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영혼에 닿은 언어’ 표지.ⓒ출판사

2016년 2월 3일, 전국 30만 농인들의 언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공포됐다. 이어 8월 4일 한국수화언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이 시행되었다.

청각장애인이라 불리는 이 땅의 농인들. 그들의 정체성이 장애인이 아닌 언어적 소수자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게다가 한국수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몰이해는 그 언어 공동체에 폭력이 되어 왔다.

신간 ‘영혼에 닿은 언어’는 이러한 농인의 삶과 농사회의 고민을 드러내고 그들을 향한 잘못된 시선을 바로잡음으로,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내일로 한 걸음 내딛게 한다.

농사회에 입문한 지 30년 가까이 되었으며 현재 한국농문화연구원을 운영하고 MBC문화방송 수화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문득 그간의 농사회가 기대만큼 나아진 것이 없다는 생각에 집필을 결심하게 됐다.

이후 농문화라는 낯선 세계를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또한 교육에 대한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다루고 수어통역에 관한 내용도 충실히 담아 냈다.

이 책은 농정체성, 농문화, 한국수어와 같이 낯설고도 어려운 주제를 저자의 경험과 예화를 토대로 쉽고 정확하게 들려준다. 그리고 그동안 드라마나 대중매체를 통해 왜곡되거나 잘못 미화된 농인과 농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전달해 주고 있다.

내용을 장별로 살펴보면, 제1장 ‘영화 도가니’에서는 저자가 ‘도가니’의 수어 지도와 연출을 맡아 일하면서 촬영 현장에서 겪은 뒷이야기, 보이지 않은 원동력이 된 농인들에 관한 에피소드, 영화에 대한 농사회의 반응 등을 소개한다.

제2장 ‘당신 가까이, 그리고 낯선…’에서는 농인에 대한 세상의 편견과 오해, 농인에게 정작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다룬다.

제3장 ‘한국수어로의 초대’에서는 음성언어 중심의 우리 사회에서 왜곡되고 침해당하며 고유의 특질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수어의 현실과, 한국수어를 보존‧전승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제4장 ‘청인의 세상에서 농인으로 살기’에서는 농인들이 겪는 고통이 듣지 못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언어가 세상에 소통되지 않는다는 데 있음을 짚어 주고, 마지막 제5장 ‘미디어와 농인’에서는 미디어에 투영된 농인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농인을 위한 시선이 담긴 미디어 세상을 꿈꾼다.

본문 중간 중간에 나오는 ‘알아두기’, ‘생각’, ‘생각하기’에서는 ‘농인들은 모두 소리가 안 들리나?’ ‘에바다-(성경에 나온) 소통의 이야기’ 등 흥미로운 내용을 다루면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 숨을 고르고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저자 김유미, 출판사 홍성사, 페이지 444, 가격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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