취지에 대해 “‘숨통’이라는 슬로건처럼, 장애인이 숨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상영작 19편에 대해 “장애인차별 철폐라는 방향에서 문제의식을 드러낸 작품들, 그리고 장애를 동정과 시혜의 관점이 아닌 긍정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작품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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