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민들레장애인야학 교사와 학생들이 ‘2009 황해연극제’에 참가해‘사랑, 파이팅!’ 공연을 펼쳤다. 사진은 연극제 전 연습 모습. ⓒ에이블뉴스

인천의 민들레장애인야학 교사와 학생들이 ‘2009 황해연극제’에 참가해 지난 11월 27일 인천 계양청소년수련관에서 장애인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담은 창작극 ‘사랑, 파이팅!’ 공연을 펼쳤다.

11월 18일부터 28일까지 열린 이번 황해연극제는 지역사회주민과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마실 가볼까’라는 부제 아래 진행됐다.

민들레장애인야학의 교사 및 학생들은 이번 기회를 활용해 지역사회주민들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고,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추기 위해 연극제에 참여했다.

‘사랑, 파이팅!’의 연출은 극단 덩이줄기의 단원이자 ‘반쪽날개로 날아든 새’, ‘연극 전태일’, ‘교실이데아’ 등을 연출해온 최금예씨가 맡았고, 민들레 장애인야학의 길희진, 김광식, 김수미, 박세미, 박영미, 박장용, 신경수, 오명진, 유재근, 임영희씨가 배우로 출연했다.

장애인들의 생생한 삶과 사랑 이야기 담은 연극

“내가 왜 시설에서 나왔는데! 좋아하는 사람하고 같이 살려고 나왔는데.”

민들레장애인야학이 황해연극제에서 공연한 ‘사랑, 파이팅!’은 민들레 야학의 학생들이 직접 각본을 쓴 창작극이다. 장애인들의 삶과 사랑에 대한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학생들이 각기 에피소드를 하나씩 썼고, 길희진씨와 김수미씨가 이를 취합해 하나로 묶었다.

연극의 주요 줄거리는 자립홈에서 생활하는 중증장애인 ‘민서’에 대한 또 다른 중증장애인 ‘지현’의 짝사랑과, ‘민서’와 비장애인 ‘기태’의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여러 학생들이 쓴 이야기를 엮어 만든 대본이다보니 사랑 이야기 외에도 장애인들의 다양한 고민과 삶의 모습들이 함께 담겼다.

‘민서’는 엄마가 자신보다 비장애인인 오빠를 더 챙기는 것 같아 서운함을 느끼고, 엄마는 민서가 시위 등 장애인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기태’와 함께 자립홈에 거주하는 ‘두형’은 시설에서 살고 있는 여자친구와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싶지만, 그의 여자친구는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시설에 나올 수 없어 유리창을 깨 자해를 한다.

'사랑, 파이팅!'의 연출을 맡은 최금예씨. ⓒ에이블뉴스

“나 오빠 좋아해.”

“1년 동안 돈 모으고 시험 본다며. 누구를 좋아할 때가 아냐. 지금. 죽을 둥 살 둥 해도 힘든데.”

“누굴 좋아한다고 해서 못하는 게 아니잖아. 난 할 수 있어.”

연극 속에서는 활동보조서비스, 체험홈 등 장애인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키워드들이 간간이 등장하고, 그렇게 원하던 자립생활을 시작했지만 취업과 경제적 자립 등을 위해선 아직 갈길이 험난한 장애인들의 일상이 생생히 그려진다.

극중 ‘민서’역을 맡은 김수미씨는 연극의 내용에 대해 “비장애인과 비장애인, 장애인과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과 장애인도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모든 사랑에 다 어려움과 기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최금예씨는 “처음에는 몇몇 분들이 휠체어에서 내려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기 싫다고 해 조심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은 뉴스에서 많이 나오니까.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이 어떻게 생활을 하는지, 경제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가는지, 휠체어에서 내려 생활하는 장애인들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래야만 비장애인들도 ‘아, 우리와 똑같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랑, 파이팅!’의 참가자들은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연극을 연습해 지난 봄 개교기념식 때 야학 내에서 작은 공연을 펼친 적이 있지만, 정식 무대에 서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금예씨는 “연극은 상대방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자신을 표현하는 사회생활의 기술을 훈련하는 기회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하는 장애인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책을 읽는 것을 힘들어하는 장애인들도 연극을 통해 대본을 읽는 연습을 하면서 학습효과도 커졌다”며 “앞으로도 야학의 국어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희곡을 직접 연극으로 만들어 연습해보는 방식으로 연극을 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극중 '지현'역을 맡은 유재근씨가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민들레야학 학생들이 '사랑, 파이팅!'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을 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민들레야학 학생들이 '사랑, 파이팅!'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을 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민들레야학 학생들이 '사랑, 파이팅!'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을 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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