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장애콜, 신기사'로 제19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설미희씨. ⓒ에이블뉴스

“처음으로 쓴 소설인데 대상을 받게 돼서 아직도 얼떨떨해요. 제 작품보다 훌륭한 작품이 많았을 텐데 제게 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제19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설미희(43·지체장애 1급)씨의 작품 ‘장애 콜, 신기사’는 장애인콜택시를 운전하는 신 기사가 어느 날 대학시절의 첫 사랑과 닮은 손님을 태우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소설이다. 설미희씨는 콜택시를 탔을 때 기사와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을 구상하게 됐다.

이 작품은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다채롭고, 탄탄한 짜임새가 돋보였으며, 어두운 이야기를 밝게 전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설미희씨는 그동안 동화, 수필, 시를 써왔지만, 소설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 씨는 글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장애인 엄마를 가졌다는 이유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그런 일들을 하나하나 일기로 써내려가면서 글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중학생인 설 씨의 아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장애인엄마를 가졌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차별을 받아왔다고 한다. 설 씨의 아들은 주변사람들이 가진 편견을 깨고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남들보다 더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그렇게 공들여 만든 좋은 이미지도 상급 학년으로 진학할 때마다 다시 처음부터 쌓아나가야 했다.

“아들이 그런 얘기를 중학교에 가서야 하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좋은 인상을 얻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는 것이 싫어지더래요.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는 그런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혼자 힘들어했죠. 그런 모습을 보니 엄마로서 미안하고, 아이가 가엽고…. 처음에는 그런 얘기들을 일기 식으로 써내려갔어요. 그러다가 동화도 쓰고, 시도 쓰게 됐죠.”

글을 쓰게 되면서 공부에 대한 욕심도 커졌다. 설 씨는 지난 2006년 계간지 ‘뿌리’에 동화작가로 등단했고, 2007년에는 방송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국어국문학과에서는 글쓰기나 창작에 대한 것은 배울 수 없었다. 게다가 시험 일정이 빡빡해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설 씨는 글을 쓰는 습관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침마다 컴퓨터를 켜고 박경리의 ‘토지’를 필사하고 있다. 벌써 4권 째 필사를 하는 중이다.

“장애인이다 보니까 경험이 많이 부족한 게 아쉬워요. 사람도 많이 만나고 여행도 많이 하면서 시야를 넓히고 싶은데, 그게 어려워요. 그래도 장애인에 대한 얘기만 쓰고 싶지는 않아요. 이번 소설에는 장애여성이 등장인물로 나왔지만, 제가 쓴 동화에는 비장애인 얘기도 많거든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에 관계없이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설 씨는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나중에 아들이 대학을 가고 나면 대학원에 진학해서 더 공부를 하고 싶어요. 제가 로또 판매권을 얻어서 여기서 나오는 작은 수입으로 아들과 둘이서 살고 있는데, 지금은 아이를 공부시키는 것이 우선이에요. 그리고 제가 50대가 됐을 때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해요. 저의 글 쓰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더 많이 공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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